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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저녁 7시, 대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약속·책임 대구시민대회’가 열렸다. 비가 오는 쌀쌀한 날씨에도 행사에는 1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자리를 지켰다. 중간중간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생명안전사회 건설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사는 1시간 30분 동안 멈추지 않고 진행됐다.
이날 행사의 주요 구호는 ▲세월호참사 국가폭력에 대해 공식 인정하고 사과하라 ▲성역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완수하라 ▲국정원과 군, 대통령기록물 등 국가가 보유한 세월호 참사 관련 기록 모두 공개하라 ▲안전사회를 위한 약속, 4.16 생명안전공원 건설, 세월호 선체 보존하라 등이다.
박신호 대구4.16연대 상임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기다리라는 말로 5년을 흘려보냈다. 세월이 흐르면 슬픔은 잊혀 진다고 하지만, 어린 자식을 이유도 모른 채 하늘나라로 보낸 우리에겐 세월이 약이 될 수 없다. 지난 8년간 욕설과 비아냥, 무더위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세월호 지킴이들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시민들 덕분에 우리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얼마 뒤면 후보 시절 세월호 관련 모든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던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하지만 우린 잊지 않고 기억할 것, 행동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대구 전역에서 서명전을 꾸준히 진행해 온 세월호 지킴이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달서구에서 서명운동을 이어 온 지명희 대구여성광장 대표는 “서로의 곁이 되자, 서로의 용기가 되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 매주 서명을 받으러 나가면서 힘이 빠질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함께 하는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꾸역꾸역 나갔다. 그러다 보니 다시 기운이 나기도 했다. 사람이 매 순간 정의롭고 낙관적일 순 없지만 함께 하는 힘이 있어 다음을 나아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참사 희생자인 준영 학생의 아버지 오홍진 씨는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에서 감사를 맡고 있다. 8년 전 4월 16일 이후 아들을 지키지 못한 암흑 같은 삶을 살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낼 수 있는 힘은 더 이상 참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간절함이다. 반드시 안전한 세상으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희 안무가(대구 북구의원)의 추모공연, 아동·청년·교사 대표의 추모 시 낭독, 대표 발언과 응원 발언 등이 차례로 이어졌다. 이날 추모시를 낭독한 신주원(22) 씨는 “처음 추모시를 받고 한마디씩 곱씹으며 읽다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 차가운 바다에서 언니, 오빠들이 얼마나 아팠을까, 떠올렸다. 추모시에 있던 구절 중 ‘내 꽃다운 청춘 살려내라고 참되게 살아달라고 아이들이 흐르는 눈물을 닦습니다’라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닿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세월호 8주기 희생자 추모 분향소는 15일 12시부터 21시까지 운영됐으며 16일에도 10시부터 19시까지 대구백화점과 한일극장 사이에서 운영될 예정이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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