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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해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했다. 89곳 중 16곳은 경북이다. 경북은 전남과 함께 가장 많은 곳이 인구감소지역으로 꼽혔다. 대구도 안전하지 않다. 남구와 서구가 인구감소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감사원이 지난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47년이 되면 대구 모든 구·군이 소멸(고)위험 단계에 접어든다. 시민들도 이를 장래에 다가올 가장 큰 위협으로 주목하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미래, ‘인구소멸’은 우리를 막다른길로 몰아넣고 있는 걸까?

① “상가는 내놔도 팔리지 않고, 학교도 없어지잖아요”
② 고령화X고밀도=소멸?
③ 다 아는 이유, 떠나는 청년들
④ 미래를 꿈꿀 수 없는 곳
⑤ 의성 이웃사촌시범마을이 ‘정말’ 성공하려면

“청춘들아 모여라, 이웃사촌 마을로!”

2018년 11월 경상북도가 낸 보도자료는 이렇게 시작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주요 공약으로 내건 ‘이웃사촌 청년시범마을’ 사업이 추진되면서 청년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국립대학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경상북도는 그해 의성 안계면을 사업 대상지로 지정하고 본격적인 사업화를 진행했다.

경상북도도 의성군도 이웃사촌 시범마을에 사활(?)을 걸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500억 원을 투입해 청년이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2021년까지 스마트팜 청년농부로, 시범마을 일자리사업으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로, 의성살아보기로 청년들을 불러모았다.

사업 참여 청년은 2021년까지 159명, 이중 관내 거주 청년 28명을 제외한 131명이 의성군 밖에서 들어온 청년이다. 이들 중 102명은 의성으로 주소지도 옮겨왔다. 관외 참여자 중 77.9%가 의성으로 터전을 옮겨오게 했으니 큰 성과를 이룬 것으로 볼 수 있다. 102명 중 55명(53.9%)은 스마트팜 청년농부 사업으로 의성에 터전을 잡았다. 사업은 전국적으로 ‘성공’한 사업으로 홍보되었고, 경북도는 관내 인구감소지역 중 2곳을 추가로 지정해 사업을 이어갈 계획도 밝혔다.

사업 기간 중 9명 감소한 안계면 인구
의성 전체 인구는 2,312명 감소
2030 세대는 1,319명 순유출

그 덕분일까? 안계면 인구는 같은 기간 9명이 주는데 그쳤다. 2018년 4,552명이었던 안계면 인구는 2019년 4,605명으로 늘었다가 2020년 4,585명, 2021년 4,543명으로 줄었다. 출생과 사망이 집계되지 않은 2021년을 제외하고 2018년부터 2020년만 고려해보면 이 기간 안계면에선 125명(출생 71명, 사망 196명)이 자연감소했다. 2020년엔 2018년 대비 안계면 인구가 33명 늘어났다. 자연감소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인구 유입이 있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의성은 소멸 위기에서 벗어났을까? 같은 기간 의성 인구는 2,312명 순감소했다(2018년 5만 2,944명→2021년 5만 632명).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의성에선 721명이 태어나고, 2,747명이 숨졌다. 자연감소만 2,026명이 넘는다. 2020년 기준 40%가 넘는 고령 인구 비중의 영향이다.

반면 이동으로 인한 인구는 193명이 늘었다. 유입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자연감소는 어쩔 수 없더라도 청년 유입이 늘어난다면 장밋빛 전망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2018년부터 2021년 사이 의성을 오간 인구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기대는 엇나간다. 경상북도와 의성군이 1,500억 원을 들여 청년을 유입시키려 했지만 4년새 2030세대는 1,319명이 순유출됐다. 대신 50대 이상은 1,840명이 순유입됐다. 자연감소와 인구 순유입에도 불구하고 고령화 지수가 38.9%(2018년)에서 43.2%(2021년)까지 상승한 것도 그 탓이다.

안계면의 인구감소가 적었던 것도 50대 이상 인구 유입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읍면동까지 이동 인원이 집계되진 않지만, 같은 기간 안계면에서 50대 이상 인구는 98명 늘었다. 고령화 지수도 34.7%(2018년)에서 37.6%(2021년)까지 증가했다. 대신 2030 인구는 2018년 678명에서 2020년 710명까지 늘었다가 2021년 다시 678명으로 줄었다. 결과적으로 증감은 ‘0’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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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민의 삶 고민 않는 유입 정책의 맹점
안계면 주민총회, 주민들은 생활여건 개선 원해
사업 벌이는 외지 청년들, 시장 형성 안되면···?

현재까지 인구 통계만으로 이웃사촌시범마을 사업의 성패를 가늠하는 건 쉽지 않다. 사업이 실시된 안계면만 보면 효과를 보이는 듯 하지만 의성군 전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의성 인구 일부를 안계면이 끌어당기는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도시 내 재생사업이 진행되면 구도심이 쇠퇴하고 재생한 신도심으로 인구가 몰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무엇보다 여전히 의성에서 순유출되는 청년 인구가 많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송종대 씨가 2005년 만났던 초등학생 80명은 모두 의성에 거주할 의사가 없었다. 그들이 바로 지금의 청년 세대라는 걸 고려하면 다른 기회를 찾아 떠나는 그들을 막을 순 없는 일이다. 다만 장은주 씨처럼 정주를 결심했거나 의성으로 이주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적절한 정주 환경을 마련해주는 건 지자체의 또 다른 임무다.

