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사람 최경환 vs 경산의 사람 배윤주

[편집자 주] 콘크리트.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곳이라고도 한다. 선거철만 다가오면 대구경북은 타 지역 진보개혁 진영의 ‘공공의 적’이 된다. 대구경북에도 새누리당을 ‘타도’하겠다고 다른 옷을 입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건 아니다. 4.13 총선 대구경북 출마자 131명 중 34명, 무소속을 빼면 17명이 그 사람들이다(3월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 기준). 가뭄에 단비처럼 대구경북 유권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내어준 ‘새누리 브레이커’들을 매일 만날 예정이다.

오는 총선에서 ‘친박 감별사’ 새누리당 최경환이라는 골리앗에 맞서 경산에 출마한 다윗이 있다. ‘경산 사람’ 정의당 배윤주(36).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도 후보를 내지 않았다. 무소속 후보조차 없다. 그가 바라고 꿈꾸는 경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떤 마음으로 출마했나
여성이 아니더라도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죠. 그렇지만 제게 정치는 먼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국회의원이 되지는 못했지만, 외삼촌이 경산지역에서 활동한 야당 정치인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YS(김영삼)와 DJ(김대중)와 함께 걸어가는 모습도 봤고, 선거를 치르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러면서 야당기질이 알게 모르게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경상병원 싸움을 겪으면서 표출됐죠. 우리나라의 불합리한 현실과 차별을 몸소 겪으면서 말이죠. 어렵지만 경산에서 진보정치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어요. 꼭 제가 중심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경산에 진보정치의 싹을 틔우는 데 일조하고 싶었죠. (배윤주 후보의 외삼촌은 지난 2013년 별세한 김경윤 전 한나라당 경산청도지구당 위원장이다. 마지막은 한나라당에서 몸담았으나, 14대 총선에서 이 지역에 민주당 후보로, 15대 총선에서는 통합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경상병원 싸움을 겪으면서 야당기질이 표출됐다고 하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거죠?
지금은 이름이 바뀌었죠. 경상병원과 인연은 1999년부터였어요. 대학 2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2002년 3월에 입사했어요. 그때도 병원 내 비리 문제가 터질 기미가 보이기는 했지만…저는 병원 데스크에서 환자분들 안내하고 예약 잡는 일을 했어요. 항상 밝게 웃고, 미치도록 열심히 일했어요. 오후 4시쯤이면 힘이 다 빠져서 몇 시간 동안 입을 닫고 있을 만큼요. 정말 환자가 많았어요. 덕분에 친절 모범 직원으로 뽑혀서 해외여행도 다녀왔죠.(웃음)

그런 병원이 경영비리로 부도를 맞았을 때, 너무 안타까웠죠. 병원 재단이 부산사람이었는데, 지역의 피 같은 돈 긁어서 부산으로 가지고 가서 말아먹은 데 대한 배신감도 있었어요. 그렇게 2006년 경영비리 싸움을 하면서 노조에 가입했다. 이후 2010년 파산 투쟁하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죠. 용역경비가 파란 옷을 입고 병원을 둘러싼 모습…우리뿐만 아니라 경산시민들도 아프게 했죠. 병원이 문을 닫아서, 세명병원 혼자 환자를 감당해야 했어요. 경산시민에게 의료공백을 안겨준 것은 시민을 아프게 한 거죠.

출마자가 둘 뿐이라 당선확률이 50%다. 당선 이후 입법활동도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 1호 법안으로 제출하고 싶은 게 있다면?
선거운동을 하다가 ‘귀족노조’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대학생을 2명 키우기 위해서 얼마를 벌어야 할까?’라고 물어봤죠. 그분이 한 4~500만 원은 벌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대답했어요. 맞아요. 4~500만 원은 벌어야 제대로 살 수 있죠. 200만 원 버는 집에 대학생이 있으면 학자금 대출부터 받고 시작해요. 빚쟁이로 시작하죠. 그러면 경제가 흘러가겠느냐고. 실제로 생활임금을 좀 받아야죠. 특근에 잔업까지 해서 그 임금을 받는 다. 어떻게 귀족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 대답했어요.

임금피크제도 50대 급여를 깎아서 청년에게 주겠다고 하는데, 그게 맞느냐는 거에요. 그러면 고액연봉자들부터 동참해야죠. 국회의원이 받는 1억4천만 원부터 반으로 깎아야죠. 국회에 들어가면 그것부터 할 거예요. 기타 활동비 보전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죠. 먼저 헌신하고 봉사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해요. 불평등을 해소하고 정치권이 특권을 내려놓는 계기가 될 거라고 봐요.

