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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구 랜드마크와 같았던 대구백화점이 지난해 7월 1일자로 운영을 중단한 후 1년의 시간이 지났다. 문 닫은 대구백화점 활용 방안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도 잠시 다뤄지기도 했다. 대구백화점 활용 방안은 대구의 명물인 동성로의 미래와도 연결되어 있어서 시민적 관심사이기도 하다. 대구 시민들의 ‘대백’은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어야 할까?
“주상복합이든 아울렛이든 뭐가 됐든 빨리 들어왔으면 좋겠어. 떡하니 자리 차지하고 있는데 폐업하고 일 년 넘게 닫아만 두니 우리 입장에서 좋을 게 뭐야. 큰 거 하나 들어와서 다시 북적북적하게 사람 모아줬으면 하지”
대구백화점 뒷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갑수(가명, 63) 씨는 대구백화점 영업이 부진하던 5년여 전 부터 폐업까지 1년이 다르게 상권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김 씨는 “처음 장사를 시작했던 10년 전에는 그래도 대구백화점에서 사람들이 돈을 썼다. 대구에 현대, 신세계 같은 대형 백화점이 들어오면서 조금씩 기울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코로나19 때 직격타를 맞았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밥 먹으러 오는 것도 점점 줄다가 그때부턴 아예 없어졌다”고 회상했다.
지난 10일 오후 찾은 대구백화점 본점 앞은 간혹 약속을 위해 기다리는 시민들이 있을 뿐, 유동인구 자체가 많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가는 사람은 바쁜 걸음걸이로 백화점 앞을 지나쳤다. 맞은편 상가도 한가로웠다. 문을 닫아 놓거나 ‘임대 문의’ 현수막을 걸어 놓은 점포도 여럿 보였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전부 비어있는 건물도 있었다. 동성로 야외무대 바로 옆의 유니클로 매장이 있던 건물 1층도 빈 채로 방치돼 있었다.
대구백화점 앞 계단에 서서 친구를 기다리던 김연지(대학생, 23) 씨는 “별생각 없이 친구와 ‘대백 앞에서 보자’고 했다. 만난 다음에는 삼덕동 카페골목에 가기로 했다”며 “대구백화점에 대한 추억은 별로 없는데 어릴 때부터 시내에서 놀 땐 꼭 여기서 만났던 것 같다.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대백 앞’이라는 명칭을 쓸 수 없겠다 싶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대구백화점 바로 앞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수현(가명, 22) 씨도 “주말에 비해 평일이 몇 배로 한가하다. 대구백화점이 문을 닫기 전에도 코로나19 때문에 손님이 없어서 그다지 큰 변화는 못 느낀다”며 “길거리에 사람은 많은데, 대부분 지나가는 사람들이라 장사가 잘 안된다. 친구들도 삼덕동이나 봉덕동, 클럽 골목 같은 동성로 외곽으로 많이 간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 “뭐든 빨리 들어왔으면”
중구청, 중구의회 손 놓고 있는 상황
지역사회 적극적 개입 필요하다는 주장 나와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현 상황에서 대구백화점 본점 부지에 들어올 것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주상복합이다. 10일 오후와 11일 오전에 걸쳐 <뉴스민>이 만난 대구백화점 인근 상인 8명은 주상복합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카페를 운영하는 이현지(가명, 53) 씨는 “여기 말고 다른 동네에 카페를 하나 더 운영하는데, 이 자리만 운영했으면 진작에 망했을 것”이라며 “주상복합이 들어오면 이 골목 자체도 좀 숨통이 트일 것 같다. 어쨌든 사람들이 출퇴근하면서 돈을 쓸 테니 어떤 물건을 팔든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또 다른 카페를 운영하는 김현식(가명, 39) 씨는 “이 동네가 더 이상 사람들이 지갑을 여는 곳이 아닌 느낌”이라며 “유동인구가 많은 상업시설이 들어오면 좋겠다. 돈을 쓸 생각으로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 늘어야 한다”고 아울렛과 같은 상업시설에 더 무게를 실었다.
부부 사이에서도 뜻은 갈렸다. 뭐든 빨리 들어오길 바란다는 김갑수 씨는 그래도 주상복합 보단 상업시설에 무게를 실었다. 김 씨는 “주상복합보단 왔다 갔다 하면서 돈을 쓰는 백화점이 훨씬 낫다. 롯데나 신세계가 인수해서 아울렛이 들어와도 좋을 것 같다. 이 골목에 주상복합이 들어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냐는 말을 우리(주변 가게들)끼리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그의 부인 이미화(가명, 60대) 씨는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 들어온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다. 사람들 입주할때까진 시간 좀 걸리겠지만 어쨌든 상권 살지 않겠나”며 “확정된 계획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동네 상인들 생각해서 구청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준호 동성로상점가상인회장은 “상인회 입장에선 대구백화점이 동성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대구를 대표할 수 있는 좋은 시설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상업시설 중에서도 아울렛이나 복합 쇼핑센터가 들어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무엇보다 지금 가장 중요한건 매각 절차가 빨리 마무리되는 것이다. 매각 절차가 계속 미뤄지면서 인근이 휑해지고 있다. 일단 10월 말까지는 기다려보고, 계속 미뤄지면 상인회도 의논해서 움직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상인들은 마음이 조급한 반면, 중구청과 중구의회는 대구백화점 부지가 사유지라는 이유를 들며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8대 중구의회 의장을 지낸 권경숙 중구의원(국민의힘)은 “지난 의회에서 대구백화점 부지와 관련해 이야기가 나온 것은 전혀 없다. (매각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의회에서도 딱히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중구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매각이 완료되지 않아 아직은 우리가 해당 부지에 대한 의견을 낸 건 없다. 허가와 관련해 건축주택과가 움직이고 있는 정도”라며 “건축심의위원회가 열리면 문화재 보호나 민원 발생 여지 등을 고려해 의견을 낼 순 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지역에서도 일부에서만 대구백화점 활용 방안에 지역사회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경숙 중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구청장 의지에 따라 인허가 과정에 충분히 지역사회가 의견을 낼 수 있는데 지금은 너무 소극적이다. 전체적인 도시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게 지자체가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동성로는 주거공간보다 상업공간과 관광지로서 역할을 해 왔다. 상권 자체를 살려야 하는 상황에서 대구백화점 부지에 주상복합이 들어오면 골목 성격 자체가 바뀐다. 주상복합을 지어서 1,000세대가 들어오는 것보다 10만 유동인구를 끌어올 방법을 고민하는 게 맞지 않겠나”고 주장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대구백화점 부지를 시민의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당시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장 후보는 선거 공약 중 하나로 대구백화점 부지를 청년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언급했다. 세부적으로는 대구백화점 부지를 e스포츠 경기장과 광장을 포함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청년창업센터, 청년일자리센터, 청년재단 등 청년을 위한 센터도 만들겠다고 발언했다.
반면 대구백화점 부지보다 바로 앞의 야외무대 공간을 어떻게 유지하고 가꿔 나갈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권상구 시간과공간연구소 이사는 “대구백화점 부지를 공공이 매입해야 한다거나, 그 자리에서 공공적 가치를 찾는 건 현실성이 없을 뿐더러 중요하지도 않다. 사적 부지일 뿐 지역 시민들에게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 않다”며 “그보다 주상복합이 들어온다면 지자체가 광장을 더 크게 만들도록 조건을 달거나, 차량 진입량이 늘어날 경우의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식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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