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장애인 사망 거주시설서 과거 학대 정황 확인돼

종사자가 장애인 올라타서 누르거나 목을 조르기도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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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장애인 사망 사고가 발생한 대구 달성군 소재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과거 또다른 장애인 학대 정황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기사=달성군 한 장애인시설서 방치된 장애인 질식사(‘22.7.1))

<뉴스민>이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달성군 A 시설에 대한 대구시와 달성군의 인권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는 사망 사건 이외의 다른 거주인에 대한 추가 학대 정황이 담겼다.

대구시·달성군이 대구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함께 2021년 8월 A 시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권실태조사 결과, A 시설 종사자 B 씨가 2020년 5월 A 시설 거주 장애인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헤드락)을 통해 상처를 입혔다.

종사자 B 씨에 대해 A 시설은 자체 징계 절차를 추진했지만, 징계 절차 진행 도중 B 씨가 퇴사하면서 별도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구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시설장이나 종사자가 당시 장애인이 다친 사실과 관련해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지 않은 점을 장애인복지법이 규정하는 사회복지 종사자의 장애인 학대 신고 의무 위반 사례로 파악했다.

A 시설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혼자 근무하던 상황에서 생활인이 마당으로 뛰어 내려갔다. 사회복지사가 다른 거주인을 돌봐야 하니까 따라 내려갔는데, 거주인이 또 멀리 가려고 했다. 계속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까 빨리 데리고 올라가려고 하던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사회복지사도 약간의 찰과상을 입었다”고 당시 상황을 해명했다.

2020년 사건 이외에도 A 시설에서는 2014년 종사자에 의한 거주인 폭행 사실도 확인된다. <뉴스민>이 입수한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종사자 C 씨는 시설 거주 장애인이 두유곽을 분리수거 하려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었다.

C 씨는 장애인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어깨와 목을 누르거나 장애인에게 올라타서 누르는 방법으로 피해 장애인의 얼굴, 등, 목 부위에 상처를 입혔다. C 씨는 피해 장애인을 5분 이상 눌렀는데, 이때 피해 장애인이 울면서 고통을 호소했고 그 장면을 다른 장애인들이 목격했다. C 씨는 피해 장애인을 방에 보낸 뒤 문을 잠갔고, 방 안에서 ‘쾅, 쾅’ 소리가 나는데도 이를 무시했다. 피해 장애인은 방 안에서 문과 벽을 치다가 제5중수골 골절상을 입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해 신체에 상해를 입혔다. 고통을 호소하는 장면을 최소 5분간 다수 장애인에게 노출했다”며 “힘으로 제압당한 장애인을 방에 보낸 뒤 문을 잠갔고, 피해자가 방 안에서 ‘쾅, 쾅’ 소리를 내는데도 즉시 조치하지 않았고, 통증을 호소했음에도 신속한 의료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종사자는 격렬한 저항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과도하게 피해자를 제지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교사가 설득 등의 평화적 해결 수단이 아닌 맞대응 방식으로 장애인에게 상해를 입힌 점, 피해자가 폭행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해나 다름없는 행위를 하는데도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점은 장애인 시설 종사자의 기본적 책임을 수행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종사자뿐만 아니라 A 시설에 대해서도 소극적 후속 조치, 미흡한 의료 조치, 늦장 보고, 1인 지원 근무 등에 따른 장애인에 대한 보호 의무에 소홀한 것으로 판단했다.

종사자 1명이 중증장애인 최소 6명 이상 담당
장애인 단체, “장애인 시설 특성상 학대·사고 불가피”

A 시설에서 여러 차례 장애인 학대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해당 시설 종사자 1명이 돌보는 장애인이 최소 6명 이상인 점이 지목된다. 거주 장애인들이 중증 발달장애인 위주인 점을 고려하면, 종사자의 업무 부담이 상당하다고 추측할 수 있다.

대구시와 A 시설 설명에 따르면, A 시설은 종사자가 20여 명, 거주인은 30여 명이다. 여기에서 사무직 등을 제외하고 24시간 교대근무 상황을 고려하면, 주간에는 종사자 최대 2명, 그 외에는 종사자 1명이 장애인 최소 6명 이상을 돌보게 된다.

종사자 없이 장애인이 방치된 상황에서 휠체어 벨트에 목이 졸려 사망한 지난해 사건에서도 담당 종사자는 동시에 돌봐야 할 장애인이 너무 많았다고 호소한다. 14일 오전 해당 사건으로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종사자에 대한 결심 공판이 열렸고, 이 자리에서 변호인은 ” 과실을 인정하나, 이러한 사건이 일어난 맥락이나 업무 시스템에 대한 제반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변론했다.

변호인은 “한 방에 계시는 7명에서 10명의 장애인을 1명의 사회복지사가 돌보는 시스템”이라며 “한 방이 아닌 여러 방과 목욕탕, 거실에 있는 장애인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계속 살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나오는 A 시설에서 벌어진 사고 당시 현장 평면도.

지역 장애인 단체는 장애인 거주 시설의 폐쇄성, 격리성, 집단성과 같은 특징 때문에 장애인 학대나 사고가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정주리 다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장애인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시설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로, 시설의 폐쇄성, 격리성, 권력불평등성을 고려하면 사고가 나도 은폐되기 쉬운 상황”이라며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복지시설 종사자를 온정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지시설 종사자의 책임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사망 사건에서 종사자만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데, 종사자나 법인의 책임과 주의 의무와 관련한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다뤄지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짚었다.

또 “시설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문제는 높은 비율로 종사자에 의한 사건”이라며 “집단 시설 특성상 벌어지는 일로, 거주 장애인이 시설을 나와 살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