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기후위기 공약 하나 없는 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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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은 제50회를 맞은 세계 환경의 날이었다. 국제사회가 지구 환경 보전을 위해 공동 노력을 다짐하며 제정한 날로, 한국은 1996년부터 환경의 날로 지정했다. 행사가 취소되긴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쓰레기 줍기 행사에 참여하려고 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엔 “지구촌의 일원이자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으로서 온실가스 감축과 탈플라스틱을 위한 정책을 다각도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환경 정화 활동이나 재활용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공모전을 개최했고, 시민단체에선 환경 메시지를 담은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러나 어쩌다 하는 단편적인 접근으로 기후위기를 돌리기엔 늦었다. 여전히 정책적 부재는 크다. ‘대프리카’라 불리며 기후변화에 더 민감할 지역이지만 대구 기초자치단체장 출마자들에게 기후위기는 ‘없었다’. 전국 대학 동아리·기후환경단체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전국 기초단체장 후보자 568명의 5대 공약을 전수 조사해 지난달 31일 발표한 결과다. 대구 지역 출마자들의 기후위기 공약은 0개로 꼴찌였다.

청년들은 기초자치단체의 역할과 책무가 커졌지만, 226개 기초단체장에 대한 대응은 전무하다며,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고자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하영 활동가는 “기후환경 공약이 개발 공약과 묶여 있는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기후환경 공약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게 하는 등 유권자를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 아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기후위기 비상행동’ 활동을 하고 있는 시민들 모습. (뉴스민 자료사진)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자의 5대 공약에도 기후위기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다. 오히려 ‘공항(airport)’에 관한 내용이 여러 번 등장해 토건사업에 치중돼 있다. 지난달 30일 경제정의실천연합 유권자운동본부 발표에 따르면 “홍준표 후보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과 공항산단 조성, 공항 후적지 개발, 동대구로 벤처밸리 조성 등 시간과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토건사업을 핵심공약으로 제시했다”며 “특히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규제 완화가 ‘묻지마식’ 개발사업 강행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는 말그대로 위기다. 어쩌다 덥고, 추운 정도의 선택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삶의 많은 것들에 영향을 미치고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조효제 한국인권학회 회장은 “기후변화로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죽거나 삶의 터전을 잃는 생존권이 위협되고, 미세먼지와 같은 영향 뿐 아니라 기후에 따라 경작지가 변화되면서 먹고사는 문제인 생계에도 영향을 준다”며 기후위기에 따른 변화가 인권에도 위협적이라고 지적한다. 기후위기는 가난할수록 더 심각하게 닥치는 계급 문제기도 하다. 폭염피해로 쪽방거주민 등 에너지 빈곤층이 더 취약한 것처럼.

기후위기는 가까이 와 있다. 어쩌다 하는 쓰레기 줍기나 텀블러 사용으로 해결은 어림도 없다. ‘쓰레기’ 박사로 알려진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플라스틱 폐해를 줄이기 위해 대체품을 쓰는 게 쉽도록 만들고, 생산자 책임을 강조한다. 애초에 생산자가 반환경적인 제품을 만들지 못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죄책감만으로는 거대한 구조를 바꾸기엔 미약하다. 결국 제도와 시스템을 만드는 기후위기 정책이 더 필요하다. 정책입안자들의 생각과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중요한 이유기도 하다.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에는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이 기자회견을 통해▲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5% 탄소 감축 목표 제시 ▲재건축·재개발 중단하고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주택 보급 ▲자동차 대신 무동력 생태교통 자전거 중심의 교통정책으로 개편 ▲산업전환으로 실직하게 될 노동자를 위한 직무재교육·생계지원 대책을 마련 등을 요구했다. 어쩌다 하루 실천하는 환경의 날로는 부족하다. 매일 환경의 날이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정책이 실현되어야 한다. 새로운 시장과 기초단체장이 비록 공약에는 빠져있었지만, 정책의 중요성은 잊지 않길 바란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