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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현재까지 이뤄진 대통령 특별사면 횟수다. 74년 동안 103회, 한 해에 1.4회꼴로 아무런 견제 없이 대통령의 ‘결단’만으로 형사처벌 받은 범죄자들이 그 책임을 벗었다. <뉴스민>은 견제 없는 대통령 사면권 행사가 우리 사회를 더 민주적 사회로 가느냐 아니냐의 ‘갈림길’ 위에 서게 한다고 판단했다. 갈림길 위에서, 더 나은 사면권, 더 민주적인 사회로 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사면, 갈림길] ① “대통령 사면권한이요? 글쎄요···어렵네요”
[사면, 갈림길] ② 74년 동안 103회, 특사의 역사
[사면, 갈림길] ③ 김우중은 세 번 했지만 이건희는 두 번만
[사면, 갈림길] ④ 기준 없이 ‘관행’ 따르는 특사? 사면회의록 분석해보니···.
[사면, 갈림길] ⑤ 법조계 중심 사면심사위원회 다양성 확보 관건
채장수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사면권 활용에도 민주적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권력층 사면 근거가 되는 ‘국민 통합’ 논리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터뷰는 경북대학교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 정치학적 관점에서 사면권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시는지요?
“한국에서는 주기적으로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행사하는 방식이나 대상에서 좀 의외의 인물이나 국민이 동의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경우가 왕왕있고, 최근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권 행사하실 때 그런 문제가 있었다는 거죠. 사면권이 헌법적 권리이기는 하지만 왜 부여 될까 하는 걸 이야기할 때, 긍정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사법권의 횡포나 오류에 대해서 대통령, 국가원수로서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많은 분은 오히려 전제군주제의 유산이 아닌가 합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과연 이때까지 대통령의 사면권이 사법부의 오류나 전횡을 막는 방향으로 진행됐느냐 그리고 현대처럼 일정하게 제도화된, 민주화된 사회에서 사법권의 오류를 막기 위한 대통령의 초법적 권한이 필요한가라는 부분에서 상당히 비판의 여지가 있죠.”
= 방금 말씀하셨는데, 대통령에게 이러한 초법적 권한이 현대 사회에서 필요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두 가지 측면이 있을 것 같아요. 대통령중심제 사회에서 통치행위으로서 일정한 사면권을 부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편적으로 부여되어 있으니까요. 문제는 그것보다 두 번째 측면 같아요. 특히 한국에서 대통령 사면권은 그 범위와 행사 방법에 문제가 있는 거죠. 다른 나라는 특정한 범죄는 사면권이 허용되지 않는다든지 그리고 미국 같은 경우엔 굉장히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그런데 우리는 사실 거기에 대한 거의 규정이 없어요. 최근 상황을 보더라도 대통령의 특정한 정치적 결단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의미에서 이것을 통제할 장치가 부족하죠.”
= 장치를 말씀하셨는데, 사면심사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실효적이진 못한 것 같은데요.
“정치학적으로 고민하면 예를 들어서 국가보안법이 살아있는데 적국의 원수를 만나고 이런 상황은 사실 초법적인 행위는 맞거든요. 그것도 통치 행위이기 때문에 정당할 수 있는 것인데, 문제는 그 통치 행위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문제로서 법치주의를 지키고 있는가라는 부분이 있어요. 두 번째는 더 중요한 게 민주적 정당성이죠. 형식적으로는 법치주의의 문제라면 내용적으로는 대중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유권자들이 대통령의 정치 행위에 동의할 수 있는가라는, 민주적 정당성의 부분이에요. 이 두 부분이 일정하게 어느 수준에서 구현이 되어야 그 통치 행위는 정당하다는 것이고 대통령의 특별사면권도 그 범주를 벗어날 수 없는 거죠. 이것은 어떤 식으로든 제도적으로 보완이 돼야 될 것인데, 문제는 언제나 사안으로 접근하다 보니까 권력, 권한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기보다, 전 대통령 사면이 맞느냐라는 문제로만 접근이 돼 버리니까 논의 자체가 좀 비껴 나 있는 거예요.”
= 민주적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죠?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라면 사면권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사면권 역시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주적으로 통제를 받고 일정하게 제어도 되어야 하는데 지금 한국에서 사면권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 시민이 한 번 더 고민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해요. 이 부분은 공론장 자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잖아요. 대통령이 결정하면 왈가왈부도 잠시구요. 역대 권력은 그걸 이용해서 자신의 정치력을 확장하는 쪽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훨씬 높았죠.”
