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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회가 홍준표 대구시장이 추진하는 공공기관 통폐합 추진 선봉장에 선다. 공공기관 통폐합에 필요한 조례 발의 요건을 갖추진 못한 대구시를 대신해 대구시의원들이 조례를 발의하기로 한 것이다. 시정의 적절성을 살피고 견제해야 할 의회가 제 역할을 하는 대신 대구시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3일부터 대구시의회는 294회 임시회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본회의를 통해 회의 일정을 의결했고, 14일부터 상임위원회별로 부서 업무보고를 받는 등 일정을 수행한다. 대구시의회에 따르면 이날 본회의 전까지 대구시로부터 접수된 의안은 ‘대구광역시 감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등 4건이다.
지난 12일 대구시가 발의한다고 밝힌 대구시 산하 출자·출연기관 임원 및 정무직 공무원 임기 관련 조례안이나 도시브랜드를 파워풀 대구로 변경하는 조례안 뿐 아니라 공공기관 통폐합에 필수적인 조례안도 접수되지 못했다.
대구시의회 의사팀 관계자는 “임원 임기 조례는 오늘 접수되고, 통폐합 조례는 의원 발의로 진행된다. 도시브랜드 관련 조례는 시장 발의로 갈지 의원 발의로 갈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본회의 이후에도 의장 결제를 통해 상임위에 안건을 회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의회 회의 규칙에 따르면 의안은 회기 개시 10일 전까지 의회에 제출되어야 하고 의장은 의안이 발의되거나 제출된 때에는 이를 의원에게 배부하고 본회의에 배부한 후 상임위에 회부해야 한다. 다만 긴급을 요할 경우엔 10일 전 제출 기한을 지키지 않아도 되고, 폐회 또는 본회의 휴회 중에는 보고를 생략하고 상임위 회부가 가능하다.
대구시는 조직개편안을 제외한 공공기관 통폐합 등의 조례안 제출 요건을 회기 개시 10일 전까지 마련하지 못했고, 본회의가 개회한 이날 오전까지도 조례안 접수가 되지 않은 상태다. 조례안 마련까지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문제해결을 위해 의원 입법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했고, 의회가 여기에 부응하고 있다.
대구시의회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재우, 김태우, 류종우, 김정옥, 박종필, 윤권근 의원 등 6명이 통폐합 관련 조례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2일까지 예정된 이번 회기 중에는 13일, 19일, 22일에만 본회의가 열리고 나머지 기간은 휴회여서 이 기간 중 조례가 발의되면 의장이 직권으로 상임위에 회부할 것으로 보인다.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은 “시장이 변화와 혁신을 하려는 과정인데 도와줄 건 확실히 도와주고 세부적으로 더 검토를 하자는 방향”이라며 “시에서 발의를 하면 약 40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한참 걸리는데 그 사이 통폐합은 시행될 것이고 조례는 통과는 안 되는 뒤죽박죽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건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만규 의장은 “지적되는 문제들은 논의를 하면서 추후에 행정감사 등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통폐합을 하더라도 고유 기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산을 덧씌우는 수준이다. 우려가 있지만 우려할 수준이라고 보지 않는다. 우산을 씌우고 성격이 다르면 분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만규 의장은 지난 4일 의장에 당선된 후 기자들과 만나서 공공기관 통폐합은 옥석을 가려 추진할 수 있도록 의회가 살필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당시 이 의장은 “(공공기관 통폐합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맞지 않는 부분도 상당히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충분히 의논해야 할이지 독단적으로 해선 안되지 않겠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의회 내·외부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구시의원은 “큰 틀에서 공공기관 통폐합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왜 이렇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추진하려는지는 모르겠다”며 “일부 의원들 사이에 불만이 있고, 때문에 조례에 서명하지 않는 의원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중대한 시정 변화이고, 의회가 면밀히 들여다 봐야 하는 내용임에도 거수기 역할을 자처하는 꼼수 의원 발의는 당장 멈춰야 한다”며 “그렇게 될 경우 해당 의원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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