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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역 시민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지역집담회가 열렸다. 지난 4일 오후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대구지역상설연대단체 연석회의는 ‘지역연대운동 활성화를 위한 지역집담회’를 주최했다.
‘지역, 운동, 연대’ 세 가지 키워드로 진행된 이번 집담회에서는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민주노총 대구본부 등 각 단위별 주요 발제를 통한 평가가 이뤄졌다.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토론 ‘6.1 지방선거 평가, 지역 연대운동 어떻게 할 것이나’에서는 “각자 자신의 운동 영역에서 열심히 투쟁하지만, 모두가 같이 힘을 쏟아야 할 땐 모이지 않는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왔다.
집담회는 대구 중구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상상홀에서 열렸고, 사회는 김예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집행위원장이 맡았다. 이날 행사에는 30여 명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참여했다.
김예민 집행위원장은 “홍준표 시정 속에서 연대운동은 이전보다 더 중요해졌다”며 “실질적으로 얼굴을 맞대고 고민을 나누기 위해 단체 집담회를 첫 자리로 만들었다. 이후 시민들과 만나는 자리까지 준비할 예정”이라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첫 번째 발제를 진행한 이정아 민주노총 대구본부 사무처장은 “운동진영의 노선 충돌, 사업에서의 이견 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시적인 참가를 결정하지 못하는 과정이 되풀이된다.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내용을 공유하고 기자회견 연대 수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성했다.
따라서 “새롭게 구성해야 할 진보 정책의 프레임과 진보 사회의 비전이 변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중앙집중식 연대의 방식이 아니라 토대를 강화하고 지역을 강화하는 연대의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제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대구지역은 연대활동이 잘 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며 “장애 의제를 이야기할 때 우리 안에서도 불편한 지점이 생긴다. 탈시설과 관련해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몇 가지 이견이 있었고, 이동권에 대해선 최근 시민·정치권과 갈등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존재감이 생기며 이 운동을 어떻게 보여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발제했다.
조 집행위원장은 “홍준표 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50대 정책 안에 장애인 정책은 매우 부족하다. 시민 제안 사항으로 탈시설 관련 내용이 조금 들어가 있는 정도”라며 “장애인 관련 의제를 풀어나갈 때 시민사회, 노동, 여성, 이주노동자, 성수자 등 각 운동 진영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건의료 운동 과제에 대해 발표한 이정현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대표는 “코로나19라는 공동의 의제를 갖고 시민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제2의료원 설립과 대구의료원 역량 강화는 홍준표 시정에서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므로, 진주의료원과 같은 상황이 닥치기 전에 내용을 더욱 구체화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창호 대구경북차별철폐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은 “홍준표 시장은 선거 전 시민사회 단체와 모든 정책 협약을 거부했다. 집권하자마자 시민과의 토론, 조례 개정도 없이 18년 된 ‘컬러풀 대구’를 ‘파워풀 대구’로 바꿨다. 이 두 가지 마이웨이식 시정 사례를 통해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힘든 상황에 놓일지를 알 수 있다”고 발표를 시작했다.
서 집행위원장은 “지역 시민과 사회적 소수자들의 대중적 요구와 맞물려 가야 한다. 운동의 당위도 중요하지만 논리의 정합성이 더욱 필요한 시기이다. 토론과 논의를 통해 대중적 요구로서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민사회가 직장 내 성폭력 성희롱 구조, 체계의 현실을 잘 모른다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남은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실제 연대운동을 하면서 회의 결과와 행사 진행이 다르거나 결론을 내어놓고 회의를 진행하는 등의 경험을 했다”며 “공동의 연대활동을 위해선 눈높이를 맞추고 서로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 발제를 맡은 은재식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의제 중심으로 헤쳐 모여 연대, 이름만 올리는 연대 등의 방식 때문에 피로도가 누적됐다. 시민운동 전체의 위상과 기능은 갈수록 위축되고 전문성은 부족해진다. 전반적으로 위기 국면”이라며 “노동 배제, 보건복지 배제, 생태 후퇴 등 홍준표 시장 체제에서 연대운동 필요성은 더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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