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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 채무 감축 정책의 핵심이 될 조례 개정·폐지 조례안이 의회에서 심사 보류되고 있다. 지난 19일, 20일 열린 대구시의회 각 상임위원회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5개 조례안 심사 보류를 결정했다.
현재까지 개정·폐지 조례안 심사가 보류된 기금은 사회복지기금, 시립예술단진흥기금, 체육진흥기금(이상 문화복지위원회 소관), 메디시티기금, 중소기업육성기금(이상 경제환경위원회 소관) 등 5건이다. 심사 보류에 따라 5개 기금 합계 약 718억 원의 일반회계 전환이 불투명해졌다.
지난 19일 문화복지위원회(위원장 김재우)는 ‘대구광역시 사회복지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심사 보류했다. 조례안은 노인복지, 장애인복지, 기초생활보장 분야로 구분해 관리하던 사회복지기금을 노인복지, 장애인복지는 폐지하고 기초생활보장(자활기금)만 남기는 걸 골자로 한다.
조례안 대로면 현재까지 약 111억 원 적립된 기금 중 65억 원이 일반회계로 전환돼 홍 시장의 채무 감축 정책에 사용될 계획이었지만, 문복위가 제동을 건 것이다. 문복위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어렵게 마련한 기금을 일반회계로 전환할 경우 제때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을 짚으며 시간을 두고 조례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20일에는 ‘대구광역시 시립예술단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대구광역시 체육진흥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도 심사 보류했다. 각각 시립예술단진흥기금, 체육진흥기금의 조성 근거가 담긴 조례안으로 기금 관련 조항 삭제가 주요 내용이었지만, 심사 보류됐다. 현재 시립예술진흥기금 3억 3,000만 원, 체육진흥기금 336억 원이다.
경제환경위원회(위원장 이태손)는 19일과 20일 잇따라 기금 폐지 조례안 2건을 심사 보류했다. 19일에는 메디시티기금을 폐지하는 내용이 골자인 ‘대구광역시 보건의료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 심사를 보류했다. 메디시티기금은 메디시티 대구 조성 및 첨단의료복합단지 입주기관 지원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8월 기준으로 225억 원이 적립되어 있다.
20일에는 ‘대구광역시 중소기업육성기금 특별회계 설치 및 운용 조례 폐지조례안’이 심사 보류됐다. 중소기업육성기금은 관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융자 등을 위해 마련된 기금으로 8월까지 2,872억 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 중 2,721억 원이 대여 상태이고, 62억 원은 펀드에 출자한 상태다. 기금이 폐지되면 당장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은 89억 원 정도다.
경환위는 메디시티기금이나 중소기업육성기금이 폐지될 경우 기금으로 이뤄지던 사업들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며 심사를 보류했다. 특히 중소기업육성기금은 해마다 500~600억 원 가량 지역 중소기업인들에게 융자금으로 지원됐는데, 기금이 폐지돼 채무 감축에 사용되면 융자 사업이 줄어들 우려가 제기됐다.
대구시는 기금 폐지와 상관없이 기금 목적 사업은 일반회계로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지만, 의원들의 의견은 다르다. 홍 시장의 채무 감축 의지가 큰 만큼, 조례로 목적 사업을 정해놓지 않은 일반회계가 될 경우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조례안이 9월 정례회 중 의결되지 않으면 올해 연말 편성 가능성이 언급되는 3차 추경에서 기금 폐지에 따른 예산안 마련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례 폐지 후 기금을 일반회계로 전환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시간이 충분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구시 관계자는 “기금 근거 조항이 폐지되어서 결정되면 예산안 만드는 기금운용계획안 심사 과정이 있다”며 “(10월로 조례안 처리가 미뤄지면)의회에 미리 안을 제출해야 하는 일정이나 절차를 생각하면 넉넉하진 않다”고 말했다.
이번 회기에 대구시가 폐지를 위해 조례안을 제출한 기금은 남북협력기금, 사회복지기금, 인재육성기금, 양성평등기금, 시립예술단진흥기금, 체육진흥기금, 솔라시티기금, 메디시티기금, 중소기업육성기금, 농촌지도자 육성기금 등 10개다. 이중 남북협력기금, 솔라시티기금 폐지안은 상임위를 통과했고, 농촌지도자 육성기금(20일), 인재육성기금, 양성평등기금(21일)은 상임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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