= 민주적 정당성의 측면에서 시민사회가 말씀처럼 사면의 본질을 놓치고 사안별 인식에 머무는 걸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기본적으론 대중의 불만이 대통령의 사면권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로 나가는 것이 가장 우선일 거예요. 예를 들어서 전 대통령 사면이라는 사건적인 문제에 대한 찬반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시민이 반대하는 사면 행위에 대해서 우리가 법적인, 제도적인 제한을 걸 수 있는 룰을 만들어나가는 것 역시 시민의 중요한 의사이고, 지향해야 하는 모습인 거죠. 그래서 이런 반대 의견을 제도화해서 사면권을 통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는 거죠.”
= 그렇다면 시민적 인식이 사안을 넘어선 고민으로 이어져야 할 텐데요. <뉴스민>이 시민 인터뷰를 통해 사면제도에 대한 인식 수준을 확인했을 때 특정 사안에 찬반 의견이 분명하게 드러났지만 제도 자체에 대한 인식은 낮거나 찬성 의견이 많았거든요.
“민주주의의 가장 큰 역설이라고 해야 할까요. 과연, ‘민’을 믿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건데요. 이건 상수로 둬야 할 것 같아요. ‘민’이 개별적인 사안에 모두 관심을 갖고 접근하기는 어려운 거죠.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나, 선거라는 제도가 있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민’의 어떤 총체적, 일반적인 의지를 통해서 만들어낸 권력이 배신한 거라고 봐야죠. 리더로서 어떤 권한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권력에 대해 좀 더 강한 비판이 필요하다고 보구요. 그렇기 때문에 언론이 더 필요한 거죠. 찬성 의견이 많았다는 건, 대구·경북분들이어서 일 가능성도 있어요. 사안적으로 접근하다보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했다’이니까 긍정적으로 볼 수 있어요. 다른 정치적 비호감자를 했다면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어요.”
= 사실 그런 이야길 해보고 싶었어요. 사면권을 제도의 측면에서만 접근하기 힘든 것이, 그 권한이라는 게 민주적 정당성 안에서 주어진 것인데 그렇다면 그 제어도 민주적 정당성 안에서 찾아야 하고, 그건 정치의 영역이라고 봤거든요.
“민주주의 정치가 일정하게 조정하고 타협해야 하는데, 사면권은 타협할 게 없잖아요. 내(권력자)가 다 가지고 대중은 가지고 있는 게 없는데. 사실 민주주의라고 하지만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는 비민주적 구속력이 굉장히 많아요. 사법부가 그렇잖아요. 아무런 책임을 안 지잖아요. 국민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고 해서. 사면권은 더 하죠. 사법부 결정은 재정 신청이라도 할 수 있는데, 그런 것도 없으니까요. 칸트는 ‘권력자의 사면 행위야말로 가장 불법적인 행위’라고 이야길 해요. 왜냐하면 법을 어긴거잖아요. 법은 처벌을 통해 교정하는 과정인데 그걸 깨버린 거잖아요. 박근혜 대통령, 사법부 결정 난 게 도대체 언제냐 이런 거예요. 그걸 기다렸다가 풀어줘 버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해요? 정치적으로 탄핵했잖아요. 그런데 그걸 사면해버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중요한 문제예요.”
= 민주적이라고 평가 받는 문재인 정부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해버려서 더 허탈감은 있을 것도 같아요.
“다른 이야기지만, (국민들이) 통합이라는 것에서 좀 벗어나야 되요. 다 다른 걸 통합하자는 게 결국은 하나의 기준으로 다른 걸 움키자는 거고 그 기준은 기득권, 지배층의 기준이에요. 이제는 ‘통합’이라는 말과 ‘연대’라는 말이 대립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소위 진보나 좌파는 연대의 정치라는 걸 통해서 자기들의 어떤 정책들을 설명해 내야 될 시기가 온 것 같아요. 당장 우리 이슬람 사원 문제도 똑같은 거예요. 한국적 기준으로 자꾸 통합을 하려고 하니 문제가 되는 거고, 연대는 서로 다른 걸 인정하면서 어깨동무하는 방식이잖아요. 약자를 조금 북돋아 주면서요. 그런 관점으로 정치적인 주요 비전이 형성이 돼야 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아무리 진보적인 사람이라 해도 입만 떼면 통합을 이야기해요. 통합은 굉장히 위험한 거죠. 지금 사회에서는. 근대 초기도 아니고요.”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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