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곡정수사업장 사망사고, ‘사이안화수소’ 검출 경위 의문

전문가, "자연발생 물질 아냐···유례 없는 일"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정수장에서 나온 적은 처음"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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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상수도사업본부 죽곡정수사업장에서 발생한 가스 중독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사이안화수소가 사고 현장에서 검출된 경위를 규명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사이안화수소가 자연발생 물질이 아니어서 이번 사고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고, 실제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발생한 질식에 의한 중대재해에서도 사이안화수소에 의한 사고는 확인된 적이 없다.

지난 20일 정수사업소의 산재사고가 알려진 후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이 ‘사이안화수소’로 지목된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수사업소의 사업 성격과, 사이안화수소의 합성 과정 등을 고려할 때 정수사업소 저류조에서 사이안화수소가 측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동석 대구가톨릭대학교 보건안전학과 교수는 “정수사업장에서 사이안화수소는 나올 수 있는 물질이 아니”라며 “그런 물질이 폐수 형태로 강에 유입되어야 검출될 수 있는 거지, 다른 형태로 만들어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관수 영남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도 “사이안화수소는 탄소와 질소의 합성이라 자연적으로 합성되지 않고, 고온·고압파에서 일부러 제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나올 수 없는 물질이라 정수장에서 나왔다니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사이안화수소가 쓰이는게 보통 니켈 등을 도금할 때 윤이 나게 하기 위해서 쓰인다. 만약 중수도(폐수 재활용시설)를 쓰는 과정에 폐수가 들어왔더라도 농도가 너무 높다”고 덧붙였다. 죽곡정수사업장은 중수도로 활용되지 않고 공업 용수만 일 9만 톤 가량 공급하지만, 사고 당시 소방안전본부가 측정한 사이안화수소 농도는 47ppm으로, 치사량 50ppm에 육박했다.

과거 사례에서도 사이안화수소가 질식 중대재해에서 확인된 사례는 없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 받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치 질식에 관한 중대재해 의견서를 보면 사고 원인은 황화수소(28.50%)가 가장 많다.

그 다음으로 산소 결핍(23.83%), 일산화탄소(20.21%), 질소(10.36%)가 82.9%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사고 원인으로 사이안화수소가 나온 적은 없다. 김정섭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장도 “저도 사이안화수소가 저류조에서 나온 것은 전국적으로 이번 사고가 처음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측정이 잘못됐을 가능성은 없을까?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저희가 현장에 진입할 때도 어떤 가스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하니까 먼저 복합가스측정기를 활용해 가스를 특정했다. 여기서 사이안화수소 수치가 높게 나왔고, (사이안화수소) 전문측정기를 들고 현장에 진입해 농도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사이안화수소 외에 다른 물질도 검출됐다. 대구지방환경청 화학안전관리단은 현장에서 사이안화수소 외에 포스핀과 황화수소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소방 조연차량이 사고 현장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는데 차량 후단에서 측정했기 때문에 현장과 농도와 물질 비중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유관기관(대구지방고용노동청, 대구지방환경청, 경찰)은 현장에서 채취한 시료에 대한 분석과 참고인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광역중대재해관리과 근로감독관은 “사이안화수소가 나온 것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 수질검사와 정밀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아무래도 저류조다 보니까 냄새가 났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정확하게 어떤 물질의 냄새인지는 확인 과정이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20일 오전 9시 45분께 대구 상수도사업본부 달성군 다사읍 죽곡 정수사업소에서 정화조 청소를 위해 하청업체 직원 2명이 투입됐다가, 이중 한명이 사이안화수소에 중독돼 사망했다. 이를 구하려던 사업소 소속 공무원 2명도 가스에 노출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전 맨홀 뚜껑을 2시간 정도 열고 환기는 했지만, 작업 전 가스 측정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대구상수도사업본부는 대구시 조례상 대구시장 소속 하에 설치한 사업본부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조사 중이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