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A/S기사로 일하다 과로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가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서울행정법원(제12부 재판장 장순욱)은 지난 24일 2013년 9월 27일 중증 뇌출혈로 사망한 삼성전자서비스 A/S 기사 故 임현우 씨(당시 36세)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내렸다. 근로복지공단은 2014년 6월 17일 고인의 사망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유족이 청구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임현우 씨는 2011년 삼성전자서비스 칠곡센터에 입사해 2013년 9월 26일 뇌출혈로 쓰러질 때까지 일했다. 임 씨는 최대 주 67시간 근무하는 등 과로와 노동조합 설립 이후 회사 측의 노조 탈퇴 권유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임 씨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숨지기 한 달 전 회사에 무급 휴무를 요청했지만, 반려당하기도 했다. 또, 사망 이틀 전 방문한 병원으로부터 입원 권유를 받았지만, 수리 자재 반납을 위해 회사로 출근을 준비하던 중 쓰러져 경북대병원에 후송됐고, 다음날 뇌출혈로 목숨을 잃었다.
법원은 임 씨가 기존 앓고 있던 베체트병 증상이 누적된 과로와 회사의 상시평가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악화돼 사망했다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해 업무상 재해로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 사건 회사의 외근직 A/S 기사로 근무하며 누적된 과로 및 고객 응대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하여 기왕에 앓고 있던 베체트병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하였고, 그로 인하여 뇌실질내출혈이 발병해 사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뇌실질내출혈로 인한 망인의 사망은 망인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이와 달리 본 피고(근로복지공단)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임 씨와 같은 센터에서 근무한 직원의 ‘망인이 자재수령을 위해 07:30경 출근한 적도 수 회 있었다’, ‘마지막 고객 집에서 센터로 돌아와 업무를 정리하고 퇴근하는 시간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등의 증언을 받아들여 “얼마간의 시간을 더 근무하였는지 특정할 수는 없으나, 기재되어 있는 근로시간 이외에도 추가로 더 근무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법원은 고객을 상대로 한 평가 반영 등이 노동자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음을 지적했다. 법원은 “수리를 마친 후 고객의 평가를 받게 되고, 평가점수가 낮은 경우 대책보고서 작성, 팀장과 면담 등을 하도록 되어 있던 점에 비추어, 고객을 응대함에 따르는 스트레스도 상당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회사가 임 씨의 휴가 신청을 반려한데 대해 법원은 “진료를 받은 날 회사로부터 ‘조속히 복귀하여 근무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기도 한 점에 비추어 보면,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베체트병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충분한 진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도 보인다”고 밝혔다.
유족과 노조(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임 씨의 형 임선우(44) 씨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칠곡센터나 삼성전자에서 동생의 사망 당시 책임 회피를 계속 해왔던 부분에 대해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며 “이번 판결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동생의 넋을 조금이나마 달래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이 나아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 씨와 함께 일했던 임덕규 씨(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칠곡분회)는 “업무와 노조탄압에 대한 스트레스가 죽을 만큼 힘들었다는 게 확인됐다. 이 때문에 열사 2명(故 최종범, 염호석)도 목숨을 스스로 끊을 수밖에 없었다”며 “더 이상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하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관련기사:?과다 업무, 실적압박이 만든 ‘서비스 평가 1위’ 삼성전자서비스?/?“삼성서비스, 故 임현우 죽음 덮기 위해 협력방안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