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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이자,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대구여성인권센터는 대구 수성못을 비롯해 경북대 북문, 동성로, 신세계 백화점 등 4곳에서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바람(정책, 의견 등)’을 적는 기념 캠페인을 펼쳤다.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은 여성 안전, 직장 내 차별, 육아 문제 등 일상에서 겪은 문제해결을 이야기 했다.
수성못에서 캠페인에 참여한 주슬아(27) 씨는 “뉴스나 기사, SNS 등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뉴스와 이야기를 접하는 것 같다. 안전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딸이 있다는 일부 중년 남성들도 주 씨와 마찬가지로 ‘여성이 안전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차별적 말과 행동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박지현(가명, 23) 씨는 “머리를 짧게 하고, 편한 옷을 입는데 이걸 가지고 ‘남자냐, 여자냐’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며 “처음에 부모님도 뭐라고 하셨을 정도다.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성별고정관념이 있구나 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춘천에서 대구로 여행을 온 김미나(가명, 23) 씨는 “제가 레스토랑 주방에서 ‘셰프’로 일한 적이 있었다. 남자 동료들에게는 일을 가르쳐 주면서 저를 배제하고, ‘여자는 설거지와 음식을 잘해야 한다’며 제 앞에서 (성차별적인) 말과 행동을 하더라”고 회상했다.
직장에 다니며 육아를 병행하는 딸에 대한 애틋함을 전하는 중년 여성도 있었다. 유효정(69) 씨는 “여성이 어디서나 대우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며 “워킹맘들을 위한 정책을 정치권에서 많이 고민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은 페미니즘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캠페인 부스로 다가와 대뜸 화를 내고 가는 젊은 남성도 있었다. 남성이 떠난 뒤, 황윤지 대구여성인권센터 활동가는 “요즘 온라인에서 ‘여성 혐오’적 발언이 자정되지 않고,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다보니 오프라인에서도 ‘그래도 괜찮구나’라고 여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황 활동가는 “페미니즘이 아직 사회적으로 생소한 개념인거 같다. 젊은층마저 ‘여성우월주의’로 잘못 알고 계신 분들도 있고, 잘못된 개념을 이번 대선에 ‘표 끌어모으기’의 일환으로 정치권에서 이용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활동가들은 캠페인에서 성평등 실현과제 중 ‘성매매 처벌법 개정’과 ‘유흥접객원 조항 삭제’에 대한 문제를 알리는 안내판도 게시했다. 유흥접객원은 식품위생법 제22조에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로 규정한다. 활동가들은 해당 조항이 여성 차별이자, 인권 침해로 성매매 금지 국가로서 조항 삭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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