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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해마다 한국노총 대구본부에 예산을 지원해 비정규직 고용개선 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사업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없고, 일회성 행사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노동 상담 건수 등 기본적인 데이터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대구시는 한국노총 대구본부와 함께 ‘2022 점심시간 문화제:비정규직과 함께하는 문화제’를 중구 동성로관광안내소 앞에서 개최했다. 마술과 음악 버스킹 공연 등이 1시간 정도 진행됐고, 행사 관계자들은 행인들에게 마스크와 소책자를 나눠줬다.
소책자에는 ‘비정규직 고용개선 사업’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노조설립 방법과 함께, 급여‧휴가‧편의‧복지차별 등이 모두 비정규직 차별일 수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주최 측은 “평일 점심시간 대에 비정규직 및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지역 시민이 밀집되어 있는 동성로에서 문화제를 개최해 그들의 심리적 힐링 시간을 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대구시의 비정규직 고용 개선 사업 예산은 2억 3,000만 원으로 해당 문화제도 이 예산으로 진행됐다. <뉴스민>이 확보한 비정규직 고용개선 사업의 세부항목 및 예산 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 사업은 정책연구, 인식개선사업, 노동권익교육 세 가지 항목으로 나뉜다. 여기에 별도로 전담인력 인건비와 사무관리비에 해당하는 예산이 1억 4,230만 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정책연구 일환으로 비정규직 정책토론회와 실태조사에 780만 원과 2,520만 원이 각각 편성됐다. 인식개선 사업으로는 캠페인과 이동상담소 운영에 80만 원, 티타임 서비스 570만 원, 길거리문화제 및 영화상영 770만 원 사용된다. 노동권익교육을 위해 쓰이는 합숙교육(역량강화교육)과 노동법률교육(고등학교 재학생 대상)에도 각각 2,030만 원과 870만 원이 쓰인다.
해마다 2억 원 안팎의 돈이 쓰이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뉴스민>이 대구시를 통해 확보한 한국노총의 ‘비정규직 고용개선 사업’ 보고서를 보면, 올해 계획해 실행 중인 비정규직 사업들은 지난해에도 동일하게 했던 사업이다. 보고서는 개별 행사 개최 횟수는 파악되지만, 이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어떻게 개선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한국노총은 노동상담도 진행했다고 설명하지만, 상담건수 등 기본적인 데이터도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정책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플랫폼‧특고노동자 권익향상을 위한 지역노사정의 역할 모색토론회’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현황과 과제 토론회’를 두 차례 열고, 대구지역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노동자 실태조사를 했다.
‘비정규직 인식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대구 곳곳에서 ‘찾아가는 비정규직 티타임서비스’ 7회, 길거리문화제 2회, 찾아가는 이동상담소 12회를 개최했다. 티타임서비스, 길거리 문화제와 함께 이동상담소 일부는 동시에 진행하기도 했다.
‘비정규직 노동권익 법률 교육 사업’으로는 3차례 노동아카데미를 진행하고, 대구지역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9차례 노동법률교육을 진행했다. 노동아카데미는 회차별로 공공기관 직‧간접고용노동자 30여 명을 대상으로 문경과 강원대 일대 등에서 1박 2일로 진행됐다.
한국노총 대구본부는 전화나 직접 방문을 통해 상설 상담도 이뤄지고 있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노동상담 건수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대구 내 비정규직 사업 대상이 불분명하고, 구체적인 성과 지표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대구시가 매년 2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이고 있지만, 그에 따른 적절한 효과는 확인이 어려운 처지다.
구체적인 정책 대상 설정 필요
비정규직 당사자에 체감되도록 해야
정은정 대구노동세상 대표는 “대구시의 비정규직 사업은 일단 정확한 타켓팅이 부족하다”며 “퀵서비스나 배달노동자라던가 정확한 대상을 정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그들의 건강이나 복지 문제, 권리 구조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당사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 동시에 주체로서 자기 권리를 찾는 방향으로 수립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구시가 한국노총에 예산을 주고 생색낼 것이 아니라 그걸 어떻게 제도화하고 발전시킬지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서울은 지역마다 노동권익센터나 비정규직센터가 있고, 부산만 해도 노동상담소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각각 3개씩 총 6개를 위탁 운영한다. 대구도 광역시지만 노동자 권리 구제를 지원하는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