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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대구시는 환경부를 포함해 지난 4월 체결한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에 관한 협정’ 대상 기관 5곳에 협정 해지를 통보했다. 대구시는 협정 해지와 함께 안동댐에서 직접 물을 취수하는 이른바 ‘맑은 물 하이웨이’ 정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안동댐에서 직접 취수하는 방안은 이미 여러 차례 검토된 사안이어서 그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경상북도와 구미시도 잇따라 입장을 밝히고 안동댐 취수 방안이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검토됐다고 밝혔다.
홍준표 시장의 대구시장 선거 공약이기도 했던 ‘맑은 물 하이웨이’ 정책은 이름에서 확인되듯, 거대한 물길, ‘물 고속도로’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안동댐에서 대구로 물을 가져오기 위해선 영주댐에서 안동댐, 임하댐, 영천댐과 운문댐으로 이어지는 도수관로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 길이가 약 147km로 추정된다. 4월 체결한 협정에 따라 해평취수장에서 대구로 이어지는 도수관로 45.2km의 3배가 넘는다. 비용도 해평취수장은 4,500억 원으로 추정되지만, 안동은 1조 4,000억 원으로 3배가 넘는다.
맑은 물 하이웨이는 홍 시장이 2021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을 때부터 주장하던 정책이다. 당시에는 ‘워터 네트워크’로 명명됐고, 한강수계의 충주댐부터 경남 물금·매리취수장까지 약 200km 도수관로를 잇는 구상으로 소개됐다. 홍 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를 ‘제2의 낙동강’으로 소개했다.
지난 11일 권기창 안동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홍 시장은 “구미공단 때문에 대구시민 250만이 고통받은게 몇 년인데, 이런 식으로 구미시에서 갑질을 하면 구미시는 제치고, 안동하고 직접 연결하면 된다”며 “수자원공사에 제의를 하니까, 수자원공사는 적극 찬성이더라”고 전했다.
이어 “댐물 관리하는 게 수자원공사이니까 관로를 설치하면 비용의 70%는 수자원공사가 댄다. 30%는 국가가 댄다. 관로 만드는데 1조 4,000억 원 정도 드는데 대구시가 대는 것도 아니고 안동시가 대는 것도 아니”라며 국비 사업 추진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과거에도 검토됐지만 무산된 안동댐 취수
비용과 갈수기 안동댐 하류 취수 문제로 좌초
2009년의 홍준표도 “안동댐 하류 식수 부족” 언급
하지만 실제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몇 가지 난관이 있기 때문이다. 경상북도나 구미시도 그 난관을 언급하며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상북도는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2010년 구미와 안동댐이 검토됐으나 경제성이 부족한 것으로 결론 나 무산된 이후 뚜렷한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다가 2018년 낙동강 수계 전체에 대한 물관리 방안 마련에 나서면서 해결 물꼬를 텄다”고 밝혔다.
이어 “2018년 정부와 영남권 시도지사 합의하에 구미와 임하댐을 대상으로 물 관련 전문기관의 연구·검토를 거친 결과 구미 광역 취수장이 있는 구미 해평면이 타당한 것으로 결론 났다”고 덧붙였다.
18일 구미시도 “권영진 전 대구시장이 안동 물을 이용할 줄 몰라서 해평취수장을 이용하겠다고 협정에 나선 것은 아니”라며 “홍 시장의 ‘맑은 물 하이웨이’ 구상은 이미 환경부의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 용역의 3가지 안에 포함된 유사 안으로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제척된 안”이라고 밝혔다.
2009년 홍 시장 본인도 안동댐 취수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적이 있다. 당시 대구에선 2008년 3월과 2009년 1월 낙동강이 페놀에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다이옥신이 권고치를 초과해 검출되면서 취수원 이전 논의가 일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해 3월 6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홍준표 당시 원내대표는 “대구에서 160㎞ 이상 떨어져 있는데다 안동댐 하류 지역의 식수 부족 문제 등이 있고, 지자체 간 분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안동댐 취수를 부정적으로 언급했다.
실제로 당시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김범일 당시 대구시장이 안동댐으로 취수원 이전을 추진한다고 밝힌 후 경상북도는 갈수기에 안동댐 하류 지자체 취수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2009년 2월 24일자 <한겨레> 보도를 보면 “안동댐에서 하루 60만t을 취수하면 물이 부족한 갈수기에 하류 쪽 취수장에서 물이 모자라면 어떻게 하느냐”는 경상북도 공무원의 우려가 소개된다.
낙동강에서 취수를 포기할 경우 낙동강의 오염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그해 3월 18일 성명을 통해 “취수원 이전 대상지로 선정한 안동댐과 영주 송리원댐, 구미 선산 낙동강을 검토해봐도 각종 개발제한으로 인한 지역민 반발,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대구시가 하루 150만 톤 이상 물을 사용해 하류 지역 수량 부족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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