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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이어지는 유력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방에 피로감이 쌓인다. 역대급 최악의 대선이라는 꼬리표처럼 정책은 실종된 지 오래다. 거대 양당 체제 속에서, 대안적 사회를 고민하는 목소리는 번번이 묻힌다. 과연 우리의 삶을 다시 기득권 보수 양당의 손에 맡겨도 괜찮은 걸까. 《워커스》가 대선을 앞두고 교육, 기후, 가사·돌봄 등의 영역에서 급진적인 목소리를 내온 청년들을 만났다. ‘정권 교체’로는 부족하다고 말하는 이들은 어떤 사회를 꿈꾸고 있을까?
사회. 은혜진 《워커스》 기자
패널. 공현 투명가방끈 활동가
김건수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 이백윤 공동투쟁본부 청년위원장
상현 서울 기후위기비상행동 활동가
허성실 가사돌봄사회화공동행동(준) 활동가
사진. 윤지연 《워커스》 기자
은혜진 여야 후보의 공약을 보면 주거 정책 등 일부에서 ‘공공’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불평등 해결이 사회적인 과제로 받아들여지는 흐름이 있는 것 같다. 이번 대선 이후 한국 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허성실 돌봄 정책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국가 책임’ 얘기를 꺼낸다. 하지만 그 본질을 보면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국가 책임이라는 네 글자뿐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우리아이돌봄 통합플랫폼’을 제시했다. 국가에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민간 플랫폼들을 다 묶어놓겠다는 정도다. 전반적으로 정책 중심의 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긍정적 변화가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상현 생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주류 정치는 더 생산하겠다는, 정확히 반대의 주장을 펴고 있다. 예를 들면 수소차·전기차 공급을 확대하는 공약들이 있다. 지난해 포스코 앞에서 한 기업이 기후·인권·노동의 영역에서 얼마나 악행을 저지르는지를 폭로했다. 하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이런 기업이 변화의 주체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미래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공현 개별적인 정책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회 문제는 하나의 정책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한다고 주거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임대 시장에서 시세 차익을 노리는 문제 등을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도 함께 고민돼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김건수 윤석열, 이재명, 심상정 후보 모두에서 ‘OO 전환’이라는 구호를 볼 수 있다. 위기 상황이라는 것은 모두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위기를 일으킨 자본시장 활성화와 성장 담론의 문제는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보유세 등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진다 한들 삶의 방식이 바뀌길 기대하긴 어렵다. 대선 이후 주거 문제, 기후위기 등 운동 진영의 핵심 요구를 중심으로 어떻게 ‘대립의 장’을 열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본다.
은혜진 청년 세대의 표심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12월에는 윤석열 후보에 대한 20대 표심이 이탈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영입에 이은 이준석 대표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직 사퇴로 ‘20대 남성’ 표심이 이탈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청년 표심과 관련한 여러 분석과 언론 보도를 어떻게 보셨나.
허성실 20대 정치는 이번 대선을 비롯한 선거에서 표를 어디 던질 것인가에 국한돼 있다. 본인의 직장과 지자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고민이 없다 보니 후보들의 말을 통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류 정치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각종 혐오나 반동적인 의제를 받아 부각하고, 20대에 잘 보일 수 있는 언행을 하고 있다. 20대 여성에 대해 대선 후보들이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상현 정치 개혁과 선거 개혁도 필요하겠지만, 일단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이대남’에 사회적 역할을 부여하고 이를 정책화하는 것이다. 20대 여성들은 차별과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페미니즘이라는 운동을 채택할 수 있는데 남성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 놓였다.
공현 여론조사 분석이 ‘착시’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 특정 세대, 특정 성별의 경향성을 찾아 이 집단을 추측하고 일반화하는데, 이런 식의 접근은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이들을 분석할 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운동 진영도 마찬가지다.
