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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 예정지 입구에 삶은 돼지머리가 며칠째 놓였다. 무슬림 유학생들은 심리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지만, 북구(구청장 배광식) 사원 건축 갈등 중재 주무 부서는 “우리 부서와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31일, 사원 건축 예정지로 들어가는 입구 바로 옆에 있는 민가 대문 앞에는 삶은 돼지머리가 놓여 있다. 돼지머리는 29일 발견됐다. 며칠간 방치된 탓인지, 31일에는 파리가 꼬여 있었다.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허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비대위 차원에서 놔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무슬림 유학생들은 심리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 이슬람 사원이나 무슬림 생활 공간에 돼지머리를 두는 행위는 미국, 호주 등 외국에서도 무슬림 혐오의 의미로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한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은 “돼지머리를 두기 전에 사원 건축지 앞에서 돼지고기도 구웠다. 기도 시간에는 음악 소리도 크게 들리고, 기도가 끝나면 음악도 꺼진다”고 호소했다.
건축허가 주무관청인 북구청은 해당 문제에 대해 알지 못하고 구청과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북구청은 이슬람 사원 건축을 허가한 후 주민 민원을 이유로 장기간 공사를 중지시켜 논란을 야기했다. 지난 9월 대법원은 북구청 공사 중지 조치가 위법하다고 확정했다.
이상훈 북구청 건축주택과장은 “그건 우리들은 잘 모른다. 우리 건축과와 관계없다”고 말했다. 갈등 중재를 맡은 부서가 아니냐는 물음에 “우리 부서가 중재하고 있지만 (중재가) 안 된다”며 “이슬람 사원과 관련해서 우리는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구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돼지머리를 게시하는 행위는 무슬림 혐오이며, 북구청 등 행정기관이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서창호 대구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북구청이 작년 2월 17일 공사중지 행정명령 내림으로 인해서 이런 갈등이 촉발된 원인을 제공했다. 공공기관으로서 관내에 벌어진 갈등에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기관”이라며 “이 갈등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거나 중재 노력을 포기한다면 공공기관의 존재 의미를 물을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이 가져야 할 시민 인권 증진과 보장에 대한 책무 권한 내팽개친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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