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일하다 죽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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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너무 많은 죽음을 접했다. 화요일에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5m 높이에서 떨어져 죽은 60대 건설노동자에 대해 썼다. 금요일엔 빵 공장에서 일하다가 기계에 끼어 죽은 20대 제빵노동자를 추모하는 문화제에 다녀왔다. 보도자료에선 자꾸 모르는 단어가 튀어나왔고 사고 현장을 설명하는 노동조합 관계자에게 재차 같은 걸 물었다. 그래도 현장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25일 달서구 두류동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60대 건설노동자가 일하다 떨어져 죽었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고인은 멍에 수평 작업을 하기 위해 5m 높이에 올라갔고, 발판과 추락방지망 등 안전조치가 되어 있지 않은 세대 쪽에서 작업을 하다가 떨어졌다.

26일 오전 중흥건설 홍보팀 관계자는 <뉴스민>에 “5m 높이에서 발생한 사고라 안전망이 설치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사진 자료를 보니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안 되더라. 초기 단계라 안전고리를 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리곤 같은 날 오후 “당시 사고가 발생된 장소는 안전지시가 없던 곳으로 안전망과 안전판이 없는 상태였다. 안전시설이 구비되어야 작업지시를 내리는데 그곳에서 사고가 난 것에 당사도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는 게 회사 공식 입장이라고 전해왔다.

건설현장 안전관리자로 일하는 후배를 만나 멍에 수평 작업이 뭔지 물었다. 건물 2층 높이에서 안전망, 안전고리 없이 작업할 수 있는지, ‘그곳에서 사고가 난 것에 의구심이 든다’는 회사 공식 입장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물었다. 단어 하나하나 설명하던 후배가 말했다.

“추락위험이 있는 모든 곳에는 작업발판을 설치하고, 설치할 수 없다면 추락 방호망을 설치해야 합니다. 방호망도 설치할 수 없다면 안전대를 설치해야 하고요. 원청은 협력업체에, 협력업체는 팀장에 책임을 미루겠죠. 건설현장 사고는 예외없이 그렇게 흘러갑니다. 결국 모든 사고 원인은 비용 절감이에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2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 또는 기계‧설비‧선박블록 등에서 작업을 할 때에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비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 발판을 설치하여야 한다. 발판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추락방지망을, 그 또한 곤란한 경우에는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추락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다.

고인의 유족은 발인을 미루고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빈소에서 만난 고인의 딸은 “평소 술, 담배를 하지 않고 지병도 없었으며 30년 넘게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며 “사고가 난 아침에도 잘 다녀오시라 인사했다. 그날이 생신이라 다녀와서 같이 저녁을 먹자고도 말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아버지가 왜 돌아가셨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 책임 있는 자가 와서 사과해야 한다”고 붉은 눈을 한 채 기자에게 또박또박 말했다.

샌드위치 소스를 배합하는 기계에 안전중단장치가 있었다면 20대 제빵노동자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추락방지망과 안전대를 제때 설치했다면 60대 건설노동자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기업의 비용절감은 노동자의 죽음으로 돌아온다.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 사이 죽음을 보도하며 이 사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죽음을 쓰는 일이 무뎌지려 할 때마다 ’쉽게 쓰지 말자‘고 다짐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죽음의 이유에 대해 전달된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것일테다. 가능한 한 많이 묻고 들어 현장에 가깝게 그리겠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