김건수 한국 사회가 갈등을 풀어내는 방식은 세력 간 정치적 타협 혹은 각자의 양보를 통한 사회 문제 해결이었다. 자본주의가 문제는 맞는데 정규직이 양보해서 비정규직과 잘 살면 안 되겠냐는 식이었다. 세대 담론 측면에서 보면, 기후위기 문제에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이해관계가 마치 다른 것처럼 제시된다. 이는 한쪽이 양보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세대·성별 구분을 더 강화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남녀평등복무제가 그 예다.
“주류 정치는 각종 혐오를 부각하고, 20대에 잘 보일 수 있는 언행을 하고 있다. 20대 여성에 대해 대선 후보들이 언급조차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은혜진 민주노총과 진보 5당(노동당, 녹색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정의당, 진보당) 등이 대선 후보 단일화 논의를 벌였으나 결국 무산됐다. 단일화 방식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이번 대선을 비롯해 양당 체제에 대한 진보 진영의 움직임을 어떻게 지켜보셨나.
공현 진보정당을 민주당보다 더 좌파적인 의견을 내는 정당으로만 정의할 순 없다. 운동 진영에 필요한 정당은 상호 지지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정당이다. 이는 노동운동일 수도 있고, 청소년·교육 운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원내 정당 중에 그런 정당은 없다. 민주노총도 이러한 정당들의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이는 하나의 선거에서 시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다른 조직 운동이 어떤 정치권력을 쌓아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돼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진보 정당들이 선거에 출마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각각 정리할 필요가 있다. 표를 얼마나 받을 것인지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김건수 이번 후보 단일화 논의는 정의당, 진보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대표 주자가 나서 자신의 정치적 상황을 타개해보고자 하는 이해관계로 시작했다. 노동운동의 계급적·정치적 발전과 사회운동의 계급 단결 같은 기획은 없었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논의 기구 안에서 회의만 주재할 뿐 운동을 제안하는 단체가 아니었다.
허성실 진보 후보 단일화 과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조합원 간의 토론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나를 뽑아줘’라고 하는 것이 진보 정당 운동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체제 안이 아닌, 체제 바깥의 운동을 할 수 있고 그것이 정치라는 것을 드러내는 게 진보 정당 운동이 해야 할 일이다. 정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현장에서부터 시작된다. 내가 왜 해고됐을까,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부당해고에 대한 법적 대응과 법 개정 운동에 국한돼 있다.
상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차이보다 정의당과 녹색당의 차이가 더 중요한 정치가 돼야 한다고 본다. 차이를 더 부각해야 하지만 뭉뚱그리다 보니 진보 정치 내에서도 진보정당 운동이 왜 쇠퇴한 지에 대한 토론이 되지 않는다.
“진보 정당들이 선거에 출마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각각 정리할 필요가 있다. 표를 얼마나 받을 것인지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은혜진 지난해 중남미 선거에서 좌파 세력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올해 대선이 있는 콜롬비아와 브라질에서도 핑크타이드의 흐름이 주목된다. 미국, 영국 등에서도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사회주의 열풍이 불고 있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상현 어떤 국가든지 청년 세대가 주도한다는 특징이 있다. 사회주의적인 흐름이 아니더라도 홍콩,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서 청년 세대가 운동의 중심이 되고 있다. 사회 경제적 모순을 크게 겪는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김건수 반체제적이거나 반정부적인 급진적 저항 운동이 사회주의라는 이름으로 수렴된다는 점에 주목했으면 좋겠다. 단순히 진보 대 보수, 좌파 대 우파라는 선택지에서 한쪽을 선택했던 관행적 정치 행동이 아니라, 사회가 종합적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사회주의 이름이 호명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아르헨티나 좌파의 경우 낙태죄 폐지라든지 반가부장제 운동이 노동조합 운동과 결합했다. 그런데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은 좌파, 계급 운동과 연계하지 못했다. 기후위기가 핵심적 쟁점인 칠레나 영국도 탄소 중립이라는 요구를 넘어 다른 사회 시스템, 다른 분배 방식과 연결하고 있다는 점이 현재 사회주의의 특징이라고 본다.
