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은 아사히글라스가 도급계약 해지로 폐업한 하청업체(GTS)를 통해 해고노동자들에게 고소·고발 취하와 복직 투쟁 중단을 요구하며 위로금 지급을 제안했다.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아사히글라스는 하청업체와 손잡고 노조를 와해시키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중노위는 지난달 25일 GTS 소속 노동자 49명이 원청 아사히글라스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신청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초심인 경북지방노동위원회 결정을 뒤집은 것으로, 원청업체 아사히글라스가 노조활동 탄압을 목적으로 하청업체 GTS와 도급계약을 해지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4월 1일 노조원들은 GTS 전 사장으로부터 편지글과 함께 복직 투쟁, 고소·고발 조치?중단 그리고 위로금 지급 내용이 담긴 확인서를 받았다.
정재윤 GTS 전 사장은 편지글을 통해 “그간 AFK(아사히글라스)측과의 수 차례 개별 미팅을 통해 나름 최선을 다해 도출한 합의조건 결과를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으신 48명 전원에게 직접 알려드리고, 여러분들의 자유의사에 의한 승낙여부를 여쭙기 위하여 서신을 보낸다”며 “회사와의 모든 분쟁을 종결하는 조건으로 특별 위로금을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정 전 사장은 “회사가 이미 폐업한 상황에서 원만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회사가 상당히 고생하여 준비한 제안이며, 회사가 청산 전 여러분에게 제안 가능한 마지막 기회”라고 밝혔다.
GTS가 보낸 확인서에는 ▲해고통지에 불복하는 항의행위 중단 ▲특별위로금 지급 ▲위로금 지급으로 근로계약 기간 중 모든 급여·수당 등 정산 인정 ▲아사히글라스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모든 청구권 포기 ▲구미고용노동지청에 고소·고발 취하 ▲아사히글라스와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 등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집회, 유인물 배포 불참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GTS는 이미 지난해 10월 31일자로 폐업했다. 노조가 GTS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부당노동해위에 대해 지노위와 중노위는 모두 각하 결정했다. 그럼에도 GTS가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정재윤 전 사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법적으로 GTS는 아무 역할이 없다. 그래도 우리 회사에서 고생한 사람들이라 역할을 하고자 했다”며 “아사히가 직접 지급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 나라도 나서서 돈이라도 더 받아 사람들 챙겨주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사장은 “지회장은 복직 아니면 안 된다고만 하니,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우편을 보낸 것”이라며 “부당노동행위 판정문 나오고, 소송까지 계속 이어가거나 여기서 합의할지는 개인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거다. 강제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아사히글라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판정 일주일 만에 GTS가 나선 데 의문을 품고 있다. 정재윤 전 사장 말대로 현 상황에서 GTS는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다. 또, GTS가 확인서 작성시 지급하겠다고 밝힌 위로금의 출처도 결국, 아사히글라스기 때문이다.
특히, 확인서 6번 항목인 “회사의 전현직 임직원, 계열사 및 아사히글라스 주식회사를 포함하여 이해관계가 있는 기타 당사자 등의 명예를 손상시키거나 모욕·비방하거나 기타 손해를 입힐 수 있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을 것임을 동의하며”라는 부분은 아사히글라스와 거래하는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도 포함할 수 있는 내용이다. 노조는 몇 개월 전부터 삼성, LG 공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유인물을 배포해 왔다.
이에 노조는 1일 성명을 내고 “확인서에 기재된 내용 모두 아사히글라스를 위한 확약서”라며 “누가 봐도 아사히글라스가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휴일을 앞둔 금요일에 이런 편지를 보내는 이유가 무엇이겠냐”며 “부당노동행위 판정이 나자 법적으로 불리해진 아사히글라스가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차헌호 지회장은 “노조 와해에 힘쓸 것이 아니라,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책임자를 처벌하고 복직 요구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