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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김대진)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당선이 보장되는’ 대구시의원 비례대표 자리를 두고 공천 잡음이 일고 있다. 2018년엔 한번 결정했던 비례대표 후보자 순번이 본 후보 등록 하루 전에 뒤집혔고, 올해는 공천 과정이 불공정하다는 후보자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지난 27일 상무위원회를 통해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 순위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육정미 수성구의원, 박정희 북구의원, 황귀주 민주당 장애인위원회 시·도당협의회회장 순서로 결정됐다.
애초 비례대표 후보자에는 이들 외에도 김지연 북구의원, 차우미 전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마혜선 소프라노 가수 등 3명이 더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한 차례 면접 심사 이외에 중앙당이 지침으로 한 공개오디션 기회 등을 박탈 당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 후보자 추천 심사기준을 정하면서 비례대표 후보 선정은 공개오디션을 진행하도록 했고, 경기도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이 방식으로 후보자를 뽑았다. 하지만 민주당 대구시당은 공개오디션 방식이 필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상무위를 상대로 한 정견 발표만으로 후보자를 선정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후보자 선정 과정 자체를 불투명하게 진행해 우려를 낳기도 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지난 20일까지 비례대표 후보자를 공모해놓고 공모자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13일까지 진행한 지역구 후보자 공모 후 이름과 생년월일까지 공개한 것과는 다른 행태다. 국민의힘 대구시당이 모든 후보자를 공개한 것과도 차이를 보였다.
민주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공개를 요청하는 기자 물음에 “비례 신청자 공개 결정은 회의를 통해 정한다”고 답한 후 별도 공지가 없다가 22일이 되어서야 6명 중 3명을 후보자로 결정했다는 공고문만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27일 상무위에서 진행되는 후보자 정견발표 역시 별도 공지 없이 진행하고 결과도 공개하지 않다가 언론의 요구를 받은 후에야 공지했다.
상대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한 지역구 후보자 추천 방식과 달리 비례대표 선정은 불투명하게 진행된 만큼 갖은 억측이 제기되며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정견 발표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김지연 의원, 차우미 전 대표는 지난 24일 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오디션 생략, 공관위 비공개 등을 해명하라”고 촉구하고, 심사에 불복해 재심까지 청구했다.
차 전 대표는 28일 다시 개인 성명을 내고 “비례대표 공관위원들은 한 사람의 지역위원장 외에는 모두 현 시당위원장의 친소관계로 엮인 인물들”이라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대구시당 재심청구위가 재심을 기각하자 중앙당에도 재심 청구를 한 상태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현재까지 제기되는 여러 문제제기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이미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비슷한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상무위에서 결정한 비례대표 순번은 후보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재투표가 결정됐고, 재투표 결과 3등 후보가 1등으로 뒤바뀌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관련기사=민주당 대구시당, 방식 바꿔 시의원 비례후보 순번 뒤집어(‘18.5.25))
민주당 대구시당에서 광역의원 비례대표 자리를 두고 잡음이 잦은 건 민주당 지지세가 약한 대구에서도 비례대표 1번은 당선이 보장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1995년 처음 광역의원 정당공천이 이뤄졌을 때도 민주당은 지역구는 당선자가 없어도 비례대표는 당선자를 냈다.
이후 두 차례 지방선거(1998, 2002)에선 당선자를 못 내다가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비례대표 당선자를 냈다. 2010년엔 친박연합에 밀려 당선자를 또 못 냈지만 2014년 다시 당선됐다. 사실상 민주당이 대구에서 선출직 공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자리였던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현역 구의원 3명(육정미, 박정희, 김지연)이 지역구 출마 대신 비례대표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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