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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해고 7년, 해고자들과 함께하는 노동자·시민이 연대의 힘을 모았다.
9일 오후 4시 경북 구미 산동면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에서 아사히글라스 해고 7년 집회 ‘들꽃의 연대’가 ‘비정규직이제그만’ 주관으로 열렸다. 2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집회에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를 비롯한 노동자·시만 400여 명이 참석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아사히글라스 투쟁 7년간 해고자들이 보여준 ‘연대’에 박수를 보냈고, 해고자들이 복직하는 날까지 함께 하겠다는 응원도 보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구미는 저의 첫 직장이었고 아들 김용균이 자란 곳이기도 하다. 추억이 있어서 애써 돌아보고 싶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일할 때 아사히글라스는 노동자가 좋은 대접을 받는 곳인 줄 알았다. 그런데 비정규직이 노조를 만들자 해고시키는 회사였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며 “아사히 동지들이 연대하는 모습을 보며, 다른 현장에서도 큰 힘을 받는다. 비정규직 동지들이 ‘내가 김용균이다’라고 외쳤고 제 가슴 속에도 벅찬 기운을 느꼈다. 우리 함께 힘 모아서 8주년이 되기 전에 아사히 동지들을 현장으로 복직시키자”고 말했다.
사드에 반대하는 소성리 주민들도 이날 집회에 함께 했다. 임순분 소성리 부녀회장은 “5년 전 우리 마을 소성리에 사드 기습 반입이라는 청천병력 같은 소식에 두려운 마음으로 마을회관 앞 길에 모여 있었다. 긴박한 그때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이 아래에서 사드를 막아서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는 잘 알지 못하는 사이였지만 누군가 우리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것이 느껴졌다”며 “소성리는 지금도 매일같이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를 하려 하지만 이는 요식행위다. 이 땅의 평화와 주권을 위해 함께 나서달라. 아사히 비정규직 여러분의 눈물겨운 투쟁을 우리 할머니도 응원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전화 연결을 통한 연대의 메시지도 도착했다. 일본 국철치바동력차노동조합 국제연대위원회 소속 오키야마 요시타다 씨는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의 투쟁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 징역형 판결은 역사적인 판결이었고 그 기쁨을 우리도 느낀다”며 “노동자의 연대가 만드는 기쁨은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쟁취할 계기가 될 것이다. 일본 동지들에게도 용기와 힘을 주고 있다. 우리도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응원했다.
마지막 무대에서 아사히글라스 해고자들의 몸짓 공연 이후 해고자들은 ‘들꽃, 꺾이지 않겠습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펼쳤다. 박성철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지난 7년을 함께한 동지가 있어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처음 노조에 가입했을 때 모든 게 다 잘 될 줄 알았다. 머리에 띠 두르고 구호도 외치고 현장에서 파업가도 불렀다. 우리 모두를 해고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 7년을 싸울 줄도 몰랐다”며 “지난 7년 투쟁이 힘들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게 됐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7년이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회사가 정규직 고용을 제안하면서 차헌호만큼은 안 된다고 했다. 우리는 모두 함께 가기로 했다. 22명 모두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으로 돌아가서 더 많은 투쟁에 나설 것이다. 우리 스물둘 들꽃은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언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30m 길이의 백지 현수막을 펼쳐 ‘사랑합니다’, ‘힘내세요’,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와 같은 해고자들을 향한 응원의 말을 썼다.
한편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2015년 5월 노동조합을 결성했다가 6월 문자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후 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9월, 법원은 해고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해고 노동자 손을 들어 아사히글라스에 고용 의사를 표시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아사히글라스는 항소했다. 2019년 2월, 검찰이 아사히글라스를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2021년 8월 법원은 아사히글라스 당시 대표에게 같은 혐의로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고발 6년 만에 나온 결과다. 현재 사측은 민·형사 소송 모두 항소해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