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남부경찰서, 길고양이 학대 20대 남성 입건

제보자들, 사설탐정 고용해 직접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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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경북 포항 남부경찰서는 길고양이를 잔인한 방법으로 학대한 20대 남성 A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 씨는 SNS를 통해 학대 사진을 공개했고, 이를 본 시민들이 사설 탐정을 고용해 A 씨를 추적했고, 이후 동물구조단체와 구조 활동에 나섰다.

▲ 길고양이 학대 행위가 벌어진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폐양어장 모습. 양어장은 약 2.5m를 훌쩍넘는 담장이 둘러싸여 있어 길고양이가 도망치기 어려웠다.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21일 새벽 동물권행동 카라와 포항동물보호단체 유토피아, 지역 주민 등은 경북 포항 남구 호미곶면 한 폐양어장에서 길고양이 학대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하고 구조에 나섰다. 약 3m 폐양어장에는 훼손된 고양이 사체가 여럿 흩어져 있었고, 학대 도구로 추정되는 커터칼, 가위, 버너, 포획틀도 발견됐다. 단체는 현장에서 길고양이 9마리를 구조해 동물병원으로 옮겼다.

윤성모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행동팀 활동가는 “제보자들이 없었다면 학대범의 잔혹한 학대 행위는 계속 됐을 것”이라며 “구조된 고양이들은 동물병원에 입원해 검진을 하고 있다. 구조 당시 다리를 절거나, 움직이지 않고 피 섞인 변을 본 고양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활동가는 “A 씨는 어눌한 말투였지만 자신이 한 행위가 범죄라고 인식했다”며 “학대 증거가 분명해 혐의를 입증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포항남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수사과장은 “21일 간단한 조사를 했는데 심리적으로 불안해 보였다. 2~3일 뒤에 아버지와 함께 동석해서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불구속 입건된 상황이고, 현장에서 즉각 체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임의 동행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현장에서 발견된 사체를 김천검역본부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한편, 2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폐양식장에서 취미로 고양이 해부를 즐기던 포항 구룡포 학대범을 강력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이날 하루만 약 5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