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갈림길] ⑥-2. “사법정의 제대로 서면, 사면은 형해화될 것”

뉴스민 10주년 기획취재 [신호, 등] 1. 사면권
[인터뷰]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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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현재까지 이뤄진 대통령 특별사면 횟수다. 74년 동안 103회, 한 해에 1.4회꼴로 아무런 견제 없이 대통령의 ‘결단’만으로 형사처벌 받은 범죄자들이 그 책임을 벗었다. <뉴스민>은 견제 없는 대통령 사면권 행사가 우리 사회를 더 민주적 사회로 가느냐 아니냐의 ‘갈림길’ 위에 서게 한다고 판단했다. 갈림길 위에서, 더 나은 사면권, 더 민주적인 사회로 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사면, 갈림길] ① “대통령 사면권한이요? 글쎄요···어렵네요”
[사면, 갈림길] ② 74년 동안 103회, 특사의 역사
[사면, 갈림길] ③ 김우중은 세 번 했지만 이건희는 두 번만
[사면, 갈림길] ④ 기준 없이 ‘관행’ 따르는 특사? 사면회의록 분석해보니···.
[사면, 갈림길] ⑤ 법조계 중심 사면심사위원회 다양성 확보 관건

승재현 연구위원은 형사사법체계 안에서 특별사면은 매우 엄격하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짚으면서 이를 위해 2중, 3중으로 감독할 수 있는 절차 마련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승 위원은 국민적 관심이 없이는 절차를 마련하더라도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터뷰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 형사사법 체계를 고려할 때, 사면제도는 필요한 제도일까요?

“인간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인간이 만들어 놓은 법에 따라 나온 판결도 완벽하지 않을 수가 있거든요. 당시에는 형식적 법치라는 것에서 결과가 나왔지만, 현재의 정의 측면에서 보면 그 판결이 맞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 상존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는 건 이 두 가지의 상충이 있느냐 하는 거예요. 즉, 법 이념과 법 정의 사이 불일치가 되어서 내버려 두면 국민 통합이 깨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사면이 진행되어야 해요. 저는 최소화해야 된다는 사람이에요. 왜냐하면 그런 사정이 중세에는 가끔 있을 수 있어도 지금은 법치가 그만큼 왜곡된 현실을 만들어낼 만큼 허술하지 않거든요. 인간은 부족해요. 부족한 인간이 법을 만들면 얼마나 불완전하겠어요. 불완전한 법으로 판단하면 그 결과도 불완전하겠죠. 그 판단이 불편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사면까지 가서 뒤집어엎을 만큼 갈등 구조를 만들어내는 건 아닌 듯 하거든요. 현재의 법치는 독재체제에서 만들어놓은 전단적인 판결은 아니거든요.”

= 말씀하신 기준에 비춰볼 때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특별사면은 적절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사면이라는 게 그 당시의 판단은 맞았지만 지금 그 판단을 유지하는 게 정말 국민통합 입장에서 현저하게 반할 수 있어야 되거든요. A 라는 판결이 나왔는데, 당시에는 그 판결이 맞는데 어떤 특단의 사정 변경이 생겨서 지금 현재 시점에서 보니까, 법 이념적 관점, 법 정의적 관점에서 맞지 않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사람을 이렇게 내버려 두는 것 자체가 오히려 국가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국가 폭력을 가지고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게 아니라 국민 통합을 위해 그 국가 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사면밖에 없어야 된다는 거죠. 우리는 삼권분립이 되어 있고 대법원까지 유죄 판결이 나왔다면 건드릴 수 없는 사법정의예요. 사법정의를 건드릴 수 있는 건 오로지 재심이에요. 다만 당시의 판단이 현재 뭔가 특단의 조치로 바뀌었어, 가장 대표적으로 통일이에요. 북한의 법에 따라서 이 사람은 유죄 판결이 났어, 그런데 통일이 됐단 말이에요. 그럼 당시에 그 사람을 처벌한 게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맞을 수 있느냐는 거죠. 현재까지 대한민국에서 그 정도의 격변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거든요. ”

= 말씀대로면 과거 군사정권 시절 국가 폭력에 의해 국가보안법이 적용된 간첩 조작 피해자 같은 경우는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 걸까요?

“다 재심으로 걸리는 거죠. 그 당시의 증거가 다 위조되고 수사했던 사람이 어떤 독직 폭행을 통해서, 임의성 없는 자백을 통해서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그 유죄 판결이 증거의 신규성과 명백성에 따라서 지금 판단으로 보면 증거의 임의성이 부정되기 때문에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는 거죠. 사면은 당시의 팩트는 맞아야 돼요. 그 팩트가 현재의 어떤 급변하는, 아니면 현재의 어떤 국민들 인식의 전환 때문에 그때 나온 판결이 현재의 관점에서는 맞지 않아야 되는 거예요.”

= 그러면 기준이 너무 엄격해서 사면 할 수 있는 사례가 없을 것 같은데요?

