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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사원 공사중단 1년 6개월간의 긴 시간 동안 너무 많은 과제가 남겨져 있지만, 그 어느 것도 해결된 것이 없는 가운데 여전히 불필요한 오해가 증폭되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이슬람사원을 둘러싼 혐오차별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슬람사원의 완공일까요? 혐오차별을 발화시킨 북구청의 공식적 사과일까요? 이슬람사원 공사를 온몸으로 막아서고 있는 주민들의 성찰일까요? 혐오차별로 고통받고 있는 무슬림 유학생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응원일까요?
수많은 과제가 산재해있는 가운데 현재 이슬람사원 공사가 일부 재개되고 있지만, 제가 보기에 이슬람사원 건립,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슬람사원 건립이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도 없습니다. 이슬람사원 건립이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권활동가의 입장에서 이슬람사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주요한 과제는 두 가지입니다. 가장 먼저 한국 사회가 이슬람사원 건립과정에서 가해진 무슬림 유학생들에게 가해진 혐오차별, 존엄성 훼손에 맞선 연대와 치유입니다. 또 하나는 이슬람사원 공사 중지 행정명령으로 인해 혐오차별을 발화시킨 북구청의 공식적 사과 그리고 이를 통한 주민과 소통, 최소한의 합의될 수 있는 상호 간 존중입니다.
이 두 가지 과제, 그 어느 것도 가벼운 것은 없습니다. 녹록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족한 지역 인권시민사회의 의지와 역량으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왜곡된 의식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주민들과 직접 대면할 수밖에 없고, 공공기관 또는 기업이 아니라 주민과 직접 대면은 인권시민사회가 좀처럼 겪어보지 않았던 상황입니다.
주민들이 인종적, 종교적 혐오차별을 쏟아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인종주의자’라거나 ‘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민은 여전히 지역사회에서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야 할 주체이자 무슬림 유학생들과 거리에서, 가게에서 만나고 부대껴야 할 분들이기에 언젠가는 함께해야 할 분들임을 분명히 믿습니다.
무슬림 유학생들과 인권시민사회단체가 지난 1년 6개월 동안 기다렸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법의 결정’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법의 결정으로 주민들이 마음을 돌리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소망했습니다. ‘법의 결정’을 통해 이슬람사원 공사의 명분을 축적하는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대화의 시간이기를 바랬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끝내 무조건적인 ‘이슬람사원 건립 불가’를 고수했습니다. 무슬림 유학생들이 주민을 만나 대화하기도 부지기수였으며, 가가호호 방문하며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경북대 교수들도 제자들과 함께 주민과 직접 대화도 여러 번 가졌습니다. 북구청에서 제안한 3차례 공식적 대화의 장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구체적인 실체나 대안이 없는 대체 부지의 주장이 반복됐습니다. 현재 이슬람사원 공사 현장을 북구청이 매입을 할 터이니, 대체 부지는 무슬림 유학생들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인 북구청이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기보다는 주민과 무슬림 유학생간 갈등을 부채질하고 북구청 책임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것에 집중하였습니다. 덧붙여 주민에 대한 설득과 대화의 일차적 책임은 북구청이 책임져야 할 문제이며, 인권시민사회단체는 북구청이 책임을 지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상황은 두 가지 과제를 수행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조건입니다. 그래서 저는 “무슬림 유학생들에게 가해진 혐오차별, 존엄성 훼손에 맞선 연대와 치유”가 가장 우선되어야 할 과제라 생각됩니다. 이슬람사원 건립과정에서 벌어진 인종적·종교적 혐오와 차별 그리고 폭력, 한편으로 이슬람사원 건립반대 그 자체가 혐오차별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주민이 이슬람사원을 공격하며 지적한 소음, 냄새는 민원성 문제입니다. 방음벽 설치, 골목길 절대 정숙, 일정 시간 이후 마당 사용 금지 등 주민과 이슬람사원 사이의 합의를 통한 규칙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를 혐오와 차별 그리고 폭력의 문제로 재생산하고 증폭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 5월에는 무슬림 유학생들에게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지난해 6월부터는 혐오 세력과 합세해서 무슬림 유학생들을 탈레반으로 규정하거나 무슬림이 가부장적 종교이며 경북대 후문을 이슬람 기지화한다는 억지 논리로 몰아세웠습니다. 그리고 최근 집회를 가장하여 공사 차량 진입을 막아서며 직접 건설자재를 옮기는 무슬림 유학생들에게 갖은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면서 공사를 방해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 1년 6개월간 무슬림 유학생들에게 가해진 혐오차별, 이 때문에 무슬림 유학생들의 존엄성 훼손이 너무나 크고 깊습니다. 무슬림 유학생에게 가해진 혐오차별을 풀어가기 위해 일차적으로 이슬람사원 건립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슬람사원 건립이 무슬림 유학생들을 한국 사회가 존중하고 그들이 그토록 원하며, 종교적·인종적 자존감을 존중하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슬람사원 건립이 되더라도 주민들이 무슬림 유학생에게 가하는 갈등과 혐오가 당장에 풀어지기에는 요원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한참 시간이 흘러 이슬람사원이라는 물질체가 주민들도 존중하기를,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새롭게 무슬림 유학생들과 주민간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는 과정이 되길 실낱같은 기대를 합니다.
너무 먼 길입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먼 것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어렵고 힘들지만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주변을 살피면서 차분히 앞을 바라보면서 조금씩 나갈 때입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