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2. 엘앤에프

대구시가 홍보하는 신산업 구조 전환 대표 사례
대구시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지원 받지만 규모는 알 수 없어
2012년부터 2020년 사이 고용 280% 증가
범GS가, LG그룹 공동창업주 허만정의 4세대 기업
허만정 증손자, 허제홍, 허제현 형제가 실질적 지배
허제홍 대표이사 재직 시절 임원 보수 급증

19:49
Voiced by Amazon Polly

[편집자주] 대구시가 추진한 신산업 정책이 영향일까, 2013년 대비 2021년 대구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7개 기업에 못 보던 기업이 여럿 이름 올렸다. 전통 제조업 기업이 아니라 미래차, 의료 같은 신산업 분야의 기업들이다. 새로운 산업의 성장은 기업의 성장을 가져왔지만 시민의 삶의 질도 함께 높였을까?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을 통해 신산업의 성장이 가져온 대구시민의 변화도 살펴본다.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1. 어떤 변화

자동차 산업의 전환과 함께 급격한 성장을 이룬 엘앤에프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대구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올랐다. 당시 6조에 불과하던 시가총액은 약 6개월이 지난 현재 8조까지 뛰었다. 지역 인재 고용 현황을 알 순 없지만, 고용도 몇 년 새 급증했다. 다만 노동조합은 결성되어 있지 않아서 경영에 대한 적절한 견제·감시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엘앤에프
▲2000년 설립된 엘앤에프는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엘앤에프 홍보 동영상)

엘앤에프는 발 빠르게 산업 구조 전환에 대비한 회사다. 2000년 7월 설립돼 2003년 1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2005년 자회사 엘앤에프신소재를 설립해 리튬이온 2차전지용 양극활물질사업을 개시했다. 전기차 보급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3년에 LCD 백라이트유닛 사업을 중단하고 2차전지 소재업체로 완전히 전환했다.

급격한 성장의 배경엔 2차전지 특수가 있다. 2차전지는 전기차의 필수부품으로, 외부의 전기에너지를 화학에너지의 형태로 바꾸어 저장했다가 필요한 때에 전기를 만들어내는 장치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9,708억 원(전년대비 172%), 영업이익은 443억 원(전년대비 2,910%)을 기록했다. 2010년 매출액 약 1,000억 원, 2020년 3,561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성장을 이뤘다.

본사를 비롯해 현재 가동 중인 공장은 모두 대구·경북에 있다. 본사는 대구 달서구 이곡동에 위치해 있으며, 1공장은 대구 성서, 2공장은 경북 칠곡에 있다. 2020년부터 달성군 구지면 대구국가산업단지에 3공장을 가동하면서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생산에 성공했다. 고스펙의 NCMA 양극재를 양산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생산량에 맞춰 공장도 증설 중이다. 2020년 12월 착공에 들어간 국가산업단지의 4공장(총생산량 7만 톤)은 현재 4만 톤에 해당하는 1단계가 완공돼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다. 1단계는 2분기 중 조기 가동할 예정이며, 추가 3만 톤에 해당하는 2단계는 올해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엘앤에프는 여기에 지역 제조기업 단독으로는 역대 최고 투자 금액인 2500억 원을 쏟아 부었다.

대구시가 홍보하는 신산업 구조 전환 대표 사례
대구시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지원 받지만 규모는 알 수 없어
2012년부터 2020년 사이 고용 280% 증가

엘앤에프는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신산업 구조 전환의 대표적인 사례로 통한다.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 회사가 다수였던 과거와 달리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차에 일찍이 대비한 사례라는 것. 그만큼 지역에서도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엘앤에프는 대구시의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수혜기업이다. 지난해 9월 대구시가 제작한 투자 유치 홍보 영상에 대표 사례로 등장하기도 했다.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은 지방에 10억 원 이상의 투자와 10명 이상의 신규고용 기업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대구시는 중소기업의 경우 신증설 시 건축 및 설비 투자비의 최대 34%까지 지원한다. 지역특화업종인 물, 의료, 미래차, 로봇, 에너지 등 핵심 품목 50개 업종 기업이 대구에 투자하면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을 10% 추가 지원한다. <뉴스민>은 엘앤에프가 정부로부터 어느 정도 지원을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구시에 문의했지만 기업 경영 정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엘앤에프
▲지난해 12월 24일 엘앤에프 구지1공장을 방문한 권영진 대구시장. 당시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는 권영진 대구시장을 만나 “지역 인재 채용과 관련 산업육성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대구시

고용도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역인재 채용 현황을 확인할 순 없지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2012년 12월 정규직 직원 171명이던 엘앤에프는 2019년 12월 576명, 2020년 12월 651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공격적인 채용을 통해 6월 546명, 12월 1,021명까지 직원이 늘었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없지만, 경비, 청소 등 시설관리 업무를 용역으로 운영하고 있다.

엘앤에프의 고용 증가율은 대구 전체 고용 증가율과 비교할 때 큰 차이를 보인다. 2021년 1월 기준 대구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반기 대비 8.6% 증가했다. 비슷한 시기의 엘앤에프 취업자는 651명으로 전년 동반기(576명) 대비 13%가량 증가했다.

