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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뙤약볕 아래 그림자들이 춤을 췄다. 상모에 달린 하얀색 긴 끈이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동그라미를 그렸다. ‘4.9통일열사 여정남 정신계승 2022 사월에 피는 꽃’ 47주기 추모 행사의 문은 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풍물패 ‘울림터’의 풍물놀이가 열었다.
9일 낮 3시 여정남열사 47주기 정신계승행사위원회 주최로 경북대학교 여정남 공원에서 ‘4.9통일열사 여정남 정신계승 2022 사월에 피는 꽃’ 추모행사가 열렸다. 추모행사에는 여상화, 여상헌(여정남 열사 유가족), 김광자(이재형 열사 부인) 씨와 박중기 민족민주열사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명예의장 겸 4.9통일평화재단 이사,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 위원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석원호 여정남기념사업회장은 “올해는 다행히 코로나19 정점이 지나가고 있어 단촐하게 나마 행사를 열 수 있었다. 여정남 열사를 비롯한 선배들의 숭고한 희생을 후배 세대와 함께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채장수 경북대 민주화교수협의회 의장(정치외교학과 교수)은 “47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지금의 우리 삶을 있게 해주신 선배들의 노력과 희생을 기억하고, 우리 또한 조금이라도 나은 사회로 전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버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1991년 총학생회장을 지내며 이재문, 여정남 열사 추모비를 건립한 안영민 평화의길 사무처장은 “당시엔 추모비를 세우고, 추모행사는 여는 것 자체가 죄가 됐다. 추모비를 세운 뒤 경찰이 새벽에 강제 철거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다시 공원을 조성하고 추모비를 이전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런 마음과 열사의 정신이 계승되어 나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경북대학교 학생들도 다수 참여해 자리를 지켰다.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의 편지 낭독, 학내 노래패와 몸짓패 공연, 합창 공연 등이 이어졌다. 편지를 낭독한 이현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1학년) 씨는 “우리의 민주주의라는 거대한 나무는 이제 쉽게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흔들림 또한 우리가 가야 할 길이기에, 선배들이 지켜낸 민주주의는 굳건할 것”이라고 말했다.
1975년 4월 9일 새벽 여정남 열사를 비롯한 도예종, 서도원, 송상진 등 8명은 인혁당재건위 사건으로 사형 선고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됐다. 박정희 유신정권이 씌운 간첩 누명은 2007년과 2008년 사법부 재심에서 무죄로 결론 났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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