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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대구는 기초의회 4인 선거구가 지켜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민의힘 대구시의원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의회 내에선 ‘기존대로(2인 선거구)’ 하자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4인 선거구를 분할할 수 있다는 조항이 삭제되긴 했지만 법률상 쪼개기가 불가능한 것도 아닌 상황이다.
대구시선거구획정위원회는 기존 30개였던 2인 선거구를 6개까지 줄이고 3, 4, 5인 선거구를 대폭 늘리는 선거구획정안을 내놨다. 획정안은 대구시의회에 상정돼 조례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대구시의회는 오는 27일 상임위(기획행정위)와 본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관련기사=대구선거구획정위, 3·4인 선거구 대폭 확대 획정안 논의 중(‘22.4.19))
국민의힘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대구시의회는 기초의회가 중선거구제로 바뀐 2005년 이후 줄곧 중대선거구를 쪼개는 결정을 해왔다. 2005년에는 쪼개기에 반대하는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를 피해 새벽이슬을 맞으며 본회의장 뒷문으로 ‘잠입’해 쪼개기를 시도했는가 하면, 2010년에는 경찰이 대구시의회를 엄호하는 가운데 선거구를 쪼갰다. (관련기사=‘개구멍’ 잠입, 손전등 의결…대구 4인 선거구 ‘쪼개기’와 저항 13년사(‘18.3.18))
때문에 이번에도 대구시의회가 같은 결정을 할지 주목되는데, 현재까진 마찬가지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소속 A 의원은 “2인 선거구로 가자는 분위기가 다수인 것 같다”고 말했고, B 의원도 “기존대로(2인 선거구) 간다”고 전했다.
관련 상임위원장인 윤영애 대구시의원(국민의힘)은 “획정안을 유지하느냐, 수정을 하느냐를 두고 검토하고 있다”며 “중대선거구 시범 선거구는 제외하고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약 다시 쪼개기가 이뤄진다면 7개로 늘어난 4인 선거구(동구 가선거구, 서구 다선거구, 남구 나선거구, 북구 가선거구, 수성구 나·마선거구, 달서구 다선거구) 중 중대선거구 시범 구역인 수성구 마선거구를 제외하면 모두 쪼개질 가능성이 크다.
쪼개기 가능성이 다시 점쳐지면서 진보정당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획정위안 지키기’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진보정당(기본소득당,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과 시민단체는 획정위 안을 존중하는 의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20일 냈고, 의회 심사에 맞춰 피케팅도 이어갈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대구기초의회 원내대표협의회는 특별한 계획이 없는 상태다.
이들은 국회가 중대선거구제 시범 실시를 결정했고, 공직선거법상 4인 선거구를 2개 이상 선거구로 분할할 수 있다는 조항이 삭제된 점, 같은 법에서 획정위 안을 존중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법에서 기초의회 선거구는 시도의회에서 조례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서 쪼개기가 법률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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