2013년 1월과 2021년 1월의 증감을 살펴보면 대구 제조업 취업자는 3.4% 감소한 데 비해 엘앤에프 취업자는 2012년 12월 대비 2020년 12월까지 280%가량 증가했다. 지역 제조업 전반의 환경은 후퇴했지만 엘앤에프를 포함한 미래차 산업 관련 현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퇴사하는 인원도 적진 않은 상황이다. 취업플랫폼 사람인인 국민연금을 통해 확인하는 퇴사자 현황을 보면 지난해 10월 10명이 퇴사한 후 매달 꾸준이 퇴사자가 증가해서 지난 2월에는 27명이 퇴사했다. 지난해 10월부터 2월 사이 퇴사자는 91명이다. 생산직군이 많아서인지 남녀 성비 불균형도 크다. 2021년 12월 기준 1,021명 중 남성만 940명(92%)을 차지한다.

엘앤에프 측은 고용 규모를 계속해서 늘릴 계획이라 설명한다. 채용은 3개월 계약근무 후 전환평가를 진행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자동화 설비 시스템이 잘 되어 있으며, 최근 신규 입사자가 많아 평균 근속연수가 짧아지고 있다. 2021년에 매출 규모가 2020년 대비 3배 이상 뛰었다. 공장 증설과 함께 인력도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있다. 올해도 전년대비 2~3배 매출이 늘어날 예정이기 때문에 연말 기준 1,800명까지 직원이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아직 노동조합은 없다. 최일영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구지역지회장은 “현대·기아차가 미래차 부품사를 대구·경북 지역에 신경 써서 배치하고 있다. 엘앤에프도 그 중 하나이다. 타 지역에 비해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고 추정했다.

최 지회장은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수소차로 전환하면서 무노조 경영 방향으로 가고 있다. 노골적으로 노조가 없는 회사에 발주를 한다거나 노조가 있더라도 한국노총 사업장인 회사에 아이템을 주는 방식이다. 그렇다 보니 신규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생기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범GS가, LG그룹 공동창업주 허만정의 4세대 기업
허만정 증손자, 허제홍, 허제현 형제가 실질적 지배
허제홍 대표이사 재직 시절 임원 보수 급증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엘앤에프는 범GS가로 분류된다. GS가는 허만정 LG그룹 공동창업주의 가계가 경영을 이어오고 있는데, 엘앤에프는 그룹명을 사용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엘앤에프 모회사 새로닉스의 전신은 허만정 LG그룹 공동창업주의 차남 허학구 회장이 1968년 창업한 정화금속이다.

정화금속은 2000년 허학구 회장의 아들인 허전수 회장이 대표이사가 되면서 사명을 새로닉스로 변경하고 자회사 엘앤에프를 설립했다. 허전수 회장 작고 후 두 아들인 허제홍 대표이사와 허제현 부사장 형제가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오너들이 직접 소유한 지분율이 높지 않은 대신 새로닉스와 광성전자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허제홍, 허제현 형제는 새로닉스와 광성전자의 최대주주다. 1, 2

단위:만 원/ 12월 기준

허제홍 엘앤에프 이사회 의장은 2018년 엘앤에프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나 지난해 3월 대표이사직을 전문경영인인 최수안 대표에게 넘기고 사내이사직만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사내이사(허제홍, 허제현, 최수안)가 받은 보수 총액은 10억 2,000만 원, 1인당 평균 보수액은 3억 4,000만 원 정도다. 지난해 12월 기준 직원 1인 평균 급여액 4,155만 원에 비하면 약 8배 많은 규모다. 사외이사도 7명인데, 이들이 받은 보수 총액은 11억 원이고, 1인당 평균 1억 6,000원 꼴이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9년간 직원 급여는 60% 가량 올랐고, 등기이사 보수는 300% 이상 올랐다. 특히 오너 일가인 허제홍 의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한 2018년부터 사임한 2021년 초까지 사내이사 급여가 큰 폭으로 올랐다.

오너 일가가 많은 보수를 챙겨가곤 있지만 주주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은 아니다. 지난해 주당 현금배당금은 0원 이었고, 2020년부터 2019년에는 50원이었다. 최근 3년간 평균 배당수익률은 0.03%다. 최일영 금속노조 대구지역지회장은 “노동조합이 없으면 회사를 견제하거나 감시하기 어렵다. 직원 급여와 임원 보수 상승률의 차이가 많이 난다거나 배당금 규모가 작은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

  1. 엘앤에프는 새로닉스가 14.90%로 최대주주고, Kwang Sung Electronics Inc가 3.48%, 광성전자가 1.68%, 허제홍 2.07%, 허제현 1.63% 순으로 보유 중이다. 이 외에는 허전수 회장의 장녀 허자윤 씨가 0.59%의 지분을 갖고 있다.
  2. 새로닉스는 2002년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본사는 구미시에 있다. 액정 평판 디스플레이를 주로 생산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새로닉스는 허제홍이 21.04%, 광성전자가 19.64%, 허제현이 14.0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는 허씨 일가의 지분이 4.6% 이상이다. 광성전자는 비상장 기업으로, 대표이사직을 맡은 허제홍이 42%, 허제현이 28%의 지분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