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제안 후 대구 온 안철수에 젊은층 주문은 “끝까지 완주”

단일화 제안에 실망감 표시한 20~40대 지지자들
안철수 완주 없으면 무효표 의사 밝힌 지지자도
“안철수 좋아하지만...단일화 가능성 높게 보지 않아”
정권교체 원하는 이들은 ‘여론조사’ 단일화에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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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선거운동 하루 전인 14일 대구에 온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에게 20~40대 지지자들은 ‘독자 완주’를 주문했다. 안 후보는 전날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에게 100% 여론조사 단일화를 제안하고 첫 지역 일정으로 대구를 찾아 서문시장과 동성로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대통령선거 공식선거 운동 하루 전인 14일 안철수 후보가 대구 서문시장에 왔다.

오후 2시, 안 후보는 먼저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지지자들은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안 후보를 따라다니며 “정상인은 안철수 뽑는다”, “경제대통령 안철수”를 외쳤다. 안 후보는 시민들과 사진 촬영을 하면서 천천히 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사진 촬영을 함께한 이들은 세대 불문하고 “제일 착하다”고 안 후보를 평가했다.

단일화 제안에 실망감 표시한 20~40대 지지자들
안철수 완주 없으면 무효표 의사 밝힌 지지자도

대구동산병원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서문시장 상인들은 안 후보의 2020년 코로나19 의료봉사활동에 대한 기억을 소환했다. 서문시장 상인 윤상미(43, 여) 씨는 “코로나 때 동산병원에 오셔서 봉사활동을 했잖아요. 의사고, 아는 것도 많잖아요. 저는 지난 대선 때도 안철수 후보를 찍었어요. 안 후보가 안 나오면 투표할 곳이 없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서 시장을 찾은 조모(48, 여) 씨는 “단일화 안 하면 좋겠다. 제안을 보고 실망했다. 완주하면 지지하지만, 단일화하면 이도저도 안 된다”며 “다른 후보 정책은 서민들과 안 어울리는데 안 후보 정책은 서민적이라 와닿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반응은 안 후보를 지지하는 젊은층으로 갈수록 커졌다. 안 후보가 오후 5시 30분께 찾은 동성로에서 만난 지지자들은 윤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무효표를 던지거나 다른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경북 경산에 사는 곽수연(22, 여) 씨는 “안 후보에게 관심이 있어서 오늘 일부러 나왔다. 부모님이 이쪽에 관심이 많고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며 “마음 같아서는 단일화를 하지 않고 홀로 나섰으면 한다.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되었으면 한다. 윤 후보로 단일화가 된다면 다른 후보를 선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간호사라고 밝힌 황지현(27, 여) 씨는 “안 후보가 안한다고 했다가 단일화 제안해서 놀랐다. 국민경선으로 제안하지 않으셨나, 그러면 안 후보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코로나를 겪으면서 이 시국을 가장 잘 극복할 수 있는 후보라고 생각됐다. 윤 후보로 단일화된다면 무효표를 던질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선거 공식선거 운동 하루 전인 14일 안철수 후보가 대구 서문시장에 왔다.

“안철수 좋아하지만…단일화 가능성 높게 보지 않아”
정권교체 원하는 이들은 ‘여론조사’ 단일화에 부정적

강하게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시민은 주로 장년층에서 확인됐다. 서문시장 상인인 이모(64, 남) 씨는 “단일화해야 한다. 윤석열, 안철수가 따로 나오면 표가 갈라지기 때문에 서로 손해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무조건 단일화가 필수다”고 말했다. 단일화 가능성을 묻자 이 씨는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오모(46, 남) 씨도 “단일화해야 한다. 그런데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는 불가능할 것 같다. 한 분은 40%대이고, 한 분은 7% 정도인데 어떻게 여론조사 단일화가 가능하냐”며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안 후보가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5시 30분께 동성로를 찾아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사진=이상원 기자]

안철수, “단일화 질문만 받아서 먼저 던진 것, 답변 없으면 완주”

안 후보는 이날 오후 4시 대구시 수성구 국민의당 대구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약 20분 동안 안 후보는 대구경북지역 미래산업 관련 공약을 차분히 설명했다. 질의응답이 시작되자 단일화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안 후보는 “처음부터 완주한다고 계속 이야기를 해도, 단일화 꼬리표가 붙어서, 어떤 공약을 이야기해도 기사화가 안 됐다. 그렇다면 차라리 선제적으로 제안해서 국민의 판단과 평가에 모든 걸 맡기고 저는 제 길을 굳건하게 가고, 제가 생각하는 공약을 말씀드리는 게 맞겠다는 판단에 했다.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나 윤 후보께서 진정으로 정권교체를 원하신다면 저는 그 제안을 수용하실 걸로 생각한다”며 “당장 정권교체만 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제 목적은 퇴임할 때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퇴임하는 게 목표다. 야권은 그런 마음으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용길,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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