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8개 단체는 대구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 재판부의 성인지감수성 부족으로 2차 가해가 발생했다며 반발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0일 대구고등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양영희)가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면서 성추행 장면이 담긴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 없이 공개 스크린에 띄우거나, 피고 측 증인에게 피해자의 구체적인 신체부위나 발육 상태 등을 물었다.
이정미 대구여성장애인연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들은 협박과 폭력 없이도 쉽게 성폭력에 유인되고 피해 상황에 대해 명확하게 표현할 능력을 가지기도 쉽지않다”며 “이런 피해자 상황에 대해 맥락적 이해없이 가해자의 시선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재판부는 가해보다 더 심각한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피해자의 몸에 대한 질문은) 성폭력의 원인이 가해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몸의 구조와 상황이 마치 성폭력의 원인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재판부가 가해자의 시선을 가진 것”이라며 “재판부가 시설장인 가해자와 입소자인 피해자가 위계관계에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성인지감수성을 가지고 판결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8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권순향)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장애인 강제추행) 혐의로 포항 소재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시설장이자, 시각장애인인 A(50대)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7년도 명령했다.
A 씨는 2020년 3월 24일 오후 생활관 내 식당에서 입소자인 B씨를 성추행 한 혐의를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장애인복지시설장으로 장애인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도 본분을 망각하고 피해자를 추행했고,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오후 항소심 재판부는 추가 증인 심문을 진행했고, 다음달 16일 선고하기로 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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