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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헌법이 넘지 못하는 문턱이 있다. 장애인 거주시설. 시민의 당연한 권리가 제한되어 왔던 이곳에 관심이 뜨겁다. 어떤 정치인은 “지역사회 복지서비스 강화 이전에 강요로 시행되는 탈시설 정책은 인권 유린”이라고 비판했다. 옳다. 하지만 누구도 장애인을 황무지로 보내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탈시설’ 요구에는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는 요구가 포함된다. 그 준비를 해야 할 의무가 정치인에게 있지만, 지금껏 정치는 그 의무를 외면했다. 정치가 사라진 비문명의 황무지에서, 장애인과 장애인 부모는 한쪽에 헌법이라는 무거운 책무를, 한쪽에는 죄책감을 짊어져야 했다.① ‘기환이 엄마’ 앞에 놓인 선택지
② 발달장애 아들과 황무지를 개척한 33년
③ 벼랑 끝 발달장애인 부모
④ 경북에서 장애인 자립하기
⑤ 장애인 시설 원장이 말하는 탈시설
⑥ 희망원에서 나온 금순 씨에게 자립이란
⑦ 장애인도 함께 사는 사회, 얼마나 준비됐나
장애인 탈시설이 화두다. 장애인 단체를 중심으로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자는 요구가 지난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기초적 인권인 이동권마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뉴스민>은 지난 1일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서 시민들을 만나 장애인 탈시설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시민들은 대체로 거주시설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서 의견을 밝혔다.
경북 경주에서 동성로를 찾은 이민규(19) 씨는 “그분들도 누릴 건 누리고 살아야 한다. 비용이 좀 들더라도 자유를 좀 더 늘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 시민 고수빈(15) 씨도 “굉장히 불편하지 않을까. 계속 갇혀 사는 건 좀 아닌 거 같다”며 “그분들 입장에서 우리도 사람인데 왜 가둬 두냐, 이렇게 느낄 수 있다.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무옥(56, 달서구) 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서로 배울 것도 있다. 일반인은 나의 건강함에 감사함도 느낄 것 같고, 그분들도 우리한테 어떤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주시설에 긍정적인 의견을 밝히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들은 거주시설의 환경이 장애인의 안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추측했다. 서울에서 대구를 찾은 구혜린(20) 씨는 “어렸을 때 한 번 가봤다. 기숙사처럼 돌봐주는 분이 계시고 잘 지내는 거 같더라”며 “제한이 많긴 하겠지만, 다치지는 않을 것 같다. (가족들도) 감당하기 힘드니까 (가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경남 진주에서 대구를 찾은 오상민(20) 씨는 “좀 불편할 것 같긴 한데, 장점은 주변에 친구도 있고 도와주는 분도 있으니 편하지 않을까 싶다. 안전하고 편할 것 같다”고 말했고, 대구 시민 여희수(15) 씨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있으면 서로 고민도 들어주고 친해지는 것도 있고, 공감도 잘 될 것 같다”고 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낯섦과 교육 문제를 언급하는 시민도 만날 수 있었다. 서영지(63, 북구) 씨는 “저도 선입관 같은데, 일단 ‘장애인’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어색하다. 같이 엘리베이터 타면 양보를 해줘야 할 것 같은 불편을 느낀다”며 “우리가 먼저 고쳐야 될 것 같다. 교육을 처음부터 잘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해
이동권 외에도 탈시설·자립생활에 관심 이어져야
올해 초부터 서울에서 장애인 이동권 확대를 요구하는 지하철 시위가 시작됐고,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상임대표의 토론을 계기로 이들의 목소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동권’.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가 필요한 때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시민의 기본권.
대구시민 이민호 씨(38,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장)는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넘어, 지역사회가 장애인도 함께 살 수 있는 요건을 이제부터 갖춰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시민적 관심이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까지 이어져, 장애인을 배제하는 사회에 대한 전반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도 설명한다.
이민호 팀장은 “지하철, 승강기 외에도 지역사회는 기본적인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할 시설이 거의 안 갖춰져 있다고 보면 된다. 문턱 때문에 식당에도 갈 수 없다. 들어가도 키오스크 주문이 안 되는 때도 있다. 야외활동을 하려면 근처에 장애인이 갈 수 있는 화장실이 있는지부터 찾아야 한다”며 “장애인 이동권은 장애인만을 위한 권리가 아니다. 모든 시민의 편의가 증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탈시설과 자립생활도 이동권의 연장선에서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차별 없이 함께 살아가자는 요구”라며 “어려운 게 아니다. 지금까지 시설에 사는 장애인은 고립된 삶을 감수했다. 시설에서 사회로 이동해야 한다. 고립되고 분리된 곳에서 자유와 통합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호 씨를 비롯해, 장애인 권리를 외치는 현장에서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이 쏠린다며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다. 장애인도 함께 살아갈 권리를 적극적으로 확대하자는 요구, 아직은 함께 살기에 지역사회 준비가 부족하다는 응답, 무관심한 시선이 교차했던 한국 사회는 앞으로 좀더 나아갈 수 있을까.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