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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같은 달콤함은 없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임기를 시작하고 꼬박 한 달이 지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 달은 ‘홍준표’라는 인물이 이끌어갈 대구시의 방향이 압축적으로 드러난 시간이었다. 방향은 첫날부터 확인됐다. ‘행복한 시민, 자랑스러운 대구’를 구호로 내걸었던 ‘대구시청’은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 대구’를 구호로 내건 ‘동인동 청사’로 바뀌었다.
시장이 사는 곳은 6억여 원을 들여 산 수성구 소재 아파트 ‘관사’에서, 8억여 원을 들여 새로 산 남구 소재 아파트 ‘숙소’로 바뀌었다. 시장의 출근 시간도 오전 10시로 변경되면서 시청 공무원들의 아침 풍경도 바뀌었다. 저녁 풍경도 마찬가지다. “공무원 야근 좋게 안 본다”는 시장의 뜻에 따라 과장 결재를 득하면 되던 야근은 국장의 결재를 득해야 가능해졌다.
변화는 시청 밖으로도 뻗어 나오고 있다. ‘대구시청’ 앞 광장에는 ‘집회·시위는 시청사 부지 경계선 밖에서만 허용됨을 알려드린다’는 시장 명의 알림글과 함께 경계선이 처졌다. 시장과 시청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 1인 시위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던 시민들은 경계선 밖으로 밀려났다. “시청 청사 내 들어와서 1인 시위하는 것은 부당하니 시청 청사 밖에서 1인 시위 하라고 원칙적인 지시”를 시장이 내린 결과다.
일방통행식 변화, ‘독고다이’ 행보에 대한 우려는 ‘못된 기사’가 되거나 ‘기득권 카르텔’로 낙인찍힌다.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찌라시’ 또는 ‘페이크 뉴스’가 된다. TBC의 대구 슬로건 변경에 대한 집중 보도를 두고 홍 시장은 “악의적 보도”, “기득권 카르텔이 뭉쳐, 시장을 흠집 내려는 것”으로 강변했고, ‘못된 기사’로 낙인찍히면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란 본보기도 보였다. 연합뉴스의 ‘못된 기사’에는 단말기를 반납하고 약 1억 원의 비용도 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언론이 ‘못된 기사’, ‘찌라시’, ‘페이크 뉴스’로 낙인찍히는 사이 또 다른 견제의 한 축은 스스로 ‘손을 들었다’. 대구시의회는 청부입법이라는 내·외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구시 입맛에 맞는 조례를 스스로 발의하고, 의결했다. “집권당 내부의 당정회의를 거쳐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된 것을 의석 한 석 없는 군소 정당이 공격한다고 해서 이를 받아 적어 청부입법으로 보도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라는 시장의 지원 사격 아래서다.
모두 딱 한 달 동안 벌어진 일이다. 앞으로도 수많은 변화를 그는 예고하고 있다. 시청 안과 시청 밖 일부, 언론과 대구시의회 정도로 퍼져 있던 변화는 이제 대구 시민 전체를 향하고 있다. 당장 9월로 예고된 대구시 추경예산이 가져올 파급은 어느 정도일지 예상되지 않는다. 대구시는 올해 연말까지 5,000억 원의 채무를 갚겠다고 밝혔고, 그 구체적 방안을 9월 추경을 통해 드러내 보일 전망이다. 시장의 예산 ‘칼질’은 시민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킬까. 대구시장의 넘치는 자유와 활력은, 대구 시민들에게도 넘실댈 수 있을까.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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