허성실 국가마다 특수성이 다르기 때문에 사회주의 내용도 상이한 지점이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공산당이 시장 선거에서 이겼다. 이는 1994년부터 시에서 사회주의 운동을 이어온 성과였다. 풀뿌리로 시작해 사회주의 운동을 했다. 칠레가 항쟁이나 혁명의 영향이었다면 오스트리아도 세입자를 직접 조직하는 것으로 사회주의 정책을 얘기했다. 그래서 국제적인 하나의 현상으로 보기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은혜진 한국에서는 왜 사회주의가 대중적인 이념으로 확산하지 못할까.
허성실 사회주의는 두 축으로 나뉜다. 임노동 철폐와 민주적 계획 경제다. 사실 이 두 문구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것은 거의 없다. 오히려 즉각적인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민주적 계획 경제가 한국 사회에서는 당 독재를 연상 시켜 굉장히 무서운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미 계획 경제가 되고 있다. 국가가 재정 관리를 하고 있지 않나. 사회주의 이념이 대중적이지 못한 것은 현장과 지역에서 대안으로 토론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 먹고 살기가 팍팍한 상태에서 임노동 관계가 철폐될 것이니 투쟁을 하자고 얘기하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는 노동 운동에서 정치적 대안을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문제다.
공현 사회주의가 어떤 의미고 내용인지에 대해 알 수 있는 매체나 통로 자체가 별로 없다. 북한과 중국의 이미지로 지어지는 게 현실이다.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로 인식된다는 것을 뜻한다.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보기보다 구시대적이고 잘못된 것으로 여긴다. 자본주의의 승리로 끝났다는 역사 인식이 굉장히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김건수 사회주의 운동 주체가 386세대 외에 한국 사회에 있었나. 물론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격렬한 노동 운동, 비정규직 투쟁들이 사회주의 가치를 갖고 있었다. 2011년 전까지 민주노동당에 사회주의 강령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사회주의 운동은 운동 주체들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386세대의 유산을 갉아먹다가 일부는 민주당으로 가는 등 분화되고 정치적인 운동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이제 청년 세대를 통해 사회주의 주체를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은혜진 한국 사회에 대안으로서 ‘사회주의’를 어떻게 보고 있나.
공현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뤄지는 생산 과정을 중단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사회주의가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자본과 기업이 무분별하게 생산·소비하고 노동력을 동원하며 임금을 나눠주는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다.
김건수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삶이 힘듦에도 사회주의보다 자본주의를 선택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는 실제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것이기도 하고 일정 정도 ‘생산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존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선택지로서 고민해볼 수 있다. 문제가 있는 체제라도 고쳐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적으로 사고되면 좋겠다.
상현 어떻게 사회 체제를 전환하느냐는 질문에 사회주의가 답지처럼 주어진다는 인식도 있다. 그것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만들어 가는 하나의 질문으로서 대안이 됐으면 좋겠다. 한국의 역사적 맥락과 현재 사회 상황에 대한 진단, 그리고 나아갈 방향에 대한 치열한 논의를 통해 사회주의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가 답지처럼 주어진다는 인식도 있다. 그것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만들어 가는 하나의 ‘질문으로서 대안’이 됐으면 좋겠다.”
은혜진 지난해 사회운동 진영에서 ‘다른 세계로 길을 내는 활동가 모임’(길내는모임)이 만들어졌다. 영역별 운동을 넘어 체제를 바꾸기 위한 공동 논의와 운동을 만들자는 취지다. 이러한 시도를 어떻게 봤나.
