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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발생한 대구 달서구 두류동 아파트 공사현장 추락사고 사망자의 발인이 미뤄지고 있다. 유족은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고 책임자 사과를 들을 때까지 발인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공사 측은 ‘(원청의) 작업지시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아직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경찰과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또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장례식장 전광판에는 7일째(1일 기준) 발인일이 ‘미정’으로 기재돼 있다.
고인의 셋째딸인 김보람(37) 씨는 지난달 31일 <뉴스민>과 인터뷰에서 “29일 저녁 중흥토건 안전부 상무이사와 노무사, 현장소장이 같이 (빈소에) 왔다. 사과를 하고 보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은 사고의 원인에 대한 것이었다. 조치가 미흡했기 때문에 사고가 났고, 그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을 기대했는데,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사고 직후 현장에 방문해 사고가 난 장소와 주변을 살폈다. 안전조치가 어떻게 돼 있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곳에는 안전망도, (안전고리를 거는) 안전대도 없었다. 김 씨는 “공사가 시작된 지 거의 일 년이 된 현장이라는 데 어떻게 기본적인 안전 시설물도 없을 수 있나 어이가 없었다”며 “사고가 난 날은 아버지 생신이셨다. 어머니는 ‘잘 다녀오라’고 말하셨고, 아버지가 귀가하시면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씨는 아버지를 자상한 분으로 기억했다. 김 씨는 “아버지는 30년 넘게 대구·경북 지역 건설 현장에서 일하셨다. 평소 지병도 없었고 술, 담배도 안 하셨다. 하나뿐인 아들에겐 좀 엄했지만 세 딸에겐 친구같이 낮에 일한 얘기를 풀어놓곤 하셨다. 일이 힘드셨을 텐데도 ‘일하는 사람들하고 오늘 잘 지냈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김 씨는 “많이 힘들다. 아버지의 죽음이 억울하다. 우리 같이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어주지 않는가 답답하기도 하다. 조사를 철저히 하고 노동청이나 경찰에서도 진실하게 진상을 밝혀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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