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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제2대구의료원 건립은 재검토하고 현 대구의료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난 3월 추경을 통해 마련된 제2의료원 시민 공론화 예산도 무용지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 시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제2의료원 건립은 강성 노조 주장의 부화뇌동”이라며 추진 의사가 없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5일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홍 시장은 “고통 없는 혁신은 없다. 타성과 관행, 체제 안위를 위한 모든 틀을 깨부수고 혁신하고 쇄신해야만 시민들에게 약속한 미래 번영, 혁신, 행복, 글로벌 대구의 비전을 이룰 수 있다”며 “거침없는 공직 혁신으로 변화와 대전환의 기반을 마련하고 대구 미래 50년을 설계하는 대원년의 담대한 걸음을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홍 시장은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아 넘겼다. 탐탁치 않는 질문은 ‘OO에게 물어보라’는 식으로 넘겨버렸고, 통합신공항 문제와 같은 입맛에 맞는 질문에만 장시간 답을 이어갔다. 제2대구의료원 건립 문제와 관련해서도 ‘인수위원회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반복하다가 거듭된 물음에 ‘우리나라 의료는 모두 공공의료’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특히 홍 시장은 현 대구의료원 강화와 관련해 인수위가 발표한 ‘운영방식 전환’ 방안이나 이미 예산이 마련된 제2의료원 건립 시민공론화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물음을 받고도 “민주노총이 전국에 요구한 공공의료원이 30개고 그중 하나가 대구”라며 “그걸 제대로 검증도 안 하고 부화뇌동하고 있다”고 답했다.
홍 시장은 “대구의 상급병원 의료 시설은 부산, 울산에 2배다. 대구만큼 대학병원 많은 곳이 어디 있느냐”라며 “(대구의료원) 기능 강화에 초점을 둘 거다. 우선 시민들 인식이 의료 질 나쁘고 싸구려는 아니라는 인식으로 바꿔야 한다. 응급진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가가 터무니없이 높다고 한다. 다른 병원은 보험 급여 안 되는 걸 많이 하기 때문에 높을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의료체계는 전부 공공의료”라며 “대한민국은 의료 민영화가 없다. 의료에서 번 돈을 상업적으로 자기들이 가져가지 못한다”고 이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홍 시장은 “일부 강성 노조에서 제2의료원 요구한다고, 거기에 부화뇌동해서 제2의료원 설립해야 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금 있는 의료원을 강화하고 투자하겠다. 시민 의료원이 제대로 기능 발휘하도록 하고, 서민 병원으로서 기능을 충실히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대구시는 제2대구의료원 건립 타당성 용역을 통해 제2의료원 건립을 결정하고 추경을 통해 4억 200만 원을 공론화 예산으로 마련했다. 이후 공론화 업무를 맡아할 업체 선정 작업을 추진했지만 현재는 멈춘 상태다.
공공병원대구시민행동 시민 서명 전달
“코로나19로 인해 시민들이 공공의료 소중함 느껴”
같은 날 오전 새로운 공공병원 설립 대구시민행동은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시장과 새로 개원한 대구시의회에 제2의료원 건립 추진을 촉구했다.
공공병원대구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동은 교수(계명대동산병원)는 “그동안 몰랐던 공공병원의 소중함을 대구 시민들은 이번에 직접 체감하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의료 붕괴 위기와 공공의료의 소중함을 같이 체험한 시민들이 제2대구의료원 설립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정당한 주장”이라며 “홍준표 시장이 시민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홍 시장은 대구의 상급종합병원이 많기 때문에 공공병원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얘기를 했다. 공공병원에 대해 잘 모르고 그렇게 얘기했다면 좀 더 공부를 하셔야 될 것 같고 알고도 그렇게 얘기했다면 현장에 와서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코로나19 사태를 맞아서 전체 코로나 환자의 70~80%를 열악한 상황에 있는 공공병원이 치료했다. 공공병원 말고 민간병원의 병상을 확보하기는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이어 “왜 홍 시장만 공공의료 강화 흐름에 역행하는 것인가. 정말 어이없는 얘기를 TV토론에서 했다”며 “대한민국 의료는 모두 공공의료라고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그건 저희가 바라는 유토피아다. 대한민국 의료는 이미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처럼, 건강마저 상품처럼 거래되고 있고, 많은 민간병원은 이윤을 내기 위한 무한 경쟁 속에 있다”고 힐난했다.
공공병원대구시민행동은 이날 기자회견 이전까지 제2대구의료원 건립을 촉구하는 시민 서명운동을 진행했고, 1만 6,984명의 동의를 얻었다. 대구시민행동은 시민 서명부를 바탕으로 대구시와 대구시의회에 면담요청서를 전달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