경산지역을 위해서는 어떤 공약이 있나
공공산후조리원을 첫 번째로 꼽았어요. 경산시 슬로건이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인데요. 아이 낳으면 축하금 준다고 가능할까요? 출산 이후 상황이 중요하죠. 고액의 산후조리원은 부담되지만, 혼자 몸조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도우미를 부르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경산에는 공공산후조리원이 없어요.

산후조리원, 무상보육, 무상교육. 한 아이를 낳았을 때 출산과 동시에 경산이 시스템을 마련하면 좋겠어요. 태어남과 동시에 국가로부터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야 해요. 아이 낳았다고 해서 빚을 갚아가서는 안 되죠. 저도 큰 아이 때는 병원에서 나온 이후 집에서 아이를 봤어요. 둘째를 낳고는 큰 아이가 있으니 산후조리원에 갈 수도 없어서 산후도우미를 불었어요. 시민들, 그녀들이 어깨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경산이 되면 좋겠어요.

지역에서 만나 본 새누리당에 장점이 있다면?
솔직히 없어요. 막연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 논리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지지자들이 있고. 정말 힘들게 살면서도 가진 자를 위한 새누리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 저도 엄마랑 많이 싸웠는데…그것 또한 그분들 책임이 아니죠. 국가가, 언론이 그렇게 만들었죠. 언론에 보도되는 것들을 보면 얼마나 진실한가. 눈을 뜨면 티비를 보고…그런 언론을 접하는 그분들을 탓하거나 모른다고 할 수는 없어요. 자신들이 새누리여야 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죠. 사실 그런 부분을 보면 가슴이 좀 아파요.

최경환 후보와 1대1 구도가 됐다. 새누리당과 정의당이 정면으로 맞붙는다.
1대1 구도가 되면서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 시민들은 잘 몰라요. 후보가 둘밖에 없는데, 한 명이 잘 안 다니고 있으니까 말이죠.(웃음) 예비후보 등록을 1월 18일에 하고, 바람을 일으키고 싶었어요. 그런데 혼자 다니니까 선거 분위기가 안 나더라고요. 설 지나고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청도를 제외하고 나면 경산이 전국 투표율에 꼴찌를 기록했더라고요. (19대 총선 당시 전국평균 투표율은 54.2%, 경산·청도는 51.9%, 경산은 49.9%를 기록했다)

이 지역 보수정당, 기득권에 대한 피로감이죠. 시민들은 투표 안 해도 될 건데 하는 감정이 생기는 거구요. 꼬챙이만 끼워도 당선된다고 하니 열심히 투표해야 할 필요가 없는 거죠. 기대가 없어지는 것은 상당한 문제라고 봐요.

새누리당에 대한 피로감도 있지만, 사실 진보정당의 꾸준함이 부족했던 이유도 있다. 진보정당은 매번 총선 때마다 후보가 바뀌었다. (19대 총선에 통합진보당 윤병태, 18대 총선에 진보신당 김영수, 17대 총선에 민주노동당 손일권 후보가 출마했다.)민주당계 후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이 저를 후보로 추천한 거죠. 저는 경산에 뿌리박고 살 수밖에 없어요. 여기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녔고, 직장도 경산에 있죠. 다음 선거 이야기를 한다면 사실 상당히 부담스럽지만, 경산을 떠날 일이 없죠. 지역에서 끊임없이 역할을 할 생각이에요.(그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경산시의원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뿌리가 여기 있고, 이미 많은 일을 저질렀는데 이후 어떤 역할도 하지 않을 수는 없죠. 노동조합에서도 대구경북에 거는 기대가 많아요. 노조 활동도 어렵지만, 많은 노동자들이 힘을 보탰어요. 노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진보정당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또 있죠. 선거 이후에도 역할을 꼭 할 생각이에요.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시민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경산 시민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여자네, 젊네, 이야기해요. 국회의원 선거는 있는 사람이 나가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부잣집 딸인가 보네, 많이 배운 사람인가 보네라는 이야기를 제일 많이 들어요. 많이 배운 사람들이, 가진 사람들만 정치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평범한 여성이었고, 직장을 얻어서 생활하는 사람이 하는 정치 말이죠.

다른 점이 있다면 불합리함을 마주했을 때, 용기를 내서 싸웠던 선택이 있었던 거죠. 경산에서 소외당하는 사회적 약자에게 희망이 되는 경산을 만들고 싶어요. 현장을 다녀보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경로당을 돌아다니면서 보니까, 거기 오는 사람들은 그나마 나은 축에 속해요. 종일 파지 줍고, 부양의무제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에서 누락되는 어르신들. 이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정치, 그게 경산에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