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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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새로 운영하는 #053/054 코너는 <뉴스민> 기자들의 주장과 생각, 취재 뒷이야기를 전하는 기자칼럼 코너입니다.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독자들과 만나기 위한 <뉴스민>의 한 방편입니다.

이건 내가 뉴스민에 합류하게 된 이야기다. 29살 청년의 귀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뉴스민은 언제 경력기자를 뽑나요?” 작년 12월 28일 뉴스민에 전화해서 물었다. 언제 뜰지 모르는 공고를 기다릴 바엔 눈도장이나 찍어두자는 심정이었다. 서울의 한 주간지에서 3년 차 기자로 일하던 중이었다. 정규직이었고 선후배는 고민 많은 좋은 기자들이었다. 내가 쓴 기사는 자주 흘러갔고 때때로 변화를 만들었다. 서울은 좀 힘들었지만 서울 사람들은 따뜻했고, 어렵게 구한 여섯 평짜리 자취방은 친구들과 밤새 술 마시기 충분했다.

“기자로 성공하려면 서울에 있어야 하지 않겠니?” 퇴사를 통보하자 부장이 말했다. 대구에 내려가서 기자 일을 하고 싶었다. 기왕이면 적당히 말고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회사 동료들뿐 아니라 가족, 친구들도 이해하지 못했다. “청와대, 국회 모두 서울에 있는데 왜 굳이 대구로 간다는 거야? 다들 서울로 오고 싶어 하잖아” 오십 번쯤 대답하다 보니 입병이 났다. 따가운 알보칠보다 내 결정을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 더 힘들었다. 눈이 많이 오던 1월이었다.

▲3월부터 뉴스민에 새로 합류한 김보현 기자.

“내 삶과 밀접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 입에 달고 살던 말이다. 서울에서 주로 다뤄지는 거대담론과 트렌드, 기업 이슈가 몸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진심을 다하기엔 나와 너무 먼 이야기였고, 한 사건에 수백 명의 기자가 달려들었다.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에 취직한 친구들은 이 고민에 손뼉을 치며 공감했다. 대구가 싫어서라기보단 떠밀리듯 흘러온 이들이었다. 솟구치는 집값과 짜부라지는 고통의 지하철은 덤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2월 마지막 날, 난 대구로 향하는 기차 안이었다.

며칠 전 청년 인구 이탈률 관련 통계를 보다가 작년 12월 뉴스민에 전화한 마음이 떠올랐다. 2014년 5만 8,000여 명 수준이던 20~29세 청년 인구 이동자 수는 지난해 7만 400여 명까지 늘었다. 이들의 약 80%는 수도권으로 향한다. 숫자 속 한 명으로서 나는 개개인의 사연을 알 것 같았다. 공부한 분야의 일자리가 없어서, 임금 수준이 낮아서, 좋아하는 뮤지컬을 볼 수 없어서···. 눈을 감으니 지역소멸이니 청년유출이니 하는 언어 속 삶이 그려졌다. 3월의 나는 무엇을 듣고 쓸까 흥분하는 내가 꽤 마음에 들었다.

지자체는 청년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단기 일자리를 늘리고 지원금 정책을 펼친다. 기업에는 급여 보전을, 개인에겐 현금 지원을 하는 방식이 기본 틀이다. 고민은 보이지만 여전히 지역에 있거나 귀향한 청년은 더 나은 길을 가지 못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패배감과 소외감도 느낀다. 일자리·주거·문화 정책과 함께 지역이 해야 하는 건 이 고정관념을 깨는 일이다.

올해는 뉴스민 10주년이다. 회사는 처음 경력기자를 채용했고, 나도 첫 경력 이직을 했다. 서로 서툴러 우왕좌왕하지만 함께 나아갈 다음을 기대하고 있다. 대구에 살고 싶은 마음들이 곧 뉴스민의 가능성이라 생각한다. 우린 이 삶을 선택한 청년들이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