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가 뿔났다’ 새누리계 3명에 도전장 내민 정정남

[인터뷰] 정정남 더불어민주당 달서구 제5선거구 시의원 후보

12:53

곽대훈 전 달서구청장이 국회의원이 되겠다며 구청장직을 사퇴하자, 새누리당에서는 9명의 후보가 달서구청장 자리를 노렸다. 대구시의원이던 김원구 전 예비후보도 시의원직을 사퇴하고 선거에 나섰다. 김원구 전 예비후보는 결국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했다. 그가 사퇴한 자리 달서구 제5선거구는 시의원 선거를 치러야 한다. 달서구 성당동, 감삼동, 두류1·2동, 두류3동 주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총 4장의 투표용지를 받아들게 됐다.

이 선거에는 일찍이 지용성 전 대구시의원(당시 한나라당)이 무소속으로 등록했고,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신원섭 전 달서구의원, 새누리당 달서구청장 공천 경쟁에서 탈락한 이관석 전 달서구 공무원이 무소속으로 등록했다. 실질적으로 새누리당계 후보만 3명인 곳에 ‘독거노인 목욕봉사’라는 특이한 경력을 내세운 후보가 있다. 정정남(53)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평소 정당 활동을 꾸준히 하지 않았는데, 이번 선거에 출마한 이유가 있나?
지인 제의로 더불어민주당 활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1년도 채 안 됐다. 대구시당 당직자에게 시의원 출마 제의를 받고서 2~3개월 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 제가 하는 봉사보다 정치라는 게 더 큰 봉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사하면서 평상시 했던 생각을 세상에 펼치고 싶은 생각에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정정남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경력이 특이하다. 11년 동안 독거노인 봉사활동,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이라고 등록했다.
독거노인 목욕 봉사, 밑반찬 봉사를 동네 주부들과 11년째 하고 있다. 동네에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처음 시작하게 됐다. 처음 봉사를 시작할 때는 한 달에 3번씩 어르신들을 찾아뵀는데, 요즘은 어르신들이 많이 돌아가셔서 한 달에 1번만 나간다. 제가 내세울 거라고는 그것밖에 없다. 학벌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런데 선거 공보물을 만들려고 보니 11년 동안 사진 한 장 안 찍었더라. 최근에 봉사 나가서 처음으로 찍었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은 우연히 됐다. 그 당시 회장으로 뽑히면서 아파트 비리 문제를 파헤쳤다. 소송이 끝나는 데만 3년이 걸렸다. 사실 주민들도 비리를 대충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입주자 대표회의 임원이 되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제가 회장이 된 후 공인회계사인 남편을 통해 무료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한 결과, 12년 동안 2억 가까운 돈이 횡령된 흔적이 있었다. 3년간 소송 과정에서 관리소장, 전 대표회장에게 횡령한 돈 일부를 돌려받고 합의했다.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하면서 동네에서는 꽤 유명하고 들었다. 새누리당도 출마 제의를 했다고 들었는데 왜 거절했나?
봉사를 오랫동안 하니까 나의 봉사활동을 이용해서 자기 정치활동에 쓰려는 사람들이 더러 나타났다. 실제로 봉사하지 않고 나랑 사진만 찍고 가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나 스스로도 봉사를 드러내 놓고 하지 않았다. 우리는 정식 봉사단체가 아니라서 학생들이 봉사하겠다고 찾아와도 확인서도 못 주는 형편이다.

3년 전쯤 새누리당에서 출마해보지 않겠냐고 제의가 왔었다. 제가 정당 활동을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서 새누리당이 어떤 당인지 잘 알고 있었다. 새누리당에서 제의가 왔을 때, 내가 밥을 못 먹고 사는 사람도 아닌데 굳이 권력에 아부하며 한 자리 차지해서 명예를 가지려는 욕심이 없었다.

