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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구시가 추진한 신산업 정책이 영향일까, 2013년 대비 2021년 대구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7개 기업에 못 보던 기업이 여럿 이름 올렸다. 전통 제조업 기업이 아니라 미래차, 의료 같은 신산업 분야의 기업들이다. 새로운 산업의 성장은 기업의 성장을 가져왔지만 시민의 삶의 질도 함께 높였을까?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을 통해 신산업의 성장이 가져온 대구시민의 변화도 살펴본다.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1. 어떤 변화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2. 엘앤에프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3. 대구은행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4. 에스엘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5. 한국비엔씨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6. 씨아이에스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7. 에스앤에스텍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8. 티케이케미칼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9. 변화, 그 후 ①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기획을 통해 지난해 9월 말 기준 대구시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사업 내용·본사 입지·고용 현황·지분 구조 등을 살펴봤다. 대구시가 민선 6·7기 동안 적극적으로 추진한 ‘5+1’ 신산업의 영향이 일부 나타나기도 했지만, 여전히 제조업 기반 산업이 상위권을 차지하거나 지원제도 규모에 비해 지역 기여도는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확인됐다.
직업 선호 바뀌는데 노동시장은 여전히 제조업 중심
본사 대구에 있어도 사무·R&D 직군은 수도권에
B2B(기업 간 거래), 그중에서도 제조업 기반 산업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문제는 일자리 다양화 이슈와 연결된다. 20~30대의 직업 선호는 변화하는 데 비해 지역의 노동시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청년인구 유출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티케이케미칼 등 상장기업 가운데서는 본사가 대구에 있음에도 일반사무 직종은 수도권 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지역은 생산기지 역할에 머무르는 사례도 확인된다.
지난달 28일 대구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1년 매출액 기준 대구 100대 기업’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유통·서비스업, 건설업은 각각 5:3:2로, 5년 전(6:3:1)과 비교해 제조업이 줄고 건설업이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상위 100대 기업에 신규 진입한 기업 중에는 화장품 판매업, 의약품 도매업이 포함되긴 했지만 여전히 제조업·건설업 비중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는 청년세대가 선호하는 일자리와 괴리를 보인다. 같은 날 열린 ‘대구경북 지역경제세미나’에서 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한 ‘직업구조변화에 따른 대구·경북 세대별 일자리 참여 확대 방안’에 따르면 “대구의 2011년 X세대와 2021년 MZ세대 직업군 순위를 비교하면 1위 전문가, 2위 사무종사자에 이어 3위 제조업의 장치·기계조작원이 판매종사자로 교체됐다. 연령 효과를 통제하고 세대 차이 효과만 고려하더라도 세대별 직업 선호 변화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대구·경북 대학을 졸업한 MZ세대를 내부 일자리로 흡수하지 못하고 타지역으로 유출하는 비율이 높은 상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일자리연구실장은 “지역인재 유출이 점점 심해지다 보니 기업은 대구 밖에서 R&D 투자를 한다. 기업은 연구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며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증가했지만 효과 분석 미흡
일자리 창출보다 입지보조금 비중이 훨씬 커
기업이 지방 정부로부터 입지보조금, 세금 면제 등의 혜택을 받은 뒤 지역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제대로 측정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은 입지·설비·고용·교육훈련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며 지원 대상과 기준 완화로 2004년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여기에 더해 대구시는 지역 중소·벤처기업의 투자유치 및 상장(IPO) 과정을 지원하거나 성장률이 높은 중소기업 대상으로 세금을 감면해주는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기업 유치를 위해 운영 중인 지원 제도가 실제 지역에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는 조사나 연구가 쉽지 않다. 이는 전국적으로도 처지가 비슷하다.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의 경우 설비 투자가 중심이여서 투자 대비 일자리 창출 효과도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에 1조 2,000억 원이 투자됐지만 일자리 창출은 약 2,000명 정도인 것으로 전해진다. 1명당 6억 원이 사용된 셈이다.
광주·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진 관련 연구에서도 현행 지원 제도가 지역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곤 있지만, 실제 일자리와 연계된 지원은 전체 지원 규모 대비 2% 수준으로 확인된다. 이규택의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논문(2019)인 ‘지방투자기업 유치 지원제도 효과에 대한 연구: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사례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광주·전남에서 사용된 보조금 중 75% 이상이 이전부지 매입 용도로 사용됐다. 대구·경북도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규택은 “외국의 경우 지원받은 기업의 투자 실행 실적에 따라 분할지원 하거나, 회수하기도 하지만 국내는 지원금을 받은 기업이 3년 이내 사용하고, 투자 이후 7년간 해당 지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기만 하면 별도의 제한 사항이 없다”며 “당초 지원제도 목표가 제대로 이뤄지는지에 대한 관리가 미흡하며 지원받은 기업의 성장, 애로사항 등에 대한 피드백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김용현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 집중 심화와 중부경제권 확대에 대응하여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된 대경권, 동남권, 호남권을 묶어 남부경제권을 형성하는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며 “중요한 건 신성장 산업으로의 전환과 일자리 창출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