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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 정치까지 우리 사회는 다양한 법률 판단이 필요합니다. ‘달콤살벌 최변’은 법적 판단에 대한 시민의 궁금증을 뉴스민이 대신 질문하고, 최주희 변호사가 답변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한 가지씩 구체적 상황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싣습니다. newsmin@newsmin.co.kr로 메일을 보내주시면 대신 질문해드리겠습니다.]
Q. 집값이 떨어지면서, 전세 세입자들이 속앓이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소위 ‘깡통전세’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김내집(가명) 씨는 2년 전 이건주(가명) 씨에게 전세금 3억 원으로 2년 임대 계약을 했습니다. 김내집 씨는 오는 11월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즉시 분양받은 아파트로 입주하기 위해 이건주 씨에게 전세금 반환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이건주 씨는 김내집 씨가 살고 있는 집뿐만 아니라 10여 채 정도 세를 주는 임대사업자였고,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 전까지 내어줄 돈이 없다고 합니다. 이럴 때 김내집 씨가 빠르게 돈을 돌려받을 방법은 무엇일까요?
A. 안녕하세요 달콤살벌한 최변 최주희변호사입니다.
최근 집값이 하락세가 이어지며 종전 집값을 기준으로 전세계약을 한 임차인분들께서 깡통전세가 되지는 않을지 염려가 많으신데요, 이런 경우 임차인이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법적 절차를 민사와 형사에 나눠서 안내해 드리려 합니다.
민사는 사인 간의 계약에 따른 금전 등 채권·채무 관계에 관한 부분을 의미하고, 보증금반환청구와 경매 등이 민사의 영역에 해당합니다. 질문한 사례처럼 여러 세대를 임대하는 임대사업자들의 경우 애초에 깡통전세를 염두에 둔 사기죄가 아니냐 질문에서 범죄의 성립은 형사의 영역에 해당합니다.
우선 민사상 임차인이 강구할 방법으로는 크게 세 단계가 있습니다. 퇴거 이전의 임차권등기명령신청, 퇴거 이후 지급명령 또는 보증금반환청구소송에 따른 집행권 확보,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매신청입니다.
질문에서 임대인인 이건주 씨는 전세계약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 전까지 내어줄 돈이 없다고 주장하는데요, 사실 계약 기간이 만료되고 임차인이 퇴거하여 집을 돌려주면 임대인은 그 집을 새로운 임차인을 구했는지와 별개로 임차인의 퇴거와 동시에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습니다(법적으로는 이를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채무와 임차인의 목적물반환의무의 동시이행관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때 퇴거를 하면 임차인은 목적물반환을 하였지만,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퇴거한 날부터 이자가 발생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처음 이사하고 입주할 때 소위 ‘대항력’이란 것을 위해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고 주민센터에서 입주신고를 하며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라는 것을 받죠?
이 확정일자는 임차인의 주거가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확정일자의 날짜순에 따른 채권자 순위가 됩니다. 그래서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상황에서 퇴거하더라도 곧바로 새집으로 주소를 이전해버리면 종전 계약 체결 시에 선순위를 선점했던 시기적 선순위 채권자의 지위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퇴거하고, 새집으로 주소 이전을 하면서도 계약 체결 시의 확정일자에 따른 시간적 선순위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 “임차권등기명령”제도입니다. 이건 임대인의 동의가 없어도 일방적으로 법원에 임대차기간이 종료한 사실과 보증금반환채무가 미루어지고 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법원의 명령으로 해당 부동산의 등기부에 임차권 등기가 경료되는 것입니다. 그럼 그 임차권 등기에 의해 퇴거 및 주소 이전을 하더라도 종전 계약 체결 시의 확정일자에 따른 시기적 선순위 채권자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임차권등기명령을 마친 이후에도 임대인이 계속하여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해당 부동산을 경매로 매각하여 매각대금에서 보증금을 반환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경매신청을 위해서는 임차권등기명령과 별개로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법적 권리가 있는 점을 법원의 판결이나 명령으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 방법이 보증금채권을 위한 지급명령 또는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이 됩니다.
이렇게 지급명령이나 보증금반환청구소송에 의해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하라”는 명령 또는 판례가 확정되면 그때 임차인은 비로소 해당 부동산 또는 그 밖의 임대인의 다른 부동산에 대해서도 채권자로서 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 권리가 생깁니다.
다만 내가 임차권등기명령을 해둔 부동산의 경우에는 시간 순서대로 선순위 채권자부터 배당하므로 임대인의 다른 부동산에 대한 채권자 순위보다 앞서서 경매대금에서 먼저 보증금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A라는 아파트에 2018. 1. 1.자로 보증금 3억의 전세계약을 해서 입주하였고 같은 날 확정일자를 받았는데 당시 A아파트는 이미 금융권에 담보대출을 2억 가량 받았다고 가정하는 경우, A아파트의 경매에서의 낙찰가가 5억을 초과한다면 최선순위인 금융권이 먼저 2억을 받아가고 임차인도 나머지 낙찰가 중 3억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이상의 금액으로 낙찰된다면 나머지 이자까지도 회수할 수 있을 거고요.
그런데 만약 임차권등기명령을 하지 않은 채로 뒤늦게 A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간 걸 알고, 그때서야 채권자로 배당요구를 하면 그때는 먼저 선순위로 되어 있는 모든 채권자들이 배당받고 남은 나머지 금액을 다른 채권자들과 나눠서 가져야 하는 입장이 되기 때문에 전제 보증금 회수는 어려울 수도 있게 되는 거죠.
그리고 내가 확정일자를 받고 아직 거주하고 있더라도, 경매절차에서 채권자로서 배당요구와 배당받을 채권액을 신고하는 절차는 반드시 놓치지 않아야 경매대금에서 돈을 회수할 수 있게 됩니다.
이제 형사적인 측면에서 깡통전세가 된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느냐를 살펴볼텐데요.
사기죄의 성립은 계약체결 시점의 임대인의 경제적 상황을 기준으로 상황마다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질문한 사례처럼 10세대 정도를 임대하는 임대사업자들의 경우 첫 한 채를 사며 당시 금융제도의 혜택으로 대출도 받고 전세금도 받고, 그럼 그 전세금으로 새로운 집을 사고 또 대출을 받고 전세금으로 새로운 집을 사고 그런 연쇄적인 다량매수 및 깡통전세의 상황이었다면 이건 “계약 체결 시점부터 계약기간 만료 시에 보증금반환채무를 변제할 넉넉한 경제적 능력 또는 의사가 없음을 인식하고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급격한 집값하락으로 의도치 않게 전세가가 매매가를 역전하는 상황이 된 경우에는 그 자체만을 두고 곧바로 몇해 전 집값이 고공행진하던 때의 상황에 맞추어 전세금을 받고 계약 체결한 것이 사기를 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죠. 그래서 이 경우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입니다.
정부에서 집값 안정화를 위해 여러 가지 각도로 압박을 시도하다보니 급격한 집값 하락은 이루어졌으나 모든 것이 과유불급인 만큼 급격한 하락으로 인해 종전 시장에 대한 기대심리로 이루어진 과거의 계약관계의 분쟁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 점이 있어서 법조인의 입장에서도 관심깊게 살펴보고 있는데요.
오늘 알려드린 내용이 일반인 입장에서는 다소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실 수는 있지만, 최소한 이러한 절차들이 있다는 점만큼은 숙지하셔서 전문가와 상담 후에 방안을 찾으시길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