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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신경과 의사 김진국이 7월 초 출간한 <인공지능시대와 인문치유>(도서출판 뜻밖에) 출판기념회가 수성구 범어동 박물관 ‘수’에서 열렸다. ‘주술, 의술, 예술에 대한 시론’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신화시대부터 기계 인간이 출현한 인공지능 시대까지 의술의 진보에 바탕한 인문교양서다.
저자는 서문 ‘인공지능시대의 인간성 구원을 위해서’에서 “마침내 인류의 문명사회를 가능케 했던 철학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인문주의마저 시든 꽃과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 같다. 그렇다면 인문주의 이후의 인간을 위한 대안은 무엇이며, 그를 뒷받침하는 사상적 기반은 무엇일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1부 주술 편은 4가지 주제에서 가장 긴 이야기다. 의술의 출발로 본 신화시대부터 근대 의학 등장 전까지 주술에 기댄 의술의 다양한 모습을 그렸다. 주술 편 첫 번째 이야기 ‘의술의 원형’에서 김진국은 “단군신화의 신화소는 복을 구하고 화를 피하려는 우리 민족의 종교적 심성의 원형을 형성하는 한편, 의술과 치유문화의 원형으로 반만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군신화, 바리데기 설화, 정령신앙 등을 예로 들면서 ‘삼국유사’뿐만 아니라 황석영의 소설 ‘바리데기’, 백석의 시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 최명희의 ‘혼불’ 같은 문학작품을 들어 주장을 뒷받침한다. 저자가 각주로 인용한 자료 말고도 본문에 나오는 총 29편의 문학작품은 책 뒤편에 따로 적었다.
2부 의술 편은 14세기부터 17세기까지 유럽을 휩쓴 ‘페스트’와 지금의 ‘코로나’ 이야기를 시작으로 기계 인간, 휴머니즘의 종말과 같은 과학기술이 가져다준 새로운 시대를 설명한다. 의술 편 4장은 ‘인간 이후의 인간(Post-Human)’으로 휴머니즘의 종말과 그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생명체가 실험실 시험관에서 만들어질 때부터, 인간의 장기가 기계 부품처럼 갈아 끼워지고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서 장기가 서로 호환될 때부터 고전적인 인간의 존엄이라는 것은 빛이 바랜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3부 예술 편에서는 ‘뇌’만으로 존재할 수 없는 인간, 과학주의의 한계 등을 들며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고 인문 치유를 제시한다. 결론인 신명 편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세상을 구원하는 건 아름다움, 바로 예술이라고 말한다.
4부 신명 편은 도스토옙스키의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하리라”와 니체의 “예술을 통해 스스로를 구원하는 것이 삶이라 한 것”에 더해 공자의 말 ‘예에 노닐다’를 끌어왔다. 작가는 이를 “인문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이라 말했다.
김진국은 1960년 대구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뇌공학의 윤리적 쟁점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남대학교 영남의료원에서 신경과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현재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지부에서 신경과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2020년부터 경북대학교 대학원 인문카운슬링학과에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시대의 몸·삶·죽음>, <기억과 상식>, <나이듦의 길>(이상 한티재), <기억의 병-사회문화현상으로 본 치매>, <어리석음의 미학-도스또예프스끼의 간질병과 예술혼>(이상 시간여행)이 있다.
정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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