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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대구의료원 기능 강화를 목적으로 의료원에 새로 경영기획본부를 꾸리고 경북대병원 위탁 추진을 본격 준비하기 시작했다. 대구의료원은 최근 경영기획본부 외부 공모 절차를 마무리했고, 대구시도 경북대병원 위탁 추진 등을 담당할 직원을 파견했다. 시민사회단체는 경북대병원 위탁만으로 대구의료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뚜렷한 청사진 없는 경영기획본부 운영이 관치 행정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의료원은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채용 절차를 거쳐 구본탁 전 홍준표 대구시장직 인수위원을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채용했다. 대구의료원 공고문에 따르면 본부장 임기는 2년으로 ‘대구의료원의 혁신적인 기능 강화 방안’을 위한 전담조직(경영기획본부)을 이끈다.
대구시는 경영기획본부장 채용과 맞춰 공무원 파견 계획을 수립했다. 계획에 따르면 대구시는 올해 8월 16일부터 내년 8월 15일까지 1년 시한으로 5급, 7급 각 1명을 경영기획본부로 파견한다.
이들은 경영기획본부 아래 신설되는 미래전략팀에 배치되고 5급은 팀장으로서 대구의료원 조직 및 인사관리 업무 총괄 및 개선 체계 마련과 경북대병원 위탁 추진의 세부방안 협의 등을 담당한다. 보건직인 7급은 권역책임의료기관(경북대병원) 및 지역책임의료기관(대구의료원) 연계 체계 강화, 조직진단·직무분석 등 체계적 경영시스템 구축 지원을 포함해 대구의료원 인식 개선 홍보 업무 등도 맡는다.
대구시는 경영기획본부를 통해 2026년까지 대구의료원 공공성 및 신뢰성 강화 사업을 추진한다. 대구시는 290억 원을 들여 전문의를 최대 80명까지 확보하고, 488억 원을 투여해 의료시설과 장비도 확충할 계획이다.
대구시가 인수위원 출신 경영기획본부장과 공무원을 파견해 대구의료원 기능 강화에 본격 나섰지만 외부에선 우려의 시선이 여전하다. 특히 이번 본부장 인선과 공무원 파견의 목적이 대구의료원의 경북대병원 위탁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려는 더 크다.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는 23일 성명을 내고 “경북대병원 위탁은 옥상옥에 불과하다”며 “대구시 책임 회피 수단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경북대병원이 대구의료원 역량 강화를 책임질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연대회의는 “경북대병원 또한 민간병원과 유사하게 수익 중심으로 운영하고 진료하다 보니 무늬만 공공병원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이런 대학병원에 위탁하는 것은 공공의료를 포기하고 민영화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에 경북대병원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이전 위탁되었던 의료원의 사례에서도 대부분 수익을 앞세웠고 공공성 훼손 사례가 많았다”고 짚었다.
이어 “위탁으로 병원 간판을 교체한다고 해서 잠깐은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환자치료 역량에 대한 의문점을 해소하지 않는 한 대구의료원 역량 강화는 공염불”이라며 “그저 의사만 충원되면 된다는 식인데, 이것도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응급 및 심뇌혈관 환자들이 대구의료원에서 제대로 치료받는다는 사회적 신뢰를 구체적인 방안을 선행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선행 조치 없이 막연하게 대구의료원 진료 역량 강화를 경북대병원에 맡기는 것은 대구시의 책임 회피이자 경북대병원의 안일한 행위”라며 “대구시와 대구의료원, 경북대병원은 대구의료원 역량 강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과 로드맵을 공개적으로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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