허성실 중요한 운동이라고 생각된다. 노동 운동도 점점 길내는모임 같은 현상을 띄고 있다.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며 싸우는 사업장도 손에 꼽히고, 사업장별로 파편화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정치권은 이를 활용해 ‘플랫폼법’ 등의 쪼개기 방식으로 대응한다. 여러 운동이 정치적 대안으로 나아간다는 측면에서 길내는모임 같은 시도는 필요하다.
공현 길내는모임은 기후정의동맹,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특정한 의제를 갖는 연대체가 아니다. 여러 영역의 운동과 단체, 활동가 중 특정한 방향과 색깔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연결하자는 취지다. 어떤 운동을 것이 아니라 방향을 유지하며 운동을 이어가도록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각자 같이하자는 활동이 너무 바빠서 시간을 내고 토론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잘 될 것 같으냐고 묻는다면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운동 진영 안에서 필요한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운동의 원칙이 많이 무너져 있는 상태기 때문에 이를 정립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상현 다양한 활동가들이 모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취지로 기획됐다고 본다. 단계적으로는 우선 모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주의 채택 여부를 떠나 사회주의적 운동을 하는 여러 단위와 활동가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공동의 방향과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반갑다. 이곳에서의 논의는 각자의 상황 공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치열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
김건수 체제전환을 위한 청년시국회의(시국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논의를 하면 수렴되기보다 퍼지는 경향이 있다. 생각보다도 쟁점이 많기 때문이다. 길내는모임에서도 앞으로 순번을 매기기 위해 우선순위를 논의하는 것이 아닌, 어떤 중심성이 필요한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은혜진 각자 활동하는 영역에서 사회주의는 어떻게 닿아 있나.
상현 기후정의 운동에서는 체제 전환 요구가 중요하다. 그리고 많은 기후위기 관련 요구들이 사실상 사회주의적인 해법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겪은 현실 사회주의가 아니라, 추구하고자 했던 사회주의에 대한 상이 여기에 그려져 있다.
공현 능력주의와 학력·학벌에 대해 비판을 하면 돌아온 것은 ‘기업과 노동에서 능력에 따라 차별을 하지 말자는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개인의 능력 신화를 깨고 기업과 조직에서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접근이 중요했다. 하지만 이 접근은 한국 사회에서 너무 낯설었다. 대안을 상상하지 못하게 된 현실에서 사회주의적으로 우리의 노동과 삶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 평준화 요구와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이 사회주의를 이해하는데 좋은 여건을 간접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허성실 가사·돌봄 노동은 자본주의가 문제라는 것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자본주의 초기에는 사랑과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가사·돌봄 노동에 대한 가치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굉장히 저임금 노동으로 평가절하됐다. 그리고 자본주의 위기가 심화하며 이는 노동시장으로 포함됐다. 이 때문에 가사돌봄사회화공동행동(준)은 노동 시장으로 들어온 가사·돌봄 노동을 다시 지역과 사회, 국가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건수 최근 시국회의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참가자 몇 명이 왜 사회주의가 아니라 체제 전환을 요구하느냐는 제기가 있었다. 임노동 폐지 등 사회주의 슬로건을 알리는 것도 바쁜데 체제 전환이라고 하면, 체제 전환과 사회주의 관계부터 사회주의까지 몇 단계의 설명 작업을 거쳐 운동 전술을 짜야 한다는 문제 제기였다. 시국회의는 체제 전환의 요구를 정치적인 과제에서 전면적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데서 출발했다. 이는 사회주의적 문제의식이다. 사회주의는 여전히 운동의 경로와 실천적 방법,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을 제공하는 살아있는 운동이라고 본다. 그래서 사회주의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자본주의와 싸우고 체제를 변혁하거나 기존의 질서를 바꾸고자 하는 점에서 사회주의는 우리 곁에 맴돌고 있다.
“사회주의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자본주의와 싸우고 체제를 변혁하거나 기존의 질서를 바꾸고자 하는 점에서 사회주의는 우리 곁에 맴돌고 있다.”
기사제휴=참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