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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해 2월 건립 추진을 공식화한 제2대구의료원에 대해 권 시장이 소속된 국민의힘은 유보적인 입장을 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에 제안한 12대 공약 요구안에 대한 답변에서 국민의힘은 기존 대구의료원을 강화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연대회의)는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4개 정당에 제안한 공약 답변 현황을 공개했다. 연대회의에 따르면 4개 정당 중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답변을 하지 않았고, 국민의힘과 정의당만 답변을 해왔다.
연대회의는 “선거 때마다 ‘정책 선거’가 중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으나 시민사회 질의에 무응답을 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강력 규탄한다”며 “정당의 답변 없는 태도로 이재명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정책 의지를 알 수 없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대회의는 “답변을 준 국민의힘과 정의당에 감사하다”면서도 “답변 내용을 검토해보면 국민의힘은 일부 긍정적인 부분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인 한 줄 답변에서부터 미흡한 답변이 많았고, 정의당은 차별화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구체성이 일부 미흡했다”고 짚었다.
연대회의가 제안한 공약은 8대 분야 12개 공약이다. 구체적으론 ▲기후 위기 대응 정책 추진(환경) ▲여성가족부 강화, 성평등 추진 체계 마련(여성) ▲여성안전을 위한 지원체계 마련(여성) ▲제2대구의료원 건립과 지방의료원 강화(보건의료) ▲영남권 국립심장수술센터 설립·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개원(보건의료) ▲돌봄 국가 책임제(복지) ▲희귀난치성질환자 치료제 건강보험적용 확대(장애) ▲인권침해시설 폐쇄 및 탈시설 추진(장애) ▲청소년 시민권리 강화, 참정권 보장 및 위기청소년 사각지대 해소(청소년) ▲국가인권위 지역사무소 중심 개편(인권) ▲지방분권 헌법 개정(자치) ▲동읍면 기초자치단체 도입(자치) 등이다.
이중 국민의힘은 현재 대구시가 설립 타당성 용역을 통해 설립 필요성이 상당히 인정되는 것으로 판단한 제2대구의료원 건립 문제에 대해 대답을 회피했다. 당 소속 단체장이 공식 추진하고 있는 것과 엇박자를 보인 것이다. 국민의힘이 밝힌 답변 자료를 보면 제2대구의료원 건립과 지방의료원 강화를 요구하는 공약에 대해 “기존의 대구의료원 정상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겠음”이라고 한 줄 답변을 했다.
연대회의는 이를 두고 “코로나19 1차 유행의 진앙지였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의료 강화와 공공병원 확충 의지가 없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대구의료원 정상화를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답변이 없어 이 또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갖는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영남권 국립심장수술센터 설립과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개원 공약에 대해서도 “경북권 감염병 전문센터의 설립을 조속히 추진하겠음. 경북의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영남권 국립심장수술센터의 지정은 관련 시도(부산·대구· 경북·경남)와 함께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답했는데, 현재 진행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답변으로 평가된다.
반면 정의당은 시도 단위별로 의료복지허브를 구축하고 70권역별로 500병상 이상의 공공병원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또 인구 5만 명당 건강생활지원센터를 설치해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의료 인력을 확충하고 인구 1,000명당 1명 이상으로 공중보건인력 확충 계획 등을 내놨다. 연대회의는 “답변은 긍정적이지만 구체적 실현 로드맵이 없어 정책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짚었다.
한편, 연대회의는 정당의 답변을 평가하면서 “대선 후보들이 지역에 와서 내놓은 지역 공약은 대부분 재탕, 삼탕의 토건 공약이 대부분”이라며 “지방 살린다며 떡고물 하나 던져주는 식으로 도로나 철도 산단을 유치한다고 해서 지방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되었으나 이들은 또다시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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