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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삼덕초등학교 배구부에서 만 25년간 근무한 학교운동부 지도자가 대구교육청 공무원들로부터 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일로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교육청은 담당 과장에겐 책임을 묻지 않았고, 피해자에게 직접 폭언을 한 동부교육지원청 장학사만 주의성 경고 처분을 했다. 대구교육청 측은 폭언성 발언은 인정하면서도 학교운동부 관리 업무의 연속성에 있는 사안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18일 오전 9시 30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학비노조)는 대구교육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구교육청이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하 대구노동청)으로부터 받은 공문에 따라 개선지도 사항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대구노동청에서 전달된 조직 개선과 피해자 보호 대책을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교육청 담당 과장, 해당 학교 교장에게 음해성 발언
담당 장학사는 ‘배구부 해체’, ‘예산 삭감’ 압박
학교운동부 지도자 A 씨는 지난 2월 대구교육청의 체육 담당 부서 B 과장과 C 동부교육지원청 장학사를 대구교육청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노조에 따르면 B 과장은 A 씨가 일했던 학교장에게 전화해 ‘코치가 돈을 받고 아이들을 팔아먹는 것을 알고 있느냐?’, ‘교장 선생님은 코치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또한 학교장이 이미 10점을 부여한 연계 진로 진학 항목을 ‘0점’ 처리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C 장학사는 A 씨를 찾아와 ‘삼덕초 학생선수를 대구일중으로 진학시키지 않으면 배구부를 해체할 수 있다, 예산을 삭감할 수 있다. 우리는 위에서 오더를 받고 내려왔다’ 등의 발언을 했다. 노조는 이 또한 B 과장의 지시 하에 이뤄진 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구교육청 감사관실은 신고 접수 후 B 과장 당사자 조사 없이 법령·매뉴얼 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학교 운동부 관리 업무의 연속성으로 보인다는 것이 대구교육청의 판단이다. 반면 동부교육지원청은 C 장학사의 과실을 인정해 주의·경고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노조는 A 씨에 대한 직접적인 대면 폭언이 없었다는 이유로 B 과장이 C 장학사와 달리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인정되지 않는 것을 두고 문제로 지적한다. 또한 조사 과정에서 대구교육청이 객관적인 사실관계 조사,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 가해자에 대한 징계 조치 등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신고 내용을 가해자에게 누설하기도 했다고 주장한다.
이후 A 씨는 4월 29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제출했다. 대구노동청은 대구교육청이 정해진 조사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다시 조사하도록 공문을 보냈다. 대구교육청은 자체 조사를 진행했으나 B 과장의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19일 대구노동청은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전문위원회’를 개최했으며, 지난 9일 대구노동청은 대구교육청에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전문위원회에서 제시된 지도사항 관련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대구노동청이 대구교육청의 개선 지도사항 이행 결과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을 최종 판단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대구노동청이 대구교육청에 전달한 개선 지도사항은 ▲피해근로자 의견을 청취하여 피해근로자 보호 대책 마련 ▲행위자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 개선을 위한 교육 또는 코칭 프로그램 이수 지시 ▲대구교육청 내 교육공무직(학교운동부 지도자, 초등 스포츠 강사 등 강사 직종 포함) 전체를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실시, 조사 내용은 피해자 소속 노동조합인 학비노조 대구지부와 협의하여 진행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조, 학교운동부 지도자 고용불안 때문
대구교육청, “업무 연속성···노동청 지도 개선 성실 이행”
노조는 이 사건의 근본적 원인은 학교운동부 지도자의 불안정한 고용 형태와 대구교육청의 잘못된 학교운동부 운영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는 학교운동부 지도자의 고용불안을 이용해 상급학교 진학률을 높이려 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학교운동부 코치 무기직 전환하는 경북, 대구는? (‘21.08.27.))
임성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지부장은 연대 발언을 통해 “학교 체육부장으로 오래 근무했다. 어린 시절 같이 운동을 했어도 누군가는 체육교사가 되고, 누군가는 비정규직 코치가 된다. 이런 관계 속 위계가 갑질 문화를 만들었다. 교육하는 곳에서 만큼은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희 학비노조 대구지부장은 “삼덕초 배구부 학생선수 학부모들도 나서서 두달 간 1인 시위를 통해 교육청의 파행적인 체육 교육을 비판하고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법으로 시행되고 있음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교육청의 행태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부서 자체 조사와 감사관실 조사 두 번에서 모두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노조와 달리 업무 연속성으로 본 측면이 크다. 대구노동청에서 전달된 지도 개선 내용 공문의 마감은 10월 31일이다. 교육청 차원에서도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