“대한민국 사법정의가 제대로 만들어지면 사실 사면이라는 제도는 거의 형해화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는 사면이라는 걸 먼저 생각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놓은 법치의 원리가 제대로 구현되고, 3심 제도 속에서 정말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정의로운 판결이 만들어졌는지를 봐야 하는 거죠. 사법부는 삼권 분립에서 하나의 축이란 말이에요. 사면은 사법부가 만들어놓은 확정판결의 기틀을, 근원을 깨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 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사면제도는 가장 최후적으로, 가장 예외적으로, 저는 행사되어야만 한다고 보는 거죠.”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위원은 특별사면은 엄격하게 사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말씀하신 기준에 부합하게 현행의 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요?

“판결이 현재의 관점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갈등 구조를 만들었느냐를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시민의 참여가 필요해요. 그게 사면위원회라고 이야기하는 거구요. 그 사면위원회도 어떻게 보면 왜곡될 수가 있잖아요. 그 인식 자체가. 그래서 사면위원회에서 혹시 왜곡된 판단으로 사면이 되었다 할지라도 사후적으로 봤을 때 정말 대통령이 갈등 관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건지 살펴야 해요. 대리 사면이라고 그러죠. 나 대신 처벌받은 사람을 사면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단 말이에요. 그래서 그 사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정도 규범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거죠. 사면권 행사라는 통치 행위는 인정하되, 절차의 위반이 있을 때는 절차를 다시 한번 들여다볼 수 있는 사후 통제 장치도 필요하다라는 게 제가 갖고 있는 사면의 근본적인 틀인 거죠.”

= 참여하신 보고서를 보면 결론적으로 이런저런 대안은 현실성이 없거나 헌법에 배치된다고 기각하고 결국엔 사면위원회를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하셨어요.

“그렇죠. 통치 행위라는 것 자체는 인정되어야 하니까요. 대상을 제한하거나, 기간을 제한하거나 그다음에 다른 형태로서의 대통령이 갖고 있는 ‘고권(고유권한)’인 통치 행위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건 잘못됐다고 보는 거 거든요. 대통령이 통치 행위는 할 수 있도록 하되 대통령의 통치 행위가 갈등 구조를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갈등 구조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죠.”

= 보고서는 사면위원회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라는 표현을 군데군데 하고 있던데요. 어떤 의미에서 그런 표현을 넣어둔 건가요?

“사면위원회는 최대 12명이잖아요. 그 사람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뭐겠어요. 국민. 내가 사면위원회에 들어갔을 때 그 사면위원 12명의 마음이 대통령에게 향하지 않고 일반 국민의 시선을 향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국민이 사면제도에 관심을 가지는 거예요. 사면의 마지막 결론은 국민적 화합이에요. 갈등 관계가 있다고 치더라도 그 갈등 관계를 해소해서 국민 통합이 이루어져야 하는 거잖아요. 사면위원회에 들어간 사람이 대통령 의지에 천착을 할 것이냐, 아니면 갈등 구조를 해결해도 결국 화합이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냐는 사실 국민들의 관심이 가장 중요한 거죠.”

= 국민의 관심이라고 한다면 층위가 다양할 것 같은데요. 특정한 사람의 사면 찬반부터 사면제도 전반에 대한 관심까지, 어느 정도의 수준을 이야기하는 건가요?

“각론에 대해서 언론이 이야기를 해요.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는 게 맞을까? 그리고 특정 총리를 사면하는 게 맞을까?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사면 제도에 대해서는 그 어떤 언론도 관심이 없어요. 그래서 국민들이 모르는 거예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국민들에게 이 제도가 있고 제도의 문제점이 뭐고, 어떻게 운영되는 게 정의롭게 운영되는 것이고, 그것이 이렇게 운영될 때만이 국민적인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이야기 해야 해요). 그리고 결론만 나타나잖아요. 성폭력 범죄자 사면 안 했습니다. 정치 사범 안 했습니다. 민생 사범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사면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해요. 이건 결론이에요. 결론이 나오게 되는 과정이 중요하잖아요.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길 안 해요. 과정에 대해서 우리가 지적할 수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데 그 논의조차 하지 않는 거거든요. 그런 부분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국민에게 이야기해주고 특히 자라나는 세대에게 이야기해줘야 된다는 거거든요. 사면이 행사되었을 때 어떤 문제점이 발생하는지, 사면은 어느 순간에, 어떤 요건에서 행사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했을 때 사회에 나왔을 때 관심이 생기는 거죠.”

= 청년 세대에 대해 이야기하셔서 한 가지 더 짚으면, <뉴스민>이 만난 시민들 중 젊은 층일수록 사면권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던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MZ세대가 생각하는 게 공정이라서 그래요. 지금까지 MZ세대들이 봤을 때 사면은 법원의 판결보다 덜 정의롭다는 거죠. 그런데 4, 50대는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그 정도 권한 행사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다만 나의 정치적 성향에 맞는 사람이냐, 맞지 않는 사람이냐에 대한 각론적 접근을 하는 거죠. 총론적, 정의론적 접근이 아니라 각론적인 접근, 대상이 나와 호불호가 있느냐의 문제로 접근하기 때문에 달리 판단될 수 있는 거겠죠.”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