▲조아라(가명, 28) 씨는 “외지인을 유입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분들한테 혜택이 갈 수 있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년 전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안계면으로 들어와 가업을 잇고 있는 조아라(가명, 28) 씨는 이웃사촌시범마을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외지인을 유입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분들한테 혜택이 갈 수 있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씨는 “기존 거주하는 어르신들을 챙겨드려야 하기도 하고, 쇼핑은 인터넷으로도 할 수 있지만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을 살 수 있는 대형마트나 복합문화센터 같은 게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종대 씨가 지난해 안계면에서 첫 주민총회를 준비하면서 주민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같은 비슷한 결과가 확인된다. 350명이 응답한 설문조사에서 주민들은 지역재생을 위해 먼저 해야 할 일로 환경개선(245명)을 꼽았다. 종대 씨는 “지역 주민의 요구는 의외로 소박하다. 내가 살고 있는 삶의 현장에서 겪는 불편이 해결됐으면 좋겠다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테면 도로의 안정성, 쓰레기 문제, 주차 문제, 돈사의 냄새, 이런 실질적인 생활과 관련된 불편함이 해결되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지역사회에 쓰는 대규모 사업이 실질적인 주민 삶에 관여가 없는 부분에서 많은 예산이 쓰이다 보니 주민들 중에선 있는 사람한테 잘하지 왜 애먼 사람 데려오려고 하느냐 이런 이야길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주민의 삶을 지키는 건 나아가 새로운 사업을 착안해 의성으로 이주하는 청년들의 ‘시장’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의성에서 LPG가스를 공급하는 이성길(64) 씨는 “사업으로 들어오는 젊은 사람들이 주로 장사를 한다”며 “안계에 인구가 별로 없어서 지원 없이 장사가 되기가 어렵다. 사업이 2년 정도 됐는데 폐장하고 간 사람도 간혹 있다”고 짚었다.

안계전통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김정록(56) 씨도 같은 점을 우려했다. 그는 “유동인구가 적다 보니 장사가 안된다. 젊은 세대만 들어온다고 해서 한꺼번에 수천 명이 들어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장사를 하긴 하는데 영업이 안 된다”며 “매출이 올라가지 않아서 정착을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록(56) 씨는 “유동인구가 적다 보니 장사가 안된다. 젊은 세대만 들어온다고 해서 한꺼번에 수천 명이 들어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장사를 하긴 하는데 영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종대 씨도 경제적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청년의 정주를 지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최초 계획이 200~300세대를 유치하는 거였다. 한 세대가 농촌에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려면 1년에 3,000만 원의 순소득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200세대라면 60억, 매출규모로는 120억, 300세대면 200억 정도의 매출을 안계면에 새롭게 만들 수 있는 경제적인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핵심이고, 그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게 카페 같은 건데, 안계면 주민은 늘지 않는데 카페는 점점 늘어난다. 그러면 파이는 같은데 사람들이 자꾸 나눠 먹어야 한다”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면 지역 경제에도 플러스가 되지만 이미 지역 주민이 하고 있는 일을 나눠 먹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를 통해 안계면의 카페 현황을 보면 다방 형태로 90년대에 문을 열었던 곳은 2000년 초반에 모두 폐업했다. 이후 2013년부터 현대적인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해 2017년까지 5개 업소가 영업을 했다. 2018년엔 카페가 추가로 생기지 않았지만 이웃사촌시범마을이 시작된 2019년부터 4곳이 추가로 문을 열었다. 그 사이 2013년 문을 연 카페 한 곳은 2020년 문을 닫았다.

인구 약 4,500명 그 중 37.6%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인 안계면에 카페 8곳.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외지인을 이주시키는 것과 함께 정주민의 생활 개선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도 줄이지 않으면 이주의 효과는 오래갈 수 없다.

▲장은주 씨는 의성군 공무원 인구를 정주 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성처럼 농업 종사자가 많고, 산업화가 진행되지 않은 지역은 공직 사회를 구성하는 공무원들의 정주도 중요한 고려 요소 중 하나다.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사업주가 국가 외에는 잘 없기 때문이다. 의성만 해도 군이 고용한 공무원이 893명이다. 이들과 그 가족의 정주만으로도 시장이 형성된다. 나아가 자신들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정주 여건 개선에 더 골몰할 수 밖에 없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다.

이성길 씨가 “공무원이 지역에 살면서 자녀들이 자라고 해야 하는데 공무원들부터 대구나 구미, 상주, 안동 같은 외지에서 들어온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은주 씨도 같은 지적을 했다. 은주 씨는 “읍내에 차가 많은 걸 볼 수 있을건데, 외지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 차량”이라며 “주말엔 나가더라도 평일엔 여기 있어주면 상권도 활성화되고 그러면 빠져나가는 인구도 줄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계속=⑥ “지역소멸 해결은 메가 트렌드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