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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가 구성원의 교내 현수막 게시를 과도하게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도 불구하고 학내에 게시된 학교 비판 현수막을 철거했다. 현수막을 게시한 노조는 인권위 권고를 무시한 조치라며 반발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는 26일 최근 불거진 경북대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현수막 3개를 학내에 게시했다. 노조는 현수막 게시에 앞서 경북대 본부에 게시 승인을 요청했지만, 본부는 내부 방침인 ‘현수막 게시 및 관리방법’을 근거로 게시를 불허했다. 노조는 해당 방침에 따른 게시 불허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여겨, 불허에도 불구하고 교내에 게시했다. 해당 현수막은 당일 철거됐다.
경북대 ‘현수막 게시 및 관리방법’에 따르면, 경북대는 ‘사실 왜곡·과장, 허위사실 적시 등으로 대학에 대한 불신감을 유발하고 학교질서를 문란하게 할 위험 요소가 있는 홍보물’에 대해 게시를 불허할 수 있다.
하지만 경북대의 해당 방침은 인권위가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방침이다. 지난해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경북대지회는 현수막을 무단 철거한 경북대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는 이를 받아들여 이달 초 경북대에 대책 마련을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결정문을 통해 “불명확한 규범에 의해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면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망라하여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규제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구성원이 자신의 표현 행위가 금지될 것을 우려해 민주사회에서 허용되는 범위 내에 있는 사회적 정치적 주장을 드러내기를 주저하거나 포기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불신감을 유발하고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현수막 게재를 불허하고 철거한 행위는 과잉금지원칙 위배”라고 밝혔다.
분회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대학에서 더이상 불명예스러운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게시한 현수막”이라며 “인권위 결정 내용을 알고 있다. 불명확한 기준으로 불허하거나 무단 철거하면 인권위 권고 취지를 어기는 것이다. 다시 게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대는 인권위 권고와 관련해서는 이행계획 마련을 준비 중이다. 다만 이번 현수막 게시 불허와 관련해서는 학생 권익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경북대 교무처 관계자는 “확정된 사실이 아닌 수사 중인 내용이 담겼다. 학생의 권익 침해 소지도 있어서 게시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