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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사업장 내 휴게시설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모든 노동자들에게 차별 없이 휴게시설과 휴게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을 촉구했다. 지난해 사업장에 휴게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돼 현재 고용노동부는 설치 대상 사업장과 관리 기준을 담은 시행령을 마련 중이다. 시행령은 오는 8월 18일부터 적용된다.
민주노총 대구본부가 지난달 소속 조합원 중 정규직, 비정규직, 건설노동자 등 266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식사와 분리된 휴게시간이 있는 경우 75.6%, 휴게시설이 있는 경우 78.5%로 높았지만 휴게실이 충분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28.3%에 그쳤다.
특히 편히 누울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은 23.9%에 불과했는데, 응답자 상당수(45.2%, 중복응답 가능)가 휴게공간 면적 불충분이 가장 문제라고 했다. 그 외에도 환기(37.6%), 휴게실 수(28.5%), 설치 비품 미비(28.5%), 위치(24.7%) 등을 문제로 꼽았다.
휴게시설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 대부분(51%) 작업장 내에서 휴식을 취했고, 본인 차량(20.4%)이나 외부(12.2%)에 나갔다. 휴게공간이 있어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시간이 없거나(44.9%), 휴게실이 멀거나(34.7%), 시설 낙후(19.7%) 때문으로 확인됐다.
정유봉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 대의원은 “건설노동자로 수십년을 일했는데, 해가 갈수록 환경이 더 열악해지고 있다. 여름이고 겨울이고 합판 같은 걸 깔고 앉아있고, 겨울에 (추워서) 불을 피우니까 연기를 그대로 마시게 된다”며 “중노동을 하면서 휴식 시간에 잠깐이라도 누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은데, 하루 종일 서서 일한다. 대부분 50~60대가 많은데 다 골병이 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콜센터 노동자’인 여현옥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대구지회장은 “전화 상담 후에 후처리 시간은 35초다. 최저임금을 받는 저희들은 스스로 그 시간들을 줄일 수밖에 없다. 점심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이 실적 경쟁을 하느라 하청업체에 의해 실시간 통제됐다”며 “지난해 12월 넓은 휴게공간이 생겼지만, 그 공간을 사용할 휴게시간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휴게시설과 휴게권이 동시에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모든 노동자들이 차별없이 휴게시설과 휴게권이 보장되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을 촉구했다. 이들은 “(개정안 적용 대상 사업장을) 고용노동부가 근로자 수 20명 이상의 사업장으로 한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는 노동자들이 차별 없이 쉴 권리를 보장하는 시행령을 마련해야 한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취약한 사업장의 휴게시설 실태조사를 통해 휴게시설과 휴게권이 노동 현장에 제대로 안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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