선거 홍보물에 ‘주부가 뿔났다’는 문구가 돋보이는데, 어떤 의미인가?
제가 살아온 세월이 50년이 넘는다. 경제가 너무 어려워서 젊은 세대의 엄마들이 살림 꾸리기가 너무 힘들다. 내 아이가 이제 독립할 나이가 돼도 자립하기 힘든 곳이 대구다. 그런 상황을 어떻게든 변화시켜보고 싶은 게 저의 바람이다. 젊은이들도 할 일이 있는 도시였으면 하고, 엄마들도 자식 걱정, 경제 걱정 피해서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정정남

공약으로 무상급식 의무화를 내걸었다.
우리 딸 학교 보낼 때도 결손가정이나 열악한 친구들이 많았다. 모든 아이들이 돈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고 밥을 먹고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 제도가 구축되어야 한다. 누구나 먹는 문제는 해결되어야 한다. 대구 전체가 무상급식을 하려면 대구시와 대구교육청에서 예산을 확보해 무상급식 정책을 펴야 한다.

‘워킹맘이 편한 사회’라는 공약이 있다. 평소 대구 워킹맘에게 어떤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나?
일하는 엄마들이 출산 후 살림을 도맡아 하면서 사회활동을 한다는 게 상당히 힘들다. 나도 그랬고, 지금도 활동하지만 집에 가면 살림 다 하고 밖에 나와서 일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사회다. 출산을 앞둔 엄마들은 동네나 직장 내 보육시설이 없으면 나가서 일하기 힘들다. 초등학생이나 어린아이들도 사설 학원이 아닌 국가에서 지원하는 공부방 등의 시설을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워킹맘들이 돈도 적게 들이면서 아이를 맡길 수 있다. 돈 벌어서 애 먹여야지, 학원비 갖다 줘야지, 집값은 자꾸 오르고 도대체 얼마나 벌어야 하나. 그러니까 다들 출산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부터도 우리 딸아이가 돈이 안 모여서 아이를 안 낳겠다고 하는데, 낳으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현재 대구시의회에는 야당 의원이 1명뿐이다. 만약 당선된다면 야당 의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제가 시의원이 된다면 입법이나 사무행정 등에 불합리한 면이 있는지 먼저 검토할 것이다. 아파트 횡령 사건을 3년 동안 끌어갔듯이 내 앞길에 주어진 책무가 생긴다면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대구시민의 이익을 위해서 목소리를 크게 낼 것이다.

상대 후보로 새누리당계 후보가 셋이나 있는데, 이들과 대적할만한 본인만의 강점이 있는가?
두류공원에 유권자분들을 만나러 다니면서 3명 후보를 모두 만나봤다. 일단 저는 여자다. 그게 가장 큰 강점이다. 상대 후보가 남자들이라고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15살 때부터 방직공장을 다니면서 밤에는 검정고시 공부를 했다. 10년 동안 고학으로 이 자리에 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강하다. 인사를 하러 다니면 유권자들 마음도 야당 쪽으로 많이 와 있다는 것을 느낀다.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이나 국정교과서 문제를 언급하시면서 “수고하세요”, “꼭 투표할게요”이런 말을 많이 해주신다.

정정남

끝으로 달서구 제5선거구 유권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사를 다니면서 “시의원 보궐선거도 합니다”는 말을 제일 많이 하고 다닌다. 유권자분들이 당일 선거 용지를 받으면 아시겠지만, 그 전에 어떤 후보가 나왔는지 어떤 공약을 들고 왔는지 아셨으면 좋겠다. 공원에서 선거운동할 때도 우리 지역 아니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다. 두류동에 정정남이 나왔다는 것만 주위 분들에게 이야기해달라고 부탁드린다. 유권자 한 분 한 분의 표가 입성의 길목이 된다. 의회에 입성하면 어렵고 힘든 사람의 대변인으로서, 독거노인 목욕봉사, 밑반찬 봉사를 한 것처럼 서민들이 저를 통해 말할 수 있도록 하겠다.

매일 1등만 하는 마라톤 주자가 신기록을 내려면 바짝 쫓아오는 2등이 있어야 한다. 서로 눈치도 보고 배려도 하면서 하는데, 대구시의회는 온통 1등뿐이다. 제가 그 2등 주자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