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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증언 채록’ 사업에서 빠졌다. 대구시는 담당 부서의 업무 부담으로 신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은 “진실화해위에서 신청 안내까지 따로 했는데 대구시가 희생자 진상규명에 관심이 너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020년 12월 출범한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에 대해 1차 사료가 되는 증언을 생산·수집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증언 채록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지자체에 보조금을 교부해 학술연구 용역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지자체 부담은 없다. 총 예산은 3억 6,000만 원이다.
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29개 사건이 신청됐고, 대구시 사건은 없었다. 경북은 문경시, 영천시, 청도군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사건에 대해 신청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사업 공모 이후 대구시에 신청 안내도 개별적으로 했다. 대구는 1946년 10월항쟁이 벌어졌고, 이로 인한 희생자도 많고 유족들의 진상규명 의지도 강하기 때문이다.
대구시가 증언 채록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된 유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은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연락까지 해서 신청을 안내했는데 대구시가 못한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났다. 한 분이라도 더 살아있을 때 기록을 해야 하는데 대구시의 관심이 너무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담당 부서의 업무부담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정해순 대구시 인권팀장은 “전년도에 원하는 지자체가 있어 공모가 이루어진 것으로 안다. 인권팀 직원이 3명인데 올해 다른 용역사업이 2건 계획돼 있어 업무 부담이 있었다”며 “유족들과 소통하지 못한 부분은 뵙고 사과드렸다. 내년에 사업이 있으면 유족들과 상의해서 신청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시 담당 부서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구시 행정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구는 2016년 8월 1일 ‘10월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희생자 위령탑도 건립했다. 조례에는 ‘민간인 희생자와 관련된 자료의 발굴 및 수집, 간행물의 발간’ 지원 사업에 대한 항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위령탑 건립과 위령제에만 예산이 집행됐고, 진상규명에는 예산이 집행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26일에는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이 직접 대구와 경북 경산시를 방문해 유족과 대구시 관계자를 만나 지방정부와 협의를 적극적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유족들은 “대구시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했다.
진실화해위는 독립된 국가기관으로 2024년 5월 26일까지 활동한다. 필요하면 1년 이내 연장도 가능하다. 진실규명 대상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 사망·상해·실종 사건, 권위주의 통치시까지 인권침해 조작의혹사건 등이다. 대구시 등 지방자치단체도 진실규명에 필요한 업무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1기 진실화해위원회도 2007~2009년 19개 지자체와 공동으로 민간인 집단희생 기초사실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