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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며 글을 쓰는 친구가 있다. 하루 5시간, 주 5일 일하면 한 달에 150만 원 좀 넘는 돈을 받는다. 사장님은 친구에게 온전히 카페를 맡기고 외출할 수 있게 되자, 월급에 꼬리처럼 달린 몇천 원을 만 원으로 셈해주었다. 친구는 “몇천 원이라도 더 들어오는 마음이 고마워서 열심히 했다”고 자주 말했다.
친구가 카페에서 잘린 건 올해 초였다. ‘코시국(코로나19 시국)’을 버텼지만 바로 옆에 키오스크 3대로 무장한 테이크아웃 전문점이 들어오자 버티지 못했다. 사장님은 가게를 리모델링하는 김에 친구에게 그만 나오라고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최저임금이 올라서, 사장님도 힘들어서 그리고 기계가 사람의 노동을 대체해서 친구는 일자리를 잃었다.
고작 3~4년 사이 사람의 인사 대신 키오스크의 복잡한 화면이 빠른 속도로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다. 지난달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기준 경제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면 업종의 직원 수가 큰 폭으로 줄었다. 대표 업종인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종사자 수가 5년 새 10만 명 가까이 감소했다. 배달주문이 확대되고 키오스크 도입 등 무인 매장이 빠르게 증가한 영향일 것이다.
다음은 서빙로봇이다. 곧 ‘음식 나왔습니다’ 소개하며 테이블에 접시를 놓아주는 점원을 대체할 것이다. 수저통을 찾는 이에게 테이블 옆을 가리킨다거나, 어린아이가 있는 테이블에 아이 전용 의자를 가져다주는 일을 로봇은 하지 못한다. ‘음식이 너무 맛있어요’, ‘단골인데 단무지 좀 더 주세요’ 같은 말을 알아듣지도 못한다.
무인화 기계에 가장 먼저 대체되고 있는 이들은 청년, 중년여성 등 단시간·저임금 일자리 종사자다. 이들의 노동 대부분은 플랫폼 기업이 흡수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2021년 플랫폼 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에 따르면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플랫폼 종사자는 전체 취업자의 8.5%인 약 220만 명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체 플랫폼노동자 중 청년층의 비율은 55.2%로, 절반 이상이다. 그럼에도 플랫폼 노동의 실체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쿠팡은 그렇게 자랑하는 국내 최대 고용 인원의 정규직과 계약직 비율을 밝히지 않으며, 일용직(단기직) 숫자는 아예 공개하지 않는다. 2020년 기준 쿠팡의 퇴사율은 93.4%다. 빠르게 늘고 있는 배달 종사자의 노동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배달업 종사자는 42만 8,000명으로 2019년(34만 9,000명)과 비교해 20% 이상 늘어났지만, 이들은 플랫폼노동자라는 이름에 묶여 근로기준법조차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상황은 가속화될 것이다. 비교적 노동조합이 잘 조직된 마트 노동자마저 무인계산대에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지난 12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마트가 본격적으로 무인계산대를 확대하려 하면서 계산원들이 발령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계산대에 배치된 직원에게 일이 몰려, 노동강도가 오히려 강해졌다”고 밝혔다. 마트노조는 전국 19개 샘플 지점에서 시행 중인 ‘셀프계산대 확대 방침’을 본사가 전 지점으로 확대할 거라 예상한다.
회사는 빈자리에 사람을 뽑지 않는 대신 무인계산대를 둠으로써 인건비를 아끼고 계산 노동은 손님에게 전가할 수 있다. 마침 ‘소비자가 코로나19로 비대면을 선호한다’는 적절한 핑계도 있다. 사람 대신 기계를 쓰는 만큼 아낀 비용이 노동자에게 가지 않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계산원의 임금은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이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보수는 2018년 약 36억 원에서 지난해 38억 원으로 늘었다.
산업 구조상 서비스직 종사 비율이 높은 대구의 타격은 더욱 크다. 대구시가 신산업으로의 산업구조를 전환하겠다 외치는 사이 밀려난 이들의 노동은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길 위를 전전하고 있다. 카페에서 잘린 뒤 적당한 새 아르바이트를 찾기 전까지 친구는 쿠팡 물류센터와 배달의민족 도보배달에 나갔다. 친구의 상황은 플랫폼 기업이 말하는 것처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해서’ 정말 좋아졌을까. ‘국가로봇테스트필드를 기반으로 서비스로봇 중심 도시로 도약하겠다’는 대구시의 포부가 씁쓸하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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