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기 시작 전부터 대대적으로 예고했던 홍준표 대구시장의 시정 및 공공기관 개혁이 구체적인 자료에 기반한 논의와 합의 없이 추진돼 공직 사회에 줄 세우기, 길들이기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워풀’한 추진에 공직 사회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한 후 대구시는 다방면에서 ‘개혁’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국대과 기조에 따라 행정기구를 개편하는 조례안이 대구시의회 심의를 앞두고 있고, 공공기관 통폐합 추진에 따라 여러 기관장이 자의 반 타의 반 사직 의사를 밝히고 있다.
대구시 출자·출연기관 임원과 정무직 공무원의 임기를 시장과 일치시키는 조례안도 준비됐고, 임원들의 연봉은 1억 2,000만 원을 상한으로 정하며, 대구시가 운영하는 각종 위원회도 정비하기로 했다. 유연근무제 확대를 명분으로 초과근무 결제 허들을 높이기도 했다. (관련기사=초과근무 허들 높인 대구시···“정말, 홍준표식” 부글부글(‘22.7.11))
하지만 ‘개혁’이란 이름으로 추진되는 조치가 구체적인 데이터나 자료를 통해 분석되거나 논의되지 않은 채 ‘시장의 방침’에 기대 추진되는 모습이다. 때문에 해당 조치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는 별개로 적절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지난 6일 대구시가 51개 위원회를 정비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도 해당 51개 위원회의 구체적인 데이터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히기도 했고, 임원 연봉 상한도 현재 임원들의 평균 연봉이라는 이유 외에 왜 1억 2,000만 원인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지난 7일과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화두만 던지고 관련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공공기관 길들이기, 줄 세우기로 충분히 비추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복지연합은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위원회 통폐합 발표가 부실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2일에는 연봉 상한으로 정한 1억 2,000만 원이 임의적 기준이라고 짚었다.
복지연합에 따르면 위원회 통폐합 발표 후 대구시는 ‘통합·폐지할 위원회를 검토 중이고 최종 숫자는 변동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1억 2,000만 원 상한에 해당하는 대구시 산하 기관장은 2021년 기준 29명 중 9명(31%)에 불과하다.
복지연합은 “전체적인 위원회 정비 방향을 인수위에서 제시했으면 취임 후 보도자료는 유동적인 내용이 아니라 시민의 알권리를 충분히 제공하는 완성된 내용으로 발표되어야 했다”며 “부실한 내용을 속전속결로 발표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필요할 때는 언제고 유명무실한 식물위원회로 만든 것은 대구시 공무원인데, 공모를 통해 참여한 민간위원에게 한 마디의 사과도 없는 것은 홍준표 시장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의 문제”라고 짚었다.
또 “퇴직 공무원이 산하 공공기관에 가는 경우가 허다해 역량보다 ‘시장 줄서기’, ‘자기 사람 심기’, ‘내정설’ 등 비판도 강하게 상존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이런 점에서 연봉상한제 도입은 단순히 임금 삭감과 통폐합의 수단이 되어선 안 되며 임원의 역할과 역량을 점검하고 적정 임금의 논의 합의를 이끌어갈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의 개혁 방향성에 불만을 제기하는 기관장도 확인된다. 대구시 조직개편으로 면직 대상에 오른 이철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은 대구시가 요구한 사직원에 서명을 거부했다.
이철우 관장은 “콘서트하우스가 대구문화예술회관의 하부기관으로 편제되는 클래식 음악의 상황이 대구음악의 역사적, 세계적 상징성을 지닌 대구콘서트하우스의 권위가 격하되는 전문성이 고려되지 않은 결정”이라며 “조직개편을 인정하는 사직원 서명은 음악인의 양심상 허락하지 않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 관장은 “홍준표 시장님의 당선과 취임 후 기대감이 아직 크지만, 현재의 방식은 지나치게 과도하여 오히려 전문성과 역사적 성과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감의 표현”이라며 “개방형 공무원으로서 면직 명령은 수용한다”고 덧붙였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