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년)>가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청률은 1화 0.9%로 출발해 10화 15.8%까지 상승했다. OTT 통합검색 및 콘텐트 추천 플랫폼 키노라이츠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4주 연속 통합 콘텐츠 랭킹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드라마를 방영한 채널 ENA가 케이블인 데다가 신생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무척 고무적인 성과다.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보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 요인은 재미와 감동을 살린 설정과 전개, 배우들의 호연도 있지만, 살인과 음모, 배신,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등 온갖 자극적인 요소로 가득한 국내 드라마 흐름과 다른 따뜻한 감성을 자극하는 설정도 큰몫을 차지한다. 이 드라마에서 선한 주인공이 복수를 달성하기 위해 악당보다 더 독해지거나 악한 짓을 벌이지 않는다.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천재적 지능을 가진 우영우(박은빈)가 다양한 사건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해 매번 위기를 헤쳐 나가고 좋은 결과를 내지 않는다. 때론 실패를 겪고 좌절하기도 한다. 영우의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고 상호작용의 문제가 크게 불거지는 탓이다. 영우의 장점은 IQ 164에 엄청난 양의 법조문과 판례를 정확하게 외우는 기억력, 선입견이나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장점이 무색할 정도로 약점이 도드라진다. 감각이 예민해 주변의 큰소리에 불안해하고 행동이 조화롭지 못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언어적·비언어적 의사소통과 사회성 상호작용의 문제, 제한된 관심, 행동, 활동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증상의 종류와 범위, 기능은 다양하고 영우처럼 일반인보다 더 뛰어난 기억력이나 시·지각 능력을 가진 사람도 있다. 법학대학원을 수석으로 졸업할 정도의 인지적 능력을 가졌다면 변호사의 업무를 보는 데는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이다. 드라마처럼 다른 변호사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짚어내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은 변호사로서의 능력보다 자폐증상에 주목한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동화에 가깝다. 자폐를 가진 변호사가 대형 로펌의 지지 속에 유능한 변호사로 성장한다는 내용은 세상을 희망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것이다. 드라마의 등장인물 가운데 선명한 악당은 없다. 사건을 둘러싸고 암투가 벌어지지도 않는다. 영우를 질투하는 권민우 변호사(주종혁)는 소악당에 불과하다. 영리하고 생존을 위해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 그는 주변에 충분히 있을 법한 인간 군상이다.
드라마는 마음을 중요하게 보는 법의 진정성처럼 사람들의 마음속 상처에 주목한다. 배경이 법정인 만큼 소송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지만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신입 변호사 영우는 의뢰인을 변호하면서 세상을 경험하고 주변인은 새로운 시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영우를 지켜보면서 틀에 박힌 규칙을 새롭게 바라본다. 법정의 승패보다는 당사자들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힘을 기울이거나, 행복을 찾기 위한 조언을 해준다.
배우 박은빈의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지만 조연 배우들의 역할과 연기도 매력적이다. 시니어 변호사 명석은 자폐인 변호사에 대해 의심을 품지만 사건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영우를 높이 산다. 맞는 말에 수긍하며 군말 없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 나중에는 우영우의 사직서까지 반려하며 든든한 지원군이 돼준다. 동료 변호사 수연은 ‘봄날의 햇살’처럼 영우의 편에 선다. 특히 명석은 영우와 연애하는 이준호(강태오)와 다른 매력을 뿜어낸다. 현실에서 나타나주기 바라는 상관이나 사수의 이상향이다.
따뜻하지만 진부하기도 한 설정이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평가는 호평이 지배적이다. 현직 변호사들도 호평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향한 불편한 시선은 존재한다. 조광희 변호사는 <경향신문>을 통해 암기력 좋고 성실하면 변호사는 될 수 있으나, 사회성 부족을 이유로 들어 조력자가 없다면 변호사 업무 수행은 위험하다고 썼다.
전날 <경향신문>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40%가 고교 졸업 후 진학이나 취업을 못한다는 통계를 인용해, 진학·취업을 하지 못한 학생들이 지역사회에서 어디로 가는지 파악하고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사의 제목은 <현실 속 우영우, 아직은 먼 얘기>다.
<중앙일보>는 <“이건 내 얘기 아냐”>라는 제목으로 “우영우의 ‘서번트 증후군’은 자폐 당사자 중에서 극히 드물어 내 얘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고 비판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후천적 질병으로 지적장애가 후유증으로 남았다는 인터뷰이는 “배우 박은빈이 연기하는 우영우로 인해 다른 자폐성 장애인분들과 많은 장애인분들이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우리 곁의 우영우’와 같은 주제를 예상했는데, 정작 장애 당사자들은 드라마를 보고 우려 등 양가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비장애인으로서 무지했다는 반성이 드는 대목이다. 하지만 가상의 인물을 그려낸 드라마를, 장애인의 행동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연기한 배우를 논쟁 대상을 삼아야 하는가, 라는 물음이 남는다. 극복해야 하는 건 장애인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방송업계의 태도가 아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향한 열광은 놀라운 실력과 천재성으로 자폐를 극복한 장애인이라서가 아니다. 100만 명에 한 명꼴로 나타나는 초감각적 능력의 서번트 증후군이 발현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자폐를 바라보는 세상의 편견에 부딪혀 좌절하는 영우가 변호사로서 의뢰인을 위해 고민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공감되기 때문일 것이다.
극복해야 하는 건 드라마가 현실과 얼마나 닮아 있느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우리의 현실이 세상의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영우가 드라마를 찢고 나와 세상을 극복하고 연애도 할 수 있는 세상은 드라마에 과몰입하는 것으로 변화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손선우 전 영남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