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법, 장애인 성추행 시설장 항소심 무죄 선고

장애단체들 "재판부 규탄, 판결 너무 실망스러워"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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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입소자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은 장애시설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을 방청하던 한 장애인단체 활동가는 판결에 반발하며 “재판부를 기억하겠다”고 소리쳤다.

16일 오전 대구고등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양영희)는 경북 포항 소재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시설장 A(50대) 씨에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받고 있는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2020년 3월 24일 오후 생활관 내 식당에서 입소자인 B씨를 성추행 한 혐의를 받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장애인 강제추행)으로 징역 3년과 8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7년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증인의 진술이 일관성이 부족하고, 피고인이 처벌받도록 하기 위해 허위 제보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뒷받침할 증거는 8m 거리에서 찍은 사진이 유일한데 사진만으로는 추행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의 무릎 위에서 장난을 치다가, 피해자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뒤에서 안았다고 주장했다”며 “증인은 당시 사진을 평소처럼 피해자 가족들에게 전송했고, 피해자 가족이 사진 속 피해자 얼굴이 좋을 때 나오는 표정이라고 말했다”고 판결 이유를 전했다.

재판 결과에 반발한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활동가는 “성추행 가해자를 왜 용인해주는 거냐, 재판부를 기억하겠다”며 소리치기도 했다. 재판 직후,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7개 단체는 대구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를 비판했다.

김용식 경북노동인권센터장은 “재판부는 첫 재판부터 피해자의 신체 발육 상태 등을 질문하는 등 장애인에 대한 평등한 인식이 부족했다”며 “여성 피해자의 입장에서 제대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정희 포항여성회 대표도 “누구보다 장애 인식과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야 할 재판부가 내린 재판 결과가 너무 참담하고 실망스럽다”며 “장애시설 내에서 시설장과 피해자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제보자를 의심했다. 이번 무죄 판결이 우리 사회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사법부는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1월에도 항소심 재판부가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해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관련기사=성추행 사진 스크린에 띄운 재판부···“법원이 2차 가해”(22.01.19))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