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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주간에 칼럼을 쓰자니, 괜히 책상머리에 앉아 머리를 싸매고 생각해본다.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하나?
대구 사전투표율이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선거가 재미없나 보다. 이미 선거 결과가 보이는 곳은 그곳대로 재미없을 것이다. 결과가 예측되지 않아도 후보 간 정치철학의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 나물의 그 밥’이라는 심드렁한 반응이 나온다.
사회 갈등 이슈가 제기됐을 때 후보는 표 계산 보다 소신을 정확히 보여야 감동이 있다. 갈등 상황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는 ‘통합’은 기득권으로의 통합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통합이 아니라 갈등이다. 갈등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그 갈등에서 본인의 입장은 무엇인지, 어느 쪽에 서 있는지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것에서부터 민주주의, 정치가 시작된다.
이번 대구교육감 선거는 참 심심하다. 감동이 없다. ‘갈등’이 보이지 않는다.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두 후보 모두 큰 틀에서 교육 복지는 확대하고 교육 격차는 해결하겠다고 한다. 다른 점은 무엇인가.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두 후보에게 혐오 차별 방지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강 후보는 답하지 않았고, 엄 후보는 ‘답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답하지 않아도 강 후보의 입장은 추측이 된다. 얼마전 강 후보는 빨간 글씨로 ‘反자유교육 OUT’, ‘전교조 OUT’이라 쓴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도 했다. 현수막에서부터 느껴지는 차별과 혐오다. 대법원이 인정한 합법노조를 무슨 수로 아웃시키겠다는 건가. 엄 후보는 혐오 차별과 관련해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겠다”고 한다. ‘통합’의 언어다.
선거공학 보다 대국적인 선거를 보고 싶다. 혐오 차별에 대한 입장 만으로 투표할 사람을 결정하진 않겠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좀더 나은 대구 교육을 위한 애정 어린 바람이다. 전국 다른 보수 교육감이 ‘전교조 OUT’을 외칠 때 강은희 후보가 ‘전교조도 설득하겠다’고 했으면 더 돋보였을 거다.
혐오 차별 방지 의사를 물었을 때 엄창옥 후보가 “당연히 혐오 차별에 반대한다. 모든 구성원이 존중 받도록 교육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면 ‘소신 지키는 사람’이라는 신뢰를 받았을 거다.
누가 통합을 외치고 누가 갈등을 말 하는가. 그걸 따져보다가 사전투표를 못했다. 그러고보니 나는 경북교육감 뽑아야 한다. 다행스럽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