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중구 중앙대로에 무지개 깃발이 내걸렸다. 성소수자인 캐씨 씨는 깃발 아래 마련된 성소수자부모연대 부스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다가갔다. 부스에는 성소수자 부모들이 프리허그를 위해 서 있었고, 캐씨 씨처럼 다가오는 이들을 환대했다. 캐씨 씨는 부스에 서 있는 사람들과 모두 포옹했다. 축제는 환대로 시작했다.
“저도 가족에게 커밍아웃했는데요, 아무도 인정하지 않아요.
저희 부모님은 저렇게 못 하시는데, 매번 올 때마다 위로받습니다.” (성소수자 캐씨 씨, 26)
성소수자가 참가해 정체성을 드러내고, 혐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외치는 대구퀴어문화축제가 14번째 깃발을 올렸다. 1일 오후 3시 30분,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Queer is trend! 퀴어가 대세!” 제14회 대구퀴어문화축제를 개최했다. 이번 축제는 ‘퀴어’가 자극적인 소재로 소비되지 않는, 일상적인 동등한 시민으로 환대하자는 취지로 준비됐다.
축제는 전국 지역별 퀴어축제 조직위, 외국 대사관 등 참가 단체 관계자들의 인사말로 사전무대가 꾸려졌다. 오후 4시께부터는 중앙로역에서 시작해 공평네거리~봉산육거리~반월당네거리를 거친 ‘자긍심의 퍼레이드’도 진행했다.
행사 동안 경찰은 경비대책으로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해 행진로를 따라 철제 펜스를 둘렀고, 이 때문에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단체 측과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다시 중앙대로에 마련된 무대에 돌아왔고, 기다리고 있던 축제 조직위는 이들을 환대했다. 참가자가 무대 앞으로 들어서자, 오후 6시부터는 G,van, 퀴어댄스팀 QcanD이 환대 무대를 준비했다.
행사가 끝난 후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일상에 지친 성소수자와 동료 시민을 환대하기 위해 오늘 축제를 마련했다”며 “참가자와 대구시민 덕분에 축제를 잘 마쳤다.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혐오에 지지 말자”라고 말했다.
한편 축제에 앞서 대구경북다음세대지키기학부모연합 등 일부 단체는 오후 2시 옛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동성로사랑 가족사랑 콘서트’를 개최했다. 콘서트에는 홍석준 국민의힘 국회의원(대구 달서구갑)도 참석했다.
홍 의원은 “성경말씀에도 남녀가 장성하면 가정을 이룬다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 출생률을 기록하는 나라다”며 “동성애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여러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 이런걸 막아야 한다. 민주당과 일부 정